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OTING

2002년 거제도

d0u0p 2019. 1. 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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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게 쉬고 있는 통통배 한쌍, 이제 보니 작은데다가 빨갛고 노란 색이 잘 어울려 귀엽다.

거제도를 들어가면서 산비탈을 돌다가 잠시 바다를 내려다 보는 중이었던 그 길가에 서 있던 버들강아지풀

그 때에도 깜작 놀라게 했던 우편함, 이제는 정말 없을까? 서울은 이제 정말 길거리에서 빨간 우체통을 찾아볼 수가 없다.

파도에 차라락 감기는 자갈 소리가 좋은 몽돌 해수욕장 앞 바다

DSLR이 미처 보급되기 전이었을까, 첫 DSLR은 애매한 올림푸스 E-20N이었는데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기 이전에 SLR을 가지고 있었고 애매한 그 카메라로 열심히 사진을 찍던 때가 있었다. 

사족을 달자면 SLR은 싱글 렌즈 리플렉스 즉, 일안 반사식 카메라의 총칭이고 그것이 전자기계화된 것이 D-SLR이니까, 그 이전에 쓰던 필름을 사용하던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는 그냥 SLR에 속한다. 상대적으로 이안 리플렉스 카메라도 있다. 쉽게 구분해 보면 일안 리플렉스는 렌즈가 하나, 이안 리플렉스는 렌즈가 둘인 구조인데, 이안일 경우 촬영렌즈와 뷰파인더용 렌즈가 별도인 탓에 보는 것과 촬영되는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 촬영렌즈 하나만 사용하고 거울을 사용해서 촬영렌즈로 나타나는 결과물을 뷰파인더에서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일안 반사식 카메라, 사실 나도 좋은 거 썼으면 좋았을텐데 선택의 여지가 없이 손에 쥐어졌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으로 택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교육과정에 사진디자인과 사진 강의가 교양필수와 전공필수로 구성되어 있어서 카메라가 필요했는데, 그 때는 개념이 하나도 없어서 엄마마마님께 수동카메라를 가져 가야 한다고 하니, 엄마마마님이 마음대로 아무거나 사오셨던 것이 미놀타 X-700이었다. 물론 그 때 매장에서 최신형이었다고는 하시지만 나도 남들처럼 니콘이나 펜탁스를 쓰고 싶었다. 왜인지는 모르나 니콘보다는 펜탁스가 조금 더 부러웠다. 

지금은 쓰지도 않는 디지털 펜탁스가 방구석에 쳐박혀 있다. 언젠가 펜탁스에서 미러리스 김영일 바디를 새롭게 디자인해서 판매해 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로 K마운트 렌즈를 고스란히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펜탁스도 내가 원했던 카메라가 아니고 선택의 여지가 없이 손에 쥐어진 것이었다. 물론 지금 갖고 있는 펜탁스의 바로 전 모델을 껌딱지 렌즈라고 하는 그 납작한 팬케이크 렌즈에 빠져 쓰고 있었지만, 지금 남겨진 카메라는 그 바로 이듬해 발표된 모델이었는데 사실 애매한 버전이라 갖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은 아니었지만 남동생이가 굳이 결혼을 한다며 선물을 하겠노라고 부득불 사서 안겨주었던 것이다. 기다렸다가 더 상위 모델로 바꾸려고 했는데 본의아니게 애매한 버전으로 안착하게 되었다.  

우윳빛 바다가 마음에 든다.

카메라 이야기 하다보면 날밤 샐 수도 있을 것 같다. 기계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사진을 잘 찍는 것도 아닌데, 그냥 카메라라는 사물에 우여곡절이 많이 묻어 있다. 

쪼꼬맹이일때부터 들고 다니던 이안 반사식 카메라도 하나 있다. 아빠가 그냥 외우라며 조리개 수치를 알려 주셔서 흐린날은 5.6이나 2.8 맑은 날은 8에서 11, 그 카메라는 뷰파인더에 조리개 설정에 따라 셔터 스피드가 몇인지 확인을 할 수 있었는데 60보다 낮아지면 플래시를 켜고 찍어야 한다는 것 정도를 배우고 소풍가는 날 들고 갔었는데, 첫 롤은 그냥 망했었다. 심지어 카메라도 잃어버리고 와서 아마 관광버스 회사에 연락하고 어쩌고 해서 겨우 찾았던 것 같다. 카메라 수배과정에서 필름을 감지 않은 채로 커버를 열어서 사진은 하나도 얻을 수 없었다. 꾸중을 들었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꾸준히 들고 다니며 친구들 사진도 찍어 온 걸 보면 크게 혼나지는 않았나 보다. 

몇 년 전에 다시 꺼내 보았지만 다시 들고 다니고 필름을 뽑고 할 의지가 생기지 않아서 도로 잘 모셔 두고 있다. 원래 패키지로 플래시까지 함께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건 또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안타깝다. 

미놀타는 이제 미련이 없다. 남동생이가 새 카메라는 사줬지만 카메라를 빌려갈 때마다 고장내서 돌아오는 통에 수리센터에 갔다 오고 마지막으로 쓴것도 그놈이지만 카메라가 온전치 못하게 돌아와서 이제 미련을 버리고 포기한 채로 보관만 한다. 

애매하게 들고 다니기 무겁고 큰 카메라인 편이라 차라리 올림푸스XA를 써 보는 편이 좋겠지만, 편리하기로 치자면 아이폰을 당할 수가 없다. K마운트 가능한 미러리스 바디에 와이파이 업로드 가능한 펜탁스 신제품이 나올때까지 기다려 보자. 그 때까지는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다니는 일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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