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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선물 승부욕 상자와 아들의 길 상자 실사용 후기

d0u0p 2018. 5. 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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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2 - [SHOWPPING] - 진짜 강한 조카의 고모가 되기 위해 구매한 아들상자와 승부욕상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이들에게 100퍼센트 만족을 줄 수 있는 선물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지 모르겠다. 

우선 승부욕 상자는 여덟 살 조카에게 주었다. 여덟살에게 딱 맞는 눈높이의 게임이라 아이는 매우 즐거워 했고, 아빠와 한 번, 고모와 한 번, 엄마와 한 번 즐겁게 게임을 하였고, 열한살 형아와 한 번 하면서 대판 싸우게 되었다. 

아빠, 고모, 엄마는 아이의 진행이 미숙하거나 가끔 마음대로 하려고 할 때 넘어가 주었고, 미션을 수행할 때도 사실 귀찮기도 하니까 잘 져 주었다. 그래서 아이는 마음껏 영웅이 될 수 있었고 만족도가 높았지만, 형아는 동생이 마음대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을 봐주지 않았으며 서로 옳다며 싸우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다시는 형아와 그 게임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 

고모는 형제가 함께 게임을 하며 협동하고 더 이상 싸우지 않는 그림을 그리며 구매한 것 것인데 결과는 산으로 간 것이다. 형을 제외한 모든 가족에게 같이 게임을 하자 하여 다섯 번 정도 게임을 했고, 그 과정에서 형은 소외를 겪게 되었다. 

상자 두 개를 동시에 큰 조카와 작은 조카에게 주었고, 큰 조카는 길 상자를 받자 처음에는 별 탈 없이 기둥 만들기에 몰입하는 듯 했다. 열심히 기둥을 만드는 도중 동생과 아빠가 게임을 하는 소리를 들으며 몰입이 중단되었고, 승부욕 게임에 함께 참여하고 나중에 길 만들기를 해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본인이 하던 것도 계속 하고 싶고 게임도 궁금하고 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차에 길을 만들기 위한 기둥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망치질이 뭔 의미가 있겠냐 싶은데 아이는 망치가 있으니 꼭 망치를 사용하고 싶어 했고, 길을 만드는 바닥 판인 두꺼운 종이에 이미 만들어진 홈과 기둥의 규격이 아주 정교한게 아니어서 헐거운 부분이 있었고, 그 부분에서는 기둥이 중심을 못 잡는 상황이었다. 

상자를 열자마자 망치질을 시작하고 계신 조카님

임시방편으로 휴지를 감아서 꽂아 주었지만 아이는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일부러 길의 예시를 보여 주지 않았고 마음대로 하라고 두었더니 판에 있는 모든 구멍에 기둥을 세우려 계획했고 그 중 하나가 어그러지자 마음이 상했던 것이다. 그것이 어떤 마음이지 안다. 원래 세웠던 계획을 바꿔야 하는 것이 용납이 안 되어서 짜증이 났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의도되지 않은 계획 변경을 용인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니 초등학생에게는 당연히 큰 난관일 수 있다. 

휴지를 이용해서 해결해 주기도 하였고, 동생과 게임을 하던 아빠가 도와주기 시작하자 짜증이 그치기는 했다. 그러나 그 사이 북새통을 참지 못한 할머니는 나가서 놀 것과 이마트에 가서 또 다른 어린이날 선물을 살 것을 제안하셔서 하던 놀이는 그만 두고 이마트에 달려 갔다. 

층도 있고, 회전문도 있고, 깃발도 있고 화려하며 아주 정밀하게 움직여야 하는 미로 장난감이다.

역시 화려하고 합이 맞는 플라스틱 장난감이 최고인가, 큰 조카는 아이들에게 친숙한 마리오 캐릭터가 들어 있으며 길 상자와 개념 상 다를 것이 없고 조작이 더 복잡하고 정교하게 구성된 미로 퍼즐 게임을 선택했다. 선물을 사자 마자 어김없이 집으로 달려 가려는 것을 달래서 밖에서 비눗방울 놀이도 더 하다가 귀가했고, 그날 저녁에는 계속 마리오 게임에 몰두했다.

다음 날 아침, 둘째 조카가 형과의 게임을 거부하고 아빠와 승부욕 상자 게임을 시작하니 큰 조카는 망치질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기둥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왜 구멍은 하필 대충 만들어 져서, 온 가족이 아침부터 아들 시중을 들어야 했다. 사실 장난감이 문제가 아니고 아빠와 동생 사이에서 소외된 데에 대한 화를 장난감에 투사하여 자기의 자존감을 보호하고가 방어기제를 사용한 것이지만 아이가 본인의 감정을 직면해서 들여다 보고 스스로 다스릴 수는 없는 것이니까 결국 아빠가 나서서 해결할 수 밖에 없었다. 아빠가 옆에서 도와주고서는 결국 길을 만들어 냈다. 뿌듯해 하기도 했고, 고모도 한 번, 엄마도 한 번 해 보시라 하여 돌아가며 게임을 했다. 

제법 그럴 듯 하게 잘 만들었다. 심지어 이 길 중에는 속임수 길도 있다. 벽처럼 보이지만 고무줄의 높이를 일부러 낮춰 걸어 놓아 구슬이 지나갈 수 있게 했다.

사실 열 한 살 조카의 승부욕을 바로 잡아 줘야 하는 일이 더 급한 것 같은데, 승부욕 상자는 열 한 살에게는 약간 무리가 있었다. 문구나 미션 내용이 이미 저학년 용이라 열 한 살 아이는 코웃음 치는 상황이라 그런 아이에게 발달 수준별로 다른 기획에 대해 다 설명해 줄 수도 없고 그냥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길 상자는 아이에 따라서 그 모든 길을 기둥으로 메꿔야 하겠다고 작심하고 시작하면 망치소리가 꽤 요란해 진다. 사이즈도 크고 망치 소리도 요란해서 엄마 아빠는 들고 가기를 주저하며 걱정 하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큰 조카가 먼저 큰 길 상자는 놓고 가겠다 하였다. 

아마도 지하철로 집에 갈 것을 예상해서 크니까 놓고 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마리오 미로는 들고 갔으니 아쉬워 하지 않고 잘 놀고 있을 것 같다. 큰 조카에겐 만든 사람에게 꼭! 기둥을 왜 잘 안들어가게 만들었냐고 대신 항의해 주겠다고 하였다. 고객센터로 달려가야 하나?! 길 상자는 아무리 봐도 아들용 장난감이라고 카테고리를 한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망치는 아들만 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승부욕 상자 역시, 아들용 장난감에 포커스했기 때문에 그런 제목을 붙였을텐데 오히려 아들이든 딸이든 공평하게 협동심을 기를 수 있는 보드게임으로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빌딩을 사고 팔고 돈을 버는 브루마블이나 증거를 모아 범인을 찾는 클루보다는 충분히 교육적으로 의미있는 게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둘째는 승부욕 상자는 가져갔지만 이마트에서 산 마술 도구 상자는 괜히 샀다고 종일 후회하다가 놓고 갔으니 형제가 동률인 상황이고, 승부욕 상자는 형제가 한 편이 되고 아빠와 대결구도로 게임을 하도록 해보라고 권유해 주기는 했는데 잘 하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이제 고모 손은 떠났으니 아빠 엄마가 알아서 할 일이니, 고모는 조카들이 아니라 엄마 아빠 걱정을 하고 있다. 

그래도 가끔 말 잘 들을 때는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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