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날아 바다를 건너는 일은 언제나 즐겁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멀미 안나는 교통편은 어디에 있을까?빅사이트 가는 길, 2002년에 처음으로 북페어에 갔었다. 지금은 시들해졌지만 정글아카데미가 한창 호시절일 때 디자인 투어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때 참여했었다.
긴자 그래픽 디자인 갤러리인 GGG 입구, 투어 프로그램은 대부분 인쇄와 그래픽 디자인 관련 전시 관람으로 꽤 알차게 짜여져 있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그래픽 디자인만 전문적으로 전시하는 갤러리는 없지 않나?
역시 긴자 근처에 있는 페이퍼 갤러리의 전시물, 이제는 우리나라도 페이퍼 갤러리가 몇 군데 있지만 이 때만 해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구성이 알찬 샘플북도 받았고, 샘플북의 형태도 여러 가지였는데, 실제 생산되는 종이를 가공해서 오리거나 접어서 봉투나 카드로 사용할 수 있게 샘플을 만들어서 제공하고 있어서 좋았다.
전체 벽면이 유리블럭이었던 건물이 인상깊었었는데, 1층에 에르메스 매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인기가 어마무시해서 가려고 하면 정말 만반의 준비가 필요한 지브리 뮤지엄, 프로그램 중 일부를 포기하고 별도로 팀을 꾸려서 허락을 받고 다녀왔다.
뮤지엄 내부는 사진 촬영이 안되서 자료가 거의 없고, 토토로의 꼬마 마이가 뛰는 실물 인형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스트로보스코프가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났었다. 지금은 용산에도 네코버스가 있지만, 그 때 처음 어린이들만 들어가서 놀 수 있는 네코 버스를 보고 나이를 탓하며 아쉬워 했던 기억도 있다. 하코네는 로망스카로도 갈 수 있고, 일반 열차로도 갈 수 있는데, 일반 열차를 탔었나 보다. 아직도 생각나는 건 승차 플랫폼을 몰라서 물으니 역무원 아저씨가 일레븐을 이레분이라고 알려 주셔서 이레분이 일레븐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한참 걸렸고, 그 이후로는 한참 웃으며 열차를 타러 갔다. 마음 먹으면 하코네 지역에서 볼 만한 게 꽤 많은데, 그 중 하나 꽂혔던 것이 어린왕자 박물관이었다. 도쿄역에서 물어 물어 갔다. 외관에서 보기에는 크지도 않고 너무 아름답지도 않지만 주변이 잘 가꾸어져 있어서 작지만 쏠쏠하게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생텍쥐베리의 자필 원고, 박물관 내부는 특별히 촬영이 금지되어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플래시 촬영만 하지 않으면 가능했었던 것 같다. 칼데라호로 유명한 하코네의 호수, 유람선은 딱 한 번 타 봤는데, 코스 별로 중국 단체 관광객, 한국 단체 관광객, 미국 단체 관광객이 오르 내리고 조용한 호수와는 대조적으로 유람선은 부산스러웠다. 유람선에서 내려 어떻게 돌아 왔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2003년이었니까, 그 정도는 기억을 못해도 괜찮다.
디즈니월드 옆에 따로 조성되어 있는 디즈니시가 어른들이 즐기기에는 더 좋다고 한다. 머메이드파크였나 실내 놀이공간의 외관이다.
디즈니씨의 귀여운 놀이기구, 은평구에 있는 롯데 언더씨 킹덤은 브랜드 제휴라고 맺고 운영하고 있는 것일까, 별도로 포스팅해 볼까 싶을 정도로, 십 수년 만에 한국에서 디즈니씨의 언더씨킹덤과 판박이처럼 꾸며 놓은 공간을 보고 망연자실했었다. 내가 저작권자도 아니지만 씁쓸했다.
마이하마 역에서 내리면 디즈니랜드나 디즈니씨까지 연결되는 작은 디즈니 열차를 타게 된다. 미키마우스 손잡이 정말 떼 오고 싶었다.
램프의 요정 지니가 있는 회전 목마, 탑승도 했었던 것 같다. 이제는 회전 목마도 어지러워서 못 탈 것 같다.
가부키죠 입구, 야쿠자도 마피아도 많다고 하지만 잘 모르겠다. 일본어도 거의 못 할 때라서 멀리서 바라만 봤던 것 갔다. 도쿄는 이때부터 이미 도보중 흡연이 금지된 거리가 곳곳에 있었다. 복잡한 시내에서 불붙은 담배를 손에 쥔채 걸어가다가 지나가던 작은 어린아이에게 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 바뀌었다고 했다.
오다이바에 도요타 쇼룸이 있다. 지금도 조카들과 도쿄에 가라고 하면 들러보고 싶은 곳이다. 도요타에서 만들고 있는 자동차에 어떤 색이 적용되어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특정 차종을 선택하면 생산되고 있는 컬러가 앞으로 나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현대차, 기아차, 열일해야 한다.
