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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 광화문 마실 : 이지만 을지로 입구까지 걸어서 찾아간 혜민당, 커피 한약방

d0u0p 2019. 10. 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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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오락가락하는 금요일 저녁에 광화문과 을지로를 헤집고 다니게 한 원흉이 이 책이었다. 가까운 매장에 재고가 없고 추석 바로 전이라 배송도 어렵고, 바로 드림 역시 가까운 매장에서는 열흘 지나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바로 그 날 받을 수 있는 광화문으로 부랴부랴 책을 찾아 갔던 것이다.

추석 때 조카들에게 보여 주니 한동안 그림자 놀이를 하느라 바빴다. 몇 시간 만이라도 코딱지만한 화면에서 뿜어내는 불빛 앞에서 손가락 하나 콕콕대며 스몸비 상태로 게임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손가락도 꼬아 보고 상상해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직접 몸으로 놀이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나마도 무리한 손동작을 거침없이 시도하는 바람에 또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일단 책은 두고 갔다. 

2019/09/28 - [EATING] - 불금 광화문 마실 : 보름

책을 바로드림으로 바로 받아 들고 일단 보름에 가서 신나게 떡볶이를 먹었고, 비도 그치고 배도 부르니 을지로에 있는 혜민당까지는 걸어갈수 있을 것 같아 걷기 시작했다. 교보문고에서 시작했으면 멀다고 느꼈을 수도 있는데 중간에 이미 종각까지 이동해서 먹고 나와서 다시 걸었더니 굉장히 가깝게 느껴졌다. 

팀장님을 으슥한 혜민당 골목으로 유인해서 불금을 마무리할 아이스아메리카노와 라즈베리 에이드를 주문했다. 

라즈베리에이드는 라즈베리청이 거의 잼 수준이라 꽤 달았다. 커피는 주문할 때 아이스로 괜찮은 원두를 추천받았는데 이쪽 것이 좋습니다라고 추천을 하시자 마자 남은 하나는 품절이라는 딱지를 붙이셔서 추천에 대한 진정성이 사뭇 의심스러웠지만 커피는 정말 맛이 있었다. 

전에 친구랑 갔을 때에는 커피가 너무 맛있다거나 뭐 그런 느낌은 아니었고 그저 독특한 컨셉을 가진 재미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커피가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게 맛이 있어서 원두를 구매하기로 했다. 

사무실에서 필터는 없지만 적당히 핸드드립해서 커피를 마시고 있어서 각종 원두를 바꿔 구매하며 마셔 보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구매했던 커피 중에 단연 으뜸이다. 시큼한 맛 싫어하시는 팀장님의 입맛과 달짝지근한 뒷끝을 가진 고소한 풍미를 좋아하는 내 입맛을 모두 만족시켰다. 카운터 맞은 편,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원두를 시향해 볼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고 구석에서는 초연한 표정으로 원두를 볶고 계셨는데, 어떻게 볶으면 이렇게 반질 반질 윤이 나게 볶아지는지 궁금하다.

이렇게 반짝이는 원두를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 원두는 이제 다 마시고 없다. 지난 주에 동났다. 온라인으로 구매할 방법이 있나 싶어서 찾아보니 없다. 

회식하러 종로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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