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INGKING

마시는차, 맛있는차, 아직도 어려운 서울에서 애프터눈티 마시기, 오설록1979

d0u0p 2018. 4. 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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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눈티로 핫하다고 소문 난 용산 오설록 1979를 드디어 갔었다.

무슨 배포인지 어리숙함인지 예약도 안하고 가서 당연히 애프터눈티는 불가능했었다.

그보다는 너무 오랜만에 용산에 가니 새로 들어선 빌딩들이 많아서 신기했고, 아모레퍼시픽 빌딩 1층에 막상 가 보니, 휑하다 싶을 정도로 아직 단장이 덜 된 듯한 새 빌딩이었는데, 미술관이라기보다는 아모레퍼시픽의 역사박물관인 느낌의 전시장이 한 편에 있고, 친구가 오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들어가 볼 수 있지만, 장르가 애매해 보이기도 하고, 오묘한 위화감이 들어서 쉽게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오설록 애프터눈티는 오픈한 지 얼마 안되었지만 가성비 좋다하여 전부터 찜해 두긴 했었는데, 애프터눈티 주문은 주중에만 가능하다고 해서, 찾아가고자 마음 먹은 삼일절은 주중이지만 공휴일인지라, 애프터눈티 자체가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부터 애매한 상황이어서, 일 껏 찾아가도 허탕일 수 있어서 예약은 애초에 생각도 안했었고, 막상 삼일절이 되어 마음이 너무 한가해져서 갑자기 친구와 가보기로 하여 일단 가 보고, 안되면 적당히 차나 한 잔 하고 올 셈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더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일단 보기에도 자리가 없었긴 했지만, 자리가 나도 자리를 내어줄 수 없고, 별도로 대기할 공간이 없으니 기다리실 수 없다는 응대에 너무 당혹스러워서, 밖에 저렇게 공간적인 여유도 넘치는데 가라는 게 무슨 태도인가 싶고, 화를 낼 타이밍인가 싶기도 하였지만, 어차피 친구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매장 밖으로 나와 친구를 기다리면서, 전화로 예약을 해 두면 혹시 가능할까 싶어서(무슨 짓이람) 전화를 걸어 보았으나 통화는 할 수 없었다.
지금 자리가 없고 언제 자리가 날 지 모르니 그냥 가시라고 하였지만, 오후 늦게라도 예약이 혹시 되면 다른 데 들렀다가 다시 올까 싶어 전화를 걸어 보자 마음 먹었던 것인데, 전화를 걸다 보니 차를 다 마신 손님들이 일어나서 나오고, 테이블이 두 테이블 넘게 비길래
반색하며 다시 들어 갔는데, 반응이 또 의외인 것이 빈 자리가 있지만, 그것이 예약이 차 있어서 지금 카페에 와 있는 나와 친구는 앉을 수 없고, 이미 바 테이블에 앉아 계신 분들도 원래 예약하였는데 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앉으신 거고 그 분들이 우선이신 상황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읭? 네? 테이블이 이렇게나 많은 것을?! 그리고 이 테이블이 예약이 있고, 그 바 테이블 손님들의 자리라면 그 분들이 자리를 옮기고 나면 바 테이블은 비는 상황이고, 그 자리에도 못 앉는 것이냐고 하니, 그제서야 그러면 확인을 해 드리겠다며,
바 테이블에 계신 분들에게 자리 이동하시겠냐 묻고, 한 좌석의 분들이 이동하신다고 하여 겨우 바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뭐, 예약을 꽉 차게 받아버리신 후라 어쩔 수 없다는 건 알겠는데, 애초에 예약을 적당히 받으시고, 테이블 회전도 시켜 주시고 하셔야지, 히융, 말씀은 차분하고 친절하게 잘 해 주시지만, 사실 내용은 자리 없으니 가라! 여서 화를 낼 수도 없고 안낼 수도 없고 좋지도 싫지도 않은 상황이 되었고, 차를 다 마시고 나올 무렵에는 바우처를 별도로 챙겨 주셨지만, 이렇게나 문턱이 높아서야 언제 써 보기나 할까 싶긴 하다.

아직 그대로 가방 속에 굴러 다니고 있고, 5월 1일은 평일이면서 쉬는 날이니까 미리 예약하고 가볼까 싶긴 한데, 우선은 4월 마지막주에 잊지 않아야 할 일이지만, 그 때 예약이 되긴 될까 궁금하기도 하다. 

역시 서울에서 애프터눈티 하기는 어려운 일인 것이다. 
착석하고 나서 혹시나 만에 하나 혹시나, 그렇다면 애프터눈티는 가능한가 궁금해서 물으니, 소진되어 불가능한 상황, 그건 이미 알고 왔으니 어쩔 수 없어서 옆 테이블의 애프터눈티를 구경만 하며 차와 티푸드를 고르기 시작했다. 



여덟가지 종류의 차를 시향할 수 있고, 홍차 초보자들인 우리는 역시 가향차가 최고라며 웨딩 그린티와 동백이 피는 곶자왈, 녹차 팬케이크를 선택했다. 차도 시큰둥, 팬케이크도 시큰둥했으면 정말 전체적으로 시큰둥한 방문기가 될 뻔 했지만, 차는 좋았고, 팬케이크도 꽤 좋았다. 이니스프리처럼 플러피한 스타일은 아니었어도 적당히 부드럽고 촉촉해서 맛이 있었고, 차는 뭐 너무 향긋해서 사실 기분이 좀 풀리긴 했다. 달콤하고 향긋한 음식으로 이렇게나 쉽게 평온을 찾을 수 있다니 놀랍다. 

옆 쪽으로 일반 캐주얼한 오설록 매장도 있어서 사실 정 안되면 그 쪽으로도 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운이 좋았던 것으로 해야 하는건가, 최근에 여의도 디스트릭트와이에 파스타가 좋다는 집이 있어서 갔었는데, 그 옆 매장에서 토요일인데 애프터눈티 메뉴를 즐기시는 분들을 보고 너무 반가와서 곧 가 볼 예정이다. 오설록도 다시 꼭 가 봐야지, 까먹지 말아야지,  


2017/12/18 - [EATING] - 서울에서 애프터눈티 마시기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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