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튀김이 올라가 있는 오미식당의 10,000원 짜리 명란덮밥에는 아보카도가 없다. IFC 몰에 닭고기 도시락을 사러 갔다가 허탕을 치고 두리번거리다 오미식당을 찾아갔더니 다행히 메뉴 포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신나게 사들고 왔다.
오는 동안 튀김이 한 김 식는 바람에 바삭한 느낌은 사라졌지만, 식었어도 식은대로 부드러운 느낌과 고소한 맛이 있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새콤짭조름한 장아찌 하나와 와사비가 화룡정점이랄까, 전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보카도가 없어도 모든 재료가 명란과 잘 어울려 조화롭고 맛있다. 단 맛, 짠 맛, 쓴 맛, 신 맛, 감칠 맛, 다섯 가지 맛을 정성스럽게 담는다는 오미식당이고, 음식 또한 식당 이름에 딱 어울리는 매력적인 맛을 갖고 있는 것이다. 명란과 아보카도가 짝궁인 메뉴는 다른 곳에서도 먹을 수는 있는데, 두 군데 모두 정성이 넘치고 정갈하고 전략적인 식당이라 맛이 없지는 없다. 사실 명란과 아보카도를 함께 먹으면 맛이 없을 수는 없고, 아보카도도 명란도 저렴한 식재료는 아니니 메뉴 가격이 비싸질 수 밖에 없는 것도 이해는 하면서도 아보카도가 꼭 정답은 아닐 수도 있고, 아보카도가 아니어도 충분히 맛있는 명란 덮밥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으니 그런 점에서 오미식당이 좋을 뿐이다.
솜씨의 명란 아보카도 비빔밥은 배추의 아삭거림이 좋은 담백한 맛이고, 무엇보다 함께 준비해 주시는 반찬들 하나 하나가 맛있어 좋다. 솜씨나 오미식당이나 모두 저염이라고 하지만 명란을 주시는대로 다 먹으면 짠 느낌이 있어서 약간 남기고 먹게 되는데, 아보카도가 그 짠 맛을 부드럽게 해 주는 역할을 하기에는 양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다. 비벼놓고 나면 아보카도의 흔적을 찾기 힘들어 아쉽다. 아보카도가 비싸서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부족하다. 알배추가 도와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부족하다.
월급날 호기롭게 주문한 퍼스트 플러스 에이드의 명란 라이스볼은 연어 스테이크에서 굉장히 좋은 느낌을 받아 생긴 기대에는 못 미치는 맛이었다. 찰밥과 나물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맛있고 거기에 명란과 아보카도가 더해지면 훨씬 맛있을 것 같은 기대가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명란과 아보카도를 그냥 빼도 맛있게 잘 먹었을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집 명란 메뉴에 비해서 잡내도 그대로 묻어 있었고, 아보카도는 서걱거리는 느낌이 남아 있었고 떫은 느낌도 남아 있어서 굳이 라이스볼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는 맛있는 찰밥과 나물에 추가 토핑된 과욕같은 느낌이 들었다. 꼭 먹지 않아도 되는데 식탐을 부린 듯한 죄책감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밥과 나물은 여전히 맛있다. 명란과 아보카도까지 어울렸을 때 찰떡궁합이 맞아 환상적인 맛을 뿜었다면 맛있다며 신나게 먹었을텐데 밥과 나물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하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함과 같다. 그런 점에서 오미 식당의 명란 덮밥이 만점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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