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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마마님 생신 기념 외식, 동해 막국수 서해에서 먹고 빨간거 짱구네에서 하얀거 먹고 와서 메밀전 부치며 집콕하기

d0u0p 2020. 12. 1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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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나 보러 다녀 오자는 제안에 흔쾌히 길을 따라 나서 주신 엄마마마님께서 봄부터 드시고 싶으시다던 메밀을 드디어 드신다며 좋아하셨다. 막국수가 좋을지 해물 칼국수가 좋을지 고민했었는데 차로 움직이는 길을 따져 보니 막국수 집으로 가는 경로가 일단 엄마마마님 쪽에서 바깥 쪽 창으로 바다 구경을 하실 수 있는 것 같아서 막국수 집으로 향했으나 바닷길임에는 틀림이 없었지만 탁 트인 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드라이브 길은 아니라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메밀 막국수를 좋아하셔서 다행이었다. 

비빔보다는 슴슴한 물막국수가 나은 것 같고 고소한 메밀전까지 맛있게 먹고 나왔다. 방역 2단계 중이라 김밥을 싸 들고 가야 하나 고민까지 했었는데, 점심시간이 약간 지난 상태라 한적했고 테이블마다 가림막이 준비되어 있어서 아주 약간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출발하기 전에 점심을 위한 식당을 찾으면서 우선 고려했던 점이 맛 보다는 식당 안이 얼마나 붐비는가였던 것 같다. 겨울이라 메밀 집은 조금 더 한가하리라 생각하기도 했다. 

마시안 해변에 있는 탐앤탐스는 루프탑으로 구성된 좌석이 있다고 하니, 트인 곳이라 혹시 부분적으로 영업을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들러 보기로 했다. 루프탑이라면 이 겨울에 어차피 추울테니 영업을 하신다 해도 오래 앉아 있을 수는 없을 것이고 음료는 나와서 차에서 마신다 해도 높은데 올라가서 바다 조망 정도 잠깐 하고 나올 수 있지 않나 하는 기대를 품었지만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까지 다 막아두신 상태였고 화장실 사용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방역 지침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러려니 하고 커피를 들고 나와 차를 바로 옆 갯벌 체험장 주차장으로 옮기고 차에 앉아 한동안 바깥 풍경을 구경했다. 그나마 차에 앉아 있을 때에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으니 숨 좀 쉴 것 같았다. 

마침 갯벌에서 즐겁게 한 때를 보내고 계신 가족들이 있어서 눈이 더 즐거웠다. 가까이서 같이 놀지는 못 해도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주시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라도 앉아서 탁 트인 풍경을 보고 있으니 답답했던 마음이 아주 조금 괜찮아졌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옛날 옛적에 정말 기 막히고 코 막히는 캐릭터들과 회식을 했었던 짱구네 빨간거에 들러서 하얀거를 포장해 왔다. 뭐 크게 유명하거나 맛 집인 것 같지는 않았지만 영종도 근처에서는 그럭저럭 이름 있는 낙지볶음 집인 듯 지점도 여러 곳에 있었다. 귀가길 경로에서 찾은 지점은 하필 예전에 가 본 적 있는 동일한 곳이었는데 건물 입구 찾기가 애매해서 조금 해멨다. 다행히 연포탕은 맛이 있었고, 거의 일주일을 부지런히 먹어야 다 먹을 수 있을 만큼 양이 많았다. 살아 있는 낙지를 냄비에 넣자마자 너무 꿈틀거려서 뚜껑을 급하게 찾았더니, 엄마마마님께서 스님들도 다 낙지는 드신다며 낙지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며 연신 사과와 함께 고백을 하셨다. 

연포탕도 그렇고 집에 있던 유정 낙지도 그렇고 동해 막국수에서 먹었던 메밀전도 그렇고 최근에 집에 모셔 온 1구 짜리 삼성 인덕션을 부지런히 사용하고 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것 마냥 없을 때는 그러려니 하고 살았는데 막상 식탁 위에 놓여 있으니 연포탕을 끓일 때에도 바로 옆에 두고 먹고, 남은 낙지도 신나게 볶아 먹고, 심지어는 평생 한 번도 집에서는 해 먹지 않던 메밀전을 부치기까지 했다. 

막국수 집에서 엄마마마님께 왜 이렇게 얇게 안 부쳐주시냐고 항의했다가 니가 부쳐보라시며 메밀가루를 사다 주셨는데 메밀도 20% 겨우 들어 있고 나머지는 다른 가루가 섞여 있길래 따로 부침가루를 섞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아서 그냥 부쳤더니 뒤집기가 너무 힘들었다.

메밀전이 이렇게 어렵다며 그냥 사먹는게 백 번 낫다고 하셨지만 남은 메밀가루는 그럼 이제 어쩌란 말인가, 어차피 갈 데도 없고 가지고 못하는데 엄마마마님과 요리퍼레이드나 하며 집콕해야 하는가보다.
남은 메밀가루로 칼국수 반죽을 하겠다고 하면 싫어하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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