배려에 배려를 넘어 배려를 하다가 모두 다 원하지 않았던 김치찜을 먹고 말았다. 발단은 전 날 중국집에 가려고 미원빌딩에 갔었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지하에 있는 라온 김치찜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언제 문을 닫았는지 김치찜집은 사라지고 그곳에는 마트가 들어서 있었다.
2018/07/05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라온 김치찜
당황하지 않고 바로 옆에 있는 떡볶이 집에 갔다. 마침 줄도 짧아서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잠깐 기다려 보려고 했는데 테이블 회전 막바지 타이밍이었는지 생각보다 오래 기다려야 했다.
뜻하지 않게 김치찜을 먹으려고 했지만 먹지 못했고, 그렇다면 이 근처에서 김치찜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어디겠냐 싶어서 거리가 꽤 멀어서 갈까말까 목록에 있었던 한옥집에 가 보게 되었던 것인데, 전 날 '김치찜' 메뉴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김치찜을 하는 집에 가십시다 하고 나섰지만, 사실 한옥집 김치찜보다는 찌개를 더 좋아해서 가서 보고 찌개를 먹을 수 있으면 찌개를 먹으리라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갔었다.
그러나 한 발 더 나아가 팀장님은 떡갈비와 김치찜이 한 꺼번에 구성된 정식 세트를 원하셨다. 겉으로 보기엔 분명 팀장님이 원하시는 메뉴였기 때문에 군소리 없이 정식 세트를 주문했지만, 사실 저는 찌개가 좋아요라고 주문을 넣기 전에 말씀드려야 했었을 것을, 팀장님이 찜은 물론이고 떡갈비를 좋아하시나 보다 지레짐작으로 배려해 드린 것이었는데 나중에 팀장님도 떡갈비 별로야-라고 하시는 바람에 너무 놀라서 아니, 그러면 왜 굳이 떡갈비, 저도 싫어 하는 떡갈비가 함께 구성된 메뉴를 주문하셨나요 물었지만 이미 늦었다. 애초에 김치찜 집에 가자고 했으니 당연히 김치찜을 먹는구나 생각하신데다가 뭔가 더 사주고 싶으셔서 푸짐한 구성을 선택하신 것 같다. 그 고마운 마음으로 싫어하는, 맛 없다고 생각하는, 먹지 않는 떡갈비를 추가로 사 주셨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지금 생각해도 계속 헛웃음이 난다.
김치찜이라도 맛 있었으면 괜찮았을텐데, 한옥집 메뉴를 가끔 배달하거나 포장해서 집에서 먹어본 경험으로는 찜은 고기 누린내가 나에게는 강한 편이라 찜보다는 칼칼한 찌개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더더군다나 하필 여의도점의 김치찜은 누린내 플러스 알파로 묘하게 맛이 더 없었다. 게다가 정말로 엄마마마님이 40년 넘게 노력을하셔도 절대 먹지 않는 떡갈비를, 돈을 내야 하니 맛은 보았다. 떡갈비는 메뉴 자체가 불호 식품인지라 나는 그냥 맛을 논할 자격이 없는 것 같다.
라온 김치찌개가 사라졌으니 이제 김치찜을 먹는 일은 요원해졌고, 찌개는 장호왕이 있지만, 마지막으로 팀장님이 몽땅 넣어버리셨던 콩나물의 참기름 냄새가 아직도 기억나서 가기 싫다.
팀장님, 다음엔 한옥집에 꼭 찌개 먹으러 가요. 그래도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덧 : 한옥집 옆에 무슨 완백부대찌개였나, 줄이줄이 어마무시하게 길었는데, 팀장님은 종로에서 가본 적 있었는데 별 볼일 없다 하셨지만 궁금하기는 하지만 결국 그렇고 그런 집일까의 포인트에서 궁금하다. 기회가 되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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