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 미대생이라도 그림 그리는 게 싫을 수 있다. 재료에 능숙하지 못하고 내 뜻대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며 좋은 결과물을 낼 때까지 연습하기에는 재료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망칠때마다 다시 그릴 때마다 짜증났던 그 렌더링을 다시 해야 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학부전공이 산업디자인이라서 제품디자인과 렌더링은 경험이 있어서 지금은 다행이긴 하지만, 어떻게 그려가도 C밖에 못 받고 늘 0.5번 마카가 동나서 비싼 마카값이 감당이 안되던 그 때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그냥 싫다. 마카는 싫다.
요즘은 화실에서 입시 준비를 하지 않고 수시로 실기 전형 없이 디자인 전공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더 놀라운 사실이었고, 실제로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릴 줄 모르는데 어떻게 디자인을 할 수 있나 의아했는데, 지금 선생은 이 커다란 구를 보더니 대뜸 입시 스타일이라 하였다. 입시 실기의 시작은 육면체, 각기둥, 구 삼종의 입체가 시작이니까 이걸 못 그릴 수는 없다.
아무튼 숙제로 받은 여러가지를 하던 중 구만 그리다 보니 너무 지겨워서 딴 짓을 하기 시작했다.
구라면 역시 BB8이지, 복잡미묘한 파트를 들여다 보며 옮기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시험 시간 스케치는 30분 안에 끝나야 하는데 30분은 무슨 세 시간은 걸린 것 같다.
대충 그은 채로 칠하다가 망하는 수가 있으니 다시 다듬어 주고, 색칠을 시작했는데 앞서 숙제할 때 구를 너무 크게 그려서 마카가 똑 떨어졌다.
전체적으로 더럽지만, 그림자에서 완전 진짜로 망했다. 숙제를 모두 접고 충전 잉크를 사러 터덜 터덜 남대문에 다시 다녀왔다. 그나마 옛날보다 나아진 것은 물론 색상별로 따로 사야 하지만, 충전 잉크를 사면 그래도 충전해서 부담없이 다시 마카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선 좀 진짜 깨끗하게 못 긋나 걱정이다.
R2D2도 그려 보고 싶은데 기력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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