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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 디미방 가려다 잡방 가서 밥 먹은 서울트렌드로 꽉 찬 날

d0u0p 2018. 5. 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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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방이 아닌 잡방의 간판

타향살이 하는 친구와 경기도민 친구와 얼마 전 상경하여 서울에 거주중인 친구가 모여 시내 구경을 했다. 익선 디미방을 찾아 가기로 하고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한 나는 디미방이 아닌 비슷한 간판의 또 하나의 양식당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하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점심 시간이 되기도 전이었는데 주변 식당들은 이미 다 만석이고, 줄이 한참 길었으므로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일행이 다 오지 않을 경우 원칙적으로 착석 후 10분 이내에 일행이 도착한다는 것을 전제로 자리를 내어주지만 대기가 별로 없으니 일단 들어오시라 하여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열독했다. 줄을 서 있을 때도 안에서 파스타 면을 준비하는 장면을 보았는데 메뉴 구성이 다양할 수 있으니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들어가서 메뉴판을 열독하다 보니 확실히 검색했던 내용과 많이 달랐다. 한식이라더니 한식은 어디 있는 것인가 한참 찾다가 문득 디미방이 아니고 왜 잡방인 것인가 궁금했고, 간판에 사용되는 로고가 같으므로 같은 집인데 점심에는 양식을 하는 것인가 싶었지만 친구들이 모두 도착한 시간에나 되서야 디미방은 조금 더 들어가야 있는 별도의 가게인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익선동에서 밥을 먹는다는 이벤트가 중요한 것이었으므로 즐겁게 식사했다. 

나름 타향살이 친구에게 어울리는 양식이라 괜찮았다.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께서 계속 한식을 주셨으니 이제 한식이 질려 빵이 먹고 싶었다던 친구에게는 잘 된 일이었다. 먹고 나와서 옆에 있는 디미방 앞에서 메뉴를 확인하고 비프 부르귀뇽을 아쉬워 하며 익선동을 한 바퀴 돌았다. 한가한 곳에서 생활하다가 복잡하고 활기찬 골목길을 돌아 보자니 정신이 혼미해 졌다. 어느 곳이든 사람이 꽉꽉 차 있어서 익선동에서의 후식은 마다하고 친구가 미리 추천한 한가한 을지로 골목 카페로 향했다. 예전에 인쇄소 골목이던 곳이 이제는 빈티지한 카페가 가득한 거리로 바뀌었다고 한다. 친구의 추천은 엘피를 들려 주며 잘 생긴 청년이 섬세하게 드립을 해준다는 커피 한약방이었다. 

예전 혜민서 터라서 커피 한약방 골목목을 사이에 두고 혜민당이라는 파티쉐리가 있는데, 사실 같은 집이라고 한다. 커피 한약방 쪽 카페는 1층에만 좌석이 있고 만석인 상태였고, 혜민당 쪽 건물에는 2층까지 좌석이 있고, 1층에 다양한 디저트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같은 매장이라 건너편에서 주문한 커피를 들고 혜민당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커피 맛있었다. 한 동안 수다를 떨다 한 명이 겨우 드나들 수 있는 골목으로 빠져 나왔을 무렵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지하 통로를 통해 명동 롯데 백화점까지 이동해서 막간을 이용한 엄청난 폭풍 쇼핑을 한 후, 저녁을 먹고 가느냐, 차를 마시느냐를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차를 마시면서 결정하자고 하였지만 마땅히 여유롭게 앉아 쉴 곳을 찾지 못했다. 결국 저녁을 일찍 먹기로 하였고, 그간 친구들이 궁금해 하던 어복쟁반을 먹기로 했다. 대동문은 공휴일이라 영업을 하지 않아 평가옥으로 향했다.

푸짐하고, 셋이 먹자니 양이 많아서 냉면이나 다른 주전부리를 할 수 없었던 게 아쉽다. 가격이 많이 올라서 작은 사이즈가 육만원이 넘는다. 냉면도 거의 13,000원으로 상향 조정되어 있었다. 남북 평화 협상에 이런 후폭풍이 나타날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이왕 하는 거 그동안 고팠던 한국의 트렌드를 모두 소화하고자 디스트릭트 와이에 있는 카페 진정성을 찾아 갔다. 아이스 밀크티가 뭐니뭐니 해도 트렌드 아니었던가?! 명동에서 갑자기 디스트릭트 와이로 건너 뛰게 된 것은, 평가옥 광화문점을 가려다 보니 비가 와서 걷기에는 멀고, 타기에는 욕먹을 거리라서 그냥 내친김에 택시를 타고 여의도로 이동하게 되었다. 덕분에 세 친구 모두 집까지 이동이 수월해 졌고, 식사 후 일어나서 디스트릭트 와이로 갈 수 있었다.

일요일에 서울랜드에서 걸었던 만큼 걸었던 날이다. 중간에 휴가까지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연휴를 힘차게 달린 나머지 골골거리고 있다. 주말엔 방콕 당첨!이지만, 디스트릭트 와이 지하에 갔더니 헤븐온탑이 보였고, 또 다시 애프터눈 티의 유혹이 밀려 와서 친구1님을 소환한 상황이다. 응답하라, 애프터눈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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