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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회식 : 소규모 2차 추천, 브라이튼 탭샵바

d0u0p 2024. 7. 2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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탭앤샵앤바는 생각했던 것보다 매장이 협소했다. 좌석이 많지도 않았고, 와인 종류도 상상했던 것 보다는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실 와인을 선택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알콜 쓰레기인 주제에 다양한 알코올들에는 관심이 많은 나같은 자에게는 안성마춤인 곳이었다.

시간 제약이 있어서 생각보다는 바쁘게 움직여야 했고, 어린 친구들을 목표로 한 공간이라 그런지 좌석이 편하지도 않았지만 짜파게티나 떡볶이를 안주로 놓고 와인을 마실 수 있다니 신선하고 좋았다. 주문 가능한 안주의 종류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체 메뉴판이 없다는 것, 와인잔의 위치를 미리 알려 주지 않아서 헤매기도 했다는 것, 전체 동선이 산만했다는 것, 먹은 접시는 셀프로 치워야 한다는 것, 등등 여러 가지가 불편하긴 했지만 술이 좋았고 안주도 좋아서 좋았다. 

 언젠가는 창 밖을 내다 보고 앉아서 짜파게티 주문해서 와인 한 잔 마셔보고 싶다. 신기하게도 아침 일곱시부터 문을 연다고 적혀있는데, 정말 아침 일곱시에 문을 여는지, 그 시간에 오는 손님이 있는지 궁금하다. 출근할 때 한 구경가봐야겠다. 전체 메뉴판이 없어서 계속 바뀌는 화면에서 안주 메뉴를 고르느라고 힘들었지만 항정살 구이와 로제 떡볶이는 옳은 선택이었다. 

딱 마음에 드는 맛있는 와인이 있다면 병으로도 마실 수 있고, 잔으로도 즐길 수 있겠지만, 도통 일자무식이면서 알콜 쓰레기이기까지 한 나에게는 테이스팅 메뉴가 딱 좋았다. 

잔 당 가격이 가장 비쌌던 루이라뚜리 사또 꼬똥 그랑시 그랑크뤼까지 계속 레드와인만 선택했는데 모두 다 좋았다. 그간 마트에서 사서 맛 보았던 싸구려 와인들은 텁텁하고 씁슬하기만 했는데, 다들 향긋하고 상쾌방쾌해서 주문한 안주와 아주 잘 어울렸다. 

탭샵바에 가기 바로 전 날, 디즈니 드라마를 보다가 한 병에 1억 5천만원 짜리 와인을 깨버리는 장면을 보면서 엄마마마님과 새삼스럽게 비싼 와인 가격에 놀라워했는데, 그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저렴한 가격이었어도 맛 보기만으로도 이만원이 넘는 가장 비싼 와인을 맛 보는 것만으로도 소소하게 즐거웠다. 

한 병에 다섯 잔 정도 나온다 치면 드라마에 나오는 와인은 한 잔에 삼 천만원이고, 탭샵바에 있는 가장 비싼 와인은 한 잔에 오 만원(테이스팅이 이만원)이었지만 그 안에서는 또 비교우위에 있던 놈이라 그랬는지 즐겁기만 했다. 돈이 얼마나 있으면 삼 천만원 어치를 입 안에 털어 넣고도 아깝지 않을 수 있을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오만원 어치도 회식비로 마시니까 즐겁지, 내 돈으로 마시면 또 꼭 즐겁지만은 않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어렴풋하게나마 왜 와인을 다들 좋아하는지 알 것만 같은 알딸딸한 기분으로 귀가할 수 있었다. 짜파게티에 와인 한 잔, 꼭 도전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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