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NGKING

마시는 차, 맛있는 차, 서울에서 애프터눈 티 마시기, 반조

d0u0p 2018. 12. 3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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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로수길이라니, 뭔 길이 이렇게나 많이 생기고 이름이 붙었는지 그냥 장삿속이라고 이해하고 말아야 하나, 이름이야 어떻게 붙게 되었든 샤로수길이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딱히 그 길에 일부러 가 볼 일은 없었는데 그곳에 괜찮은 찻집이 있다 하여 가 보았다. ​​

​지도를 읽는데 착오가 생겨서 약간 길을 헤맸지만 그렇게 춥지 않은 날이라 찾아가는데 문제는 없었다. 뒤쪽에 보이는 입간판이 세워진 곳인데 역시 검정에 금색 글씨보다는 희고 굵은 앞쪽 간판이 눈에 잘 들어 온다. 고전적이고 모던하고 이지적이며 세련된 이미지의 아이덴티티이지만 잘 보이지 않으니 약간 아쉽다. 2층에 붙어 있는 간판은 대조적으로 눈에 잘 들어 온다. 금색이 빛을 받아야 잘 보이는 것이라 그런가 희한하다. 

사실 따뜻한 전통 느낌의 차를 마시고 싶어서 간 것이었는데 전 날까지 날씨가 너무 추워서 계속 긴장하고 옷을 두껍게 챙겨 입다 보니 이 날도 옷을 꽤 든든히 입고 가는 바람에 더운 느낌마저 들어서 따뜻한 차를 주문할 수가 없었다. 마시자면 마실 수 있지만 애매한 상태라 일단 찬 음료를 택했다. 친구는 우롱모스토, 나는 패션후르츠망고 스프리처, 그리고 다른 친구는 로열밀크티를 주문했는데 로열밀크티는 홍차의 종류를 선택해야 했다. 뭘 선택했더라? 너무 무관심했었나 괜히 미안하다. 홍차 종류가 우바, 아삼, 얼그레이가 있고 크림을 어떻게 넣을 것인지 정하는 것이었는데 뭘 마실 것이라도 흥미가 없는 분야라 귓등으로 듣고 우롱모스토만 궁금해했었다. 패션후르츠 망고 스프리처는 이름에서 대충 무엇을 섞었을지 감이 오고 맛도 그려지지만 우롱모스토는 전혀 모르겠어서 여쭤보니 우롱차와 청포도 쥬스를 섞어 만들었다고 알려 주셨다. 모스토는 이태리 와인 고를 때 들어 보았던 모스카토 뭐 그런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 연결되어 있는 것이려나 싶어 찾아보니 모스토가 이탈리아어로 청포도 쥬스다. 모스카토는 청포도의 품종 이름이라고 한다. 

각양각색의 소품들도 옹기종기 정성스러워 보였고, 기본 홍차, 녹차, 우롱차 외에도 열심히 맛 있는 차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신 흔적이 보인다. 곁들여 먹는 티푸드로는 밤을 이용한 메뉴가 여러 가지였는데 그 중에 보늬밤과 쿠리킨톤을 주문했다. 보늬밤은 와인과 간장으로 조린 달콤한 밤조림이고, 쿠리킨톤은 삶은 밤으로 만든 다식이었는데 보늬밤은 적당히 나눠서 맛 볼 정도라 쿠리킨톤도 응당 비슷하겠지 생각하고 주문했는데 하나만 짠 하고 나와서 사실 좀 놀랐다. 그래도 마카롱 120도로 나눠 먹었듯이 잘 나누어서 먹었다. 삶은 밤 다식이라고만 하기에는 밤에서 약간 구운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모양으로 봐서는 토치를 사용하셨을 것 같고 그래서 그런 느낌이 났을 것 같기도 하다. 두 가지 다 너무 달지 않고 적당히 맛있었다.

차가운 음료 두 가지 다 맛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쉬워서 따뜻한 차를 한 가지 더 주문했다. 잎차로는 녹차, 백차, 청차, 홍차, 보이차, 허브티 중에 선택할 수 있었는데, 청차인 우롱티는 이미 마셨으니까 백차를 주문했다. 메뉴를 보면서 차의 종류 구별법에 대해 궁금해서 다시 예전해 정리해 두었던 블로그를 꺼내 보았다. 

2018/05/18 - [SHOWPPING] - 마시는 차, 맛있는 차, 쿠스미티 쇼핑

쇼핑하면서 얻은 정보를 이렇게 유용하게 다시 쓰게 되었다. 사무실에 방치되고 있는 백차인 장미차가 떠오른다. 마시던 차만 계속 마셔 없애고(쿠스미티는 이미 다 마시고 없다.) 남은 차는 여전히 남아 있는데 내년에는 부지런히 소진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어렴풋하게 인사동 전통찻집에서 우롱차 마시는 법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새삼 새로운 다구를 받으니 긴가민가하여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 맛있게 마셨다. 따뜻한 물도 보온병으로 주시니 나눠서 맛보는 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아담한 규모지만 차에 정성이 담긴 느낌이 물씬 나고, 다른 손님들이 다른 메뉴를 주문할 때마다 느껴지는 새로운 향으로 또 어떤 다른 차일까 소소하게 궁금해 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지리적으로 접근하는데 어려움 곳이 아니지만 "샤로수"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이 심리적 장벽을 만든다. 본토박이 서울 사람이지만 자주 가는 곳, 움직이는 곳이 한정적이고 다른 곳도 좋은 곳이 많기도 하니까 언제 다시 찾아갈 수 있을지 모르니 약간 아쉽다. 

2018/05/22 - [EATING] - 마시는 차, 맛있는 차, 잊고 지냈던 판교 로네펠트 티하우스

2018/05/16 - [EATING] - 마시는 차, 맛있는 차, 서울에서 애프터눈 티 마시기, 베질루르 티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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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8 - [EATING] - 서울에서 애프터눈티 마시기 너무 힘들다.

올해의 마지막 찻집이었다, 전통찻집 반조, 내년에는 익선동을 지나며 보아 두었던 한옥 마당이 있는 찻집에 갈 것을 일단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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