후지TV의 마스코트가 하늘을 날아 다니고 있다. 나중에 김선생한테 인형 선물도 받았던 것 같다.
후지TV 맞은 편에 코카콜라 스토어가 있다. 지금 다시 가면 뭐라도 쓸어 올텐데 그 때는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오다이바의 비너스포트, 사회 초년생일 때라 봐도 뭐가 뭔지 모르던 때라 대충 구경했던 것 같다. 천장에 영상으로 하늘이 표현되어 있다. 2003년, 서울에는 실내 쇼핑몰이 있었나?
그 옛날 도쿄에서는 시내에서도 아름다운 색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환경도 다르고 하다 못해 사용하는 색종이의 색도 다르니 색채 감각이 당연히 우리랑 다를 수 있는데, 실제 환경에 감각적인 적용을 할 수 있는 건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소니 쇼룸에서도 역시 유리 배색에 감동했었다. 이 때 소니가 전략적으로 다음 고가 제품군에는 로열블랙이었나 프리미엄블랙을 사용하던 때였는데, 파란색 계열의 조합이라니 지금 보니 뭔가 괴리가 있다. 위로 올라 가면 여러 가지 체험을 해 볼 수 있게 복합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때 소니에서 판매했던 PDA가 아직도 생각난다. 원래 갖고 싶었던 제품은 버튼이 방울방울 뾱뾱 눌리는 예전 버전이었는데 단종되어서 하는 수 없이 나중에 카메라가 달린 신제품으로 구매해서 일본어 공부할 때 꽤 유용하게 사용했었다.
아마도 소니 갤러리 근처의 사거리에 있는 도토루에서 오가는 사람 구경하며 잠시 쉬었던 것 같다. 사람 많다. 영등포만큼 많다.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였던 지하철 역의 플랫폼 구분 컬러, 이런 환경 색채는 정말 충격적일 만큼 좋았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예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쉬운 일이 아니란 것도 알지만, 누군가는 고분군투 노력하고 바꿔야 할 일이다.
2002년에 프로그램 마지막 날 비도 오고 일정이 부족해서 못 갔던오페라 시티의 오존 갤러리를 잠시 들러 보았던 것 같은데, 그 때에는 인테리어 디자인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지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신주쿠 NS 빌딩의 거대한 시계추, 숙박했던 호텔 바로 옆이라 맞은 편의 전망대를 올라 갔다 잠깐 들어 갔었는데, 이 근처 지하로 연결된 길에는 노숙자가 많았다. 서울이나 도쿄나 다를 바 없었다.
지금 도쿄를 다시 가라며 숙소를 정하라고 하면 또 신주쿠 워싱턴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성 전용 층이 별도로 있고, 공항 리무진을 바로 타고 내릴 수 있고, 걸어서 몇 분 안되는 거리에 도쿄 시내에서 볼 만한 빌딩들이 군집해 있다. 그러나 도쿄를 다시 갈 수 있을까?
2002년은 아카데미의 디자인 투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여행이었고, 2003년은 친구와 둘이 다녀온 자유 여행이었다. 디자인 투어는 빅사이트에서 열리는 북페어 참관과 그래픽 디자인 갤러리, 이토야 문구 센터, 페이퍼 갤러리, 소니 갤러리와 함께 인쇄소를 견학하는 과정이었는데, 인쇄소 견학을 빠지고 별도 팀을 구성해서 지브리 뮤지엄을 다녀 왔다. 그리고 나서 다음 해 투어 프로그램 구성이 지브리 뮤지엄으로 바뀌었었다.
친구와 함께 했던 여행은 친구가 처음이었던 터라 일정을 내 마음대로 짜도 모두 좋다 하였지만 내내 마음은 불편했다. 정말 좋아서 좋다고 하는 건지 싫지만 그냥 참고 따라 주는 건지 속내를 알 수 없어서 힘들었다. 전에 가 본 적 없는 곳과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을 적절히 섞어서 하코네에 어린왕자 뮤지엄을 추가하고, 디즈니랜드도 디즈니씨로 변경하고, 쇼핑할 거리가 있는 번화한 긴자와 하라주쿠, 오다이바 정도를 들렀던 것 같다.
지금 제일 궁금한 곳은 오다이바, 오다이바가 넓어서 조이플러스에서 놀만한 여유가 없어서 빼먹었었다. 그리고 새로 생긴 놀 거리인 마리오카트 타러 가고 싶다. 마리오 카트는 오사카와 오키나와에도 있다고 하니, 호오오옥시 호오오오옥시라도 일본 여행 계획 세우게 되면 잊지 않겠다.
어디라도 지금 당장 달려 나가고 싶지만, 겨울이라 춥기도 하고, 바쁘기도 하고, 집도 사고 싶으니까 일단 참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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