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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이 과했지만 괜찮은 챨리 화판

d0u0p 2020. 9. 1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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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Etchr 슬레이트 사첼을 주문해서 받은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새로운 화판이 또 눈에 늘어 왔고, 촌스러운 체리목 인테리어와 똥주황색 시트지에 질려 호두나무, 월넛이라면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나는 이 호두나무 화판을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무 외에 황동 디테일이 있는 것도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한 달에 과한 화판 두 개를 사는 일은 정말 과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샀다. 

특히 대부분의 삼각대 플레이트와 연결 가능한 1/4인치 연결 구멍이 있다는 것과 하단 화판에 마그넷이 심어져 있어서 어반에 적합한 미니 사이즈의 철제 팔레트를 고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제법 큰 사이즈의 트러스코 철제 트레이도 잘 붙고, 나무로 만들어진 찰리 팔레트도 잘 펴서 힌지 부분을 접착시키면 고정시킬 수 있었다. 상판에도 마그넷이 중앙 상단에 있으면 여분의 자석으로 종이나 사진 등등을 고정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쉽다. 

붓을 꽂을 수 있는 곳은 사실 내가 가진 붓은 손잡이가 두툼한 여행용이라서 죄 들어가지 않아 조금 아쉬웠고, 관통해버리는 구조라서 연필을 꽂아 둘 수도 없었다. 일반 수채화용 붓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 옵션이다. 원래 사용 예시와 반대로 꽂으니 꽂을 수는 있었다. 

농장에 나가 팀장님이 수고스럽게 준비해 주신 생선과 함께 펼쳐 보니 자태도 곱고 집중해서 그림그리기에도 한없이 좋았다. 캠핑용 의자를 마련해 두기를 잘 했다. 삼각대는 원래 카메라용으로 사용하던 것인데 구매할 때부터 최대한 가볍고 좋은 제품을 골라서 그런지 20년이 넘게 잘 쓰고 있다. 번거롭게 키를 높이지 않아도 의자와 높이가 잘 맞아서 편히 앉아 그림만 그리다 올 수 있었다. 세상 만사 시름을 덜고 그림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좋았다. 

플랫화이트를 주문하면 받을 수 있는 작은 플라스틱 컵을 물통으로 사용해 보겠다고 구멍까지 냈는데 손잡이 및 고리로 사용할 철사를 찾지 못해서 급한대로 끈으로 묶어 들고 갔다. 철사가 대체 어디로 숨었을까? 

끈끈이라도 챙겨갔으면 상판에 뭔가 붙여 놓고 그리기 편했을 것 같다. 어반용이니까 풍경을 그리려면 상판 저 자리에 스케치북을 놓고 그려야겠지만, 농장 풍경은 단조로운 잔디밖에 없어서 사실 예전에 촬영해 두었던 사진을 꺼내 모과꽃을 그렸다. 길바닥에서 풍경화를 그리겠다고 이 많은 도구를 들고 움직일 자신은 없으니, 풍경에는 그래도 Etchr 슬레이트 사첼을 들고 나서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잔디밭 사이 사이 꽃 그림을 그리겠다고 진흙밭에 나앉을 수는 없었다. 하나는 처분해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두 가지 나름대로 장단이 있으니 둘 다 보관하기로 한다.

다음에는 Etchr 슬레이트 사첼과 낚시용 간이 의자를 들고 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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