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OTING

퇴근길

d0u0p 2019. 6. 2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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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걸어서 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서 일할 수 있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싶게 지난 봄 퇴근길은 매우 즐거운 길이었다. 공기 맑은 날은 운동도 할 겸 몇 번 걸어서 퇴근했는데 볼 거리가 풍성해서 귀가 시간이 예정된 것보다 훨씬 지체되곤 했다. 

​도로 위에는 차들이 꽉꽉 들어서 있어 막히지만 걷는 길은 여유롭고 한가하다. 이 길이 가을에는 하늘이 더 곱고 예쁜데 가을에 또 걸어다녀야겠다. 이제는 낮 시간이 길어져서 퇴근 시간에 맞춰서 해 지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퇴근을 더 천천히 해야 하는데 또 그럴 순 없다. 정시에 퇴근하자. 

윤중로를 운전하며 오고 갈 때 이쪽 길가에 들꽃이 가득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언젠가 꼭 그곳에 가 보겠다고 다짐한지 벌써 족히 5년은 지났을 것 같은데, 같은 자리라고 생각되는 그곳에 정말 꽃과 풀이 무성해서 너무 기뻤다. 굳이 덧붙여 보자면 이 근처에서 여의도 역으로 꺾어지는 길목에는 앵두나무가 있다. ​​

​그리고 차들이 지나갈 때 일으키는 바람 덕에 버들 강아지들이 시원하게 춤을 춘다. 바람 소리를 녹음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가볍게 퇴근하는 길에 별 걸 다 바란다. 이런 그림 남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몇 번을 걸어 다니면서 이 근처에는 이 꽃, 저 근처에는 저 꽃  구경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는데 한 시간 남짓 걸어 돌아오고 나면 아홉시가 되자 마자 지쳐서 졸게 되었고, 다음 날 아침 집을 나서는 길에 엄마마마님께 걷지 말고 차 타고 오라는 당부를 받았다. 

날씨가 더 더워지기 전에 몇 번 쯤은 더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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