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NGKING

스위트파크 피에르 마르콜리니

d0u0p 2024. 7. 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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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식품관에 진입한 뒤 파미에스테이션으로 가는 연결 통로로 나가야 스위트 파크를 찾을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모르고 식품관 안에서만 세 바퀴를 돌다가 '식품관' 공사중이라는 안내문을 '스위트파크' 공사중이라고 착각하고는 퇴각했던 과오를 드디어 만회하는 날이었다. 
다시 찾아간 식품관은 전과 다를 바가 없는 구성에 두 바퀴를 돌아 보아도 역시 똑같은 상태라, 그 때부터 무언가 잘 못 되었음을 깨닫고 설마 저 바깥 길로 나가는 것일까 싶은 마음 반, 저 길이 아니라면 그냥 스타벅스 파미에스테이션 점이나 찾아가야 겠다는 마음 반으로 발걸음을 돌렸는데, 파미에스테이션으로 넘어가는 그 연결 통로 중간에 스위트파크를 따로 만들어 놓았던 것을 정말 나만 몰랐던 것인지 궁금하다. 신세계 백화점에서 새로 구성했다고 하니 당연히 백화점 내부 구역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같은 패착이었다. 

들었던 대로 달달한 음식은 모두 모아 놓았고, 소문이 난 만큼 사람도 많았지만 그에 비해 의외로 자리는 여유가 있었다. 막 문을 새로 열었을 때보다는 여유가 생긴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 왔다는 가리게트도 마음만 먹으면 앉을 자리도 찾을 수 있었고 주문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였지만, 일단 초콜렛에 진심이라는 피에르 마르콜리니만 들르기로 결심했으니 지나는 길에 보이는 가리게트를 사뿐히 지나쳐버릴 수 있었다. 피에르 마르콜리니는 다행히도 내부에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고맙게도 1인석이라고 할 수 있는 자리가 딱 하나 남아 있어서 냉큼 앉았다. 진짜 너무 너무 하나 하나 다 먹어 치우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많이 참았다. 에클레어와 마카롱은 일 년에 딱 한 번만 먹기로 했으니 참아야 했다. 

딱 한 번 먹을 수 있는 그 날이 그 날이었던 것이다. 마카롱으로 할까 초콜렛으로 할까 살짝 고민하고 있으려니 커피와 초콜렛 하나가 셋트인 메뉴가 있다길래 반색하며 초콜렛과 커피를 주문하고 기본 중 기본일 것 같은 피에르 마르콜리니 마카롱을 주문했다. 꼬끄가 라즈베리 컬러와 비슷했으니 라즈베리 꼬끄일 것이었고, 초콜렛 필링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이름조차 피에르 마르콜리니 마카롱이었으니 시그니처겠지 싶어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망고 코코넛 빙수 POP를 들여다 보며 과연 올 해 안에 이 놈을 먹을 날이 올까 기대 반 절망 반으로 커피를 기다렸다. 

날이 더워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무슨 커피마저도 향기로운 느낌이라 신기했다. 초콜렛이나 마카롱은 두 말 할 것 없이 좋았다. 피에르 에르메나 라뒤레가 문을 닫아 버리고 나서 실로 오랜만에 고급스러운 마카롱과 초콜렛을 맛보니 좋았다. 

실리콘 컵받침 마저 마음에 쏙 들었다. 종이였으면 냉큼 집어 들고 나와 사무실에서 몇 번 더 쓰다가 버렸을텐데 실리콘이니 일회용은 아닐 것이라 자리에 곱게 두고 나왔다. 매장에 들어섰을 때 에클레어는 딱히 끌리는 놈이 없어서 건너 뛰었는데 자리에서 일어날 때 쯤 라즈베리와 초콜릿 에클레어가 새로 진열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길래 냉큼 두 놈을 챙겨 나와 다음 날까지 달콤한 에클레어를 즐길 수 있었다. 

아주 가끔 이렇게 호사를 부릴 수만 있다면야 더 없이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른 매장을 둘러 보는데 어찌나 탐이 나던지 한참을 더 참아야 했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나는 건 작고 앙증맞은 판 초콜렛이다. 청담인지 신사인지 어디에 매장이 있는 국내 쇼콜라티에 브랜드 매장의 초콜릿이었는데, 많이 유명한 초콜릿이었던지 몇 일 뒤 어느 연예인 가방 아이템에 대한 기사에서 똑같은 초콜릿을 발견하고 나만 모르는 초콜릿이었음을 깨달았다. 한 판 사올 걸 그랬다. 

복잡한 스위트 파크를 벗어나 더 복잡해 보이는 한가람 문구에 들어섰는데, 색색의 색연필과 마카에 둘러 싸인 이 공간이 만들어 주는 분위기가 어찌나 편했는지 모른다.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 사지도 않을 거지만 오색영롱한 색상들을 보고만 있어도 즐겁고 편했다. 마음껏 먹을 수 없는 달콤한 놈들을 참아내는 것보다는 필요하지 않아서 꼭 사지 않아도 되지만 구경하고 있으면 한없이 눈이 즐거운 화구들을 구경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는 훨씬 도움이 되지 싶었다. 마음에 드는 오일파스텔이 보였다면 살 뻔 했는데 안보여서 참으로 다행이기도 했다. 

스위트파크도, 한가람 문구도, 용돈 가득 모아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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