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 나가지 않고 나흘 동안 집에서 영화 보고 밥 먹고, 밥 먹고 영화 보고 그럴 요량으로 일단 휴가를 냈고 시간도 남으니 배달보다는 집에서 지지고 볶아 먹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밀키트를 주문했다.
마라탕과 기름떡볶이, 칠리 크랩 세 가지를 주문했는데 무더위 속에 이틀 연속으로 뜨겁고 매운 음식을 볶아댔더니 칠리크랩은 차마 꺼내기 싫어 냉동실에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마라탕은 두 종류가 있었는데 한참 들여다 보다가 재료 구성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아서 그 중 중량이 작은 제품으로 선택했는데, 우삼겹이 생각보다 양이 너무 많았다. 기름지기도 하고 내 입맛에는 느끼해서 많이 먹기 힘들었다. 고기를 반만 넣었으면 좋았을텐데, 냉동된 고기를 해동해서 쓰자니 번거로와서 그냥 하다 보니 고기를 전부 집어 넣는 바람에 기름진 마라탕이 완성되었다. 숙주를 따로 사다가 넣었으면 좋았겠지만 뭐 이대로도 그냥 먹을만했다.
중국에서 먹었던 마라탕의 마라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맛이 조금 다르기는 했다. 한국 사람들 입에 맞게 마라는 좀 줄이고 두반장이랄지 뭔가 장류가 더 들어가 있을 법한 소스였다. 예전에 올케가 중국에서 직접 사다 준 마라샹궈용 소스는 거의 기름이다 싶은 라유가 반이라 전혀 되직한 느낌은 아니었다.
아쉬운대로 적당히 얼얼한 맛이 좋았고 옥수수면이 꽤 괜찮긴 했었는데, 느끼한 맛이 강해서 아쉬웠다. 마라탕 집에서 재료를 골라 넣을 때에도 나는 우삼겹은 절대 선택하지 않을 것 같은데 한국식 마라탕은 우삼겹이 메인인지 마라 제품에도 거의 우삼겹이 포함되어 있다. 고기 빼고 주문하고 싶다.
기름떡볶이는 생각했던 것 보다는 맛이 없었다. 맛이 있고 없고의 기준은 다 그냥 제 입 맛일텐데, 일단 내 입에는 달았다. 너무 달았다. 단 맛이 강하고 마늘 맛은 덜해서 심드렁했다.
예전에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레시피만으로 집에서 직접 양념해서 볶아 먹었던 기름 떡볶이가 훨씬 맛이 있었다. 양이 많아서 세 번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귀찮으니까 일단 다 볶은 뒤 소분해서 냉동 보관중이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꺼내 먹을 때 간장이랑 마늘 좀 더 넣고 먹어봐야겠다.
칠리 크랩은 주말에 꼭 볶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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