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OTING

극혐아저씨들

d0u0p 2020. 7. 2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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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하고 더운 날, 동네 공원에 나가 땀을 뻘뻘 흘리며 모기에 뜯기면서도 꾹 참고 사진을 찍는데 다짜고짜 욕을 뱉는 노인을 만났다. 이미 거의 만취 수준이었고 스마트폰을 들고 사진을 찍는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시비를 걸고 노려 보며 욕을 하길래 근처에 관리인을 만나거나 역 앞에서 경찰을 만나면 해코지할까 무서우니 도와달라고 해볼까 싶었지만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욕쟁이 노인네의 행선지는 귀가길과 같은 방향이라 최대한 속도를 늦추고 따라갔다. 노인네는 또다른 취한 노인네들과 만난 식당 앞에서 주저 앉았고, 그들은 왠지 몇 번은 집 앞 주차장에서 술판을 열어 시끄럽게 하던 무리들과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공원에서 욕쟁이 취객을 뒤따라 가며 112에 신고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서울역 앞에서 순식간에 폭행을 당하고 신고를 해도 차일피일 미루다 피해자가 소셜미디어에 스스로 나서니 그제야 미적 거리던 경찰이 먼저 떠 올랐다. 사진 찍다가 욕 몇 마디 먹어서 내가 분하니까 모욕죄 및 명예 훼손으로 저 주정뱅이를 잡아달라고 해봐야 헛수고가 될 것이 뻔하니 참았다. 

술취한 방랑 욕쟁이 뿐만이 아니라 세상에 눈치 없고 염치 없는 혐오스러운 아저씨들이 넘친다. 

음료와 샌드위치를 사서 들고 부족한 손에 유리문을 겨우 밀어 여는데 그 사이를 밀어 붙이고 끼어 들어오는 아저씨, 비 오는 날 우산에 비닐 씌우는 기계가 정리가 안된 상태라 정리하고 있는데 뒤에서 지 우산 먼저 집어 넣는 아저씨, 비오는 좁은 길에서 굳이 지 옆구리 남의 우산에 부딪혀 낑겨가며 동료들과 삼열 횡대로 내달리는 아저씨, 만원에 가까운 엘리베이터에 비집고 들어와 타며 남은 여직원들은 걸어오라는 물염치하고 뚱뚱한 아저씨, 초딩 입맛 주제에 반찬 투정하는 아저씨, 남의 자리에 있는 발포 비타민 주인 없을 때 집어 먹고 왜 사탕이 아니냐며 어깃장 놓는 정신 나간 아저씨, 집안 일 뻔히 바쁜데 회사가 낫다며 야근하는 척 게임하는 아저씨, 사무실 한 가운데에서 바지 갈아 입는 미친 아저씨, 건강에 좋다며 비닐 봉다리에 생마늘 싸와서 아침부터 우걱우걱 씹어 먹는 아저씨, 이게 바로 그동안 실제로 목격한 현실의 아저씨들이다. 담배 피우고 꽁초를 길에 버리는 걸 한 번도 잘못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아저씨들이 널린 세상이다. 

물론 아줌마들도 있지만 카테고리가 조금 다르다. 나만 잘 한다고 세상이 바뀔 턱은 없지만 일단 나나 잘하자. 그런 아저씨들은 그냥 그렇게 사세요. 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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