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OTING/FLOWER

산모기에게 헌혈하고 찍은 꽃들

d0u0p 2020. 7. 2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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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가 자꾸 아침에 잠깐 피었다가 진다더니, 도라지도 갑자기 꽃이 피었다길래 부랴부랴 카메라를 싸들고 농장에 다녀왔다. 해가 질 때 쯤이면 선선하겠거니 생각하고 늦게 출발했는데 하루 종일 해가 뜨지 않아 선선하던 날씨가 농장에 도착하자 마자 격변하여 화창하고 뜨거운 날씨로 변해 버렸다. 

농장 시그니처 모히또를 한 잔 얻어 마시고 더위가 가시기를 기다리다가 꽃을 찾아 나섰는데, 의외로 남아 있는 양귀비 꽃이 겨우 한 송이 있어서 집중하다보니 그 사이에 모기가 달겨들었고 모기를 쫓다 보니 급하게 챙겨간 카메라 배터리가 똑 떨어지는 순간에 양귀비의 꽃잎도 똑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수북한 잡초 사이로 숨어 피어 있는 도라지 사진을 찍겠다고 낫을 든 언니를 졸라 풀을 베어 겨우 사진을 찍고, 길가에 핀 코스모스를 조명까지 챙겨 들고 열심히 찍는 사이에도 모기가 계속 달겨 들었다. 돌아왔을 때에는 별 반응이 없었던 물린 자리가 다음날부터 붓기 시작했는데, 한 두 군데도 아니고 심지어 손이 닿지 않는 팔뚝 뒤까지 물린 자리가 가려워서 난감했다. 그나마 긴 바지에 장화를 신어서 다리 쪽은 딱 한 군데에만 물리고 말았는데 긴팔을 입지 않고 팔뚝을 내어 놓았았으니 내어 놓은 팔뚝은  남김 없이 모두 맛있게 물어 뜯어 먹었던 것이다. 

다음 날 저녁부터는 가려움을 참을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서 벌레 물린데 바른다는 약도 바르고 안티푸라민도 발라 보았으나, 벌레 물린데 바르면 좋다는 롤 타입 용액은 바르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다시 가려워져서 아무 소용이 없었고 안티푸라민은 한 번 바르고 나면 그나마 두어시간 정도는 참을 만 해져서 일단 안티푸라민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 발랐지만 결국 자다가 가려워서 일어나 다시 안티푸라민을 바르고 자느라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약국에 가서 팔뚝을 내밀며 약을 청했고, 연고형과 패치형 두 가지를 보여주셨는데, 욕심에 둘 다 쓰고 싶었지만 한 가지만 써야 한다 하시고, 패치형은 일단 붙여 두면 손이 덜 간다 하시니 패치형을 써 보기로 하고 받아 왔다. 30매 짜리지만 붙여야 할 곳이 열 군데가 넘으니 하루 종일 붙여 두었다가 해결이 안되면 계속 붙여야 하니까 두 팩을 구매해서 돌아와 일단 붙여 보았다. 

1) 모기 패치를 떼고 난 직후 - 2) 온찜질한 직후 - 3) 온찜질 후 30분 뒤 

패치를 붙였을 때에는 크게 가려운 줄 모르고 참을만 했는데 저녁에 씻으면서 떼고 나니 다시 가렵기 시작했고, 물린 자리는 더 벌겋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엄마마마님께서 방송에서 얼음을 대면 좀 덜 가렵다고 했다고 하셔서 일단 얼음을 대 보았으나 크게 효과가 없는 것 같고 미덥지 않아서 얼음을 댄 채로 열심히 검색을 해 보니 냉찜질이 아니라 온찜질이 효과가 있다고들 했다. 약간 높은 온도로 찜질을 하면 산모기가 흘려 넣은 혈액 응고 방지를 위한 그 무언가가 용해되면서 덜 가려워진다는 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읽고는 일단 온찜질로 바꿔보기로 했고, 집에 있던 온열 찜질기를 켜서 찜질을 하기 시작했다. 온찜질이 확실히 효과가 있긴 있어서 붓기도 가려움도 거의 사라지는 것 같아서 신기해 하며 즐거웠는데, 찜질기를 치우고 잠깐 드라마를 보며 뒹굴다 일어났더니 찜질했던 자리가 이상했다. 붉은 자국이 너무 심해서 설마 당장 응급실을 가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일단 통증도 없고, 어딘가에 물집이 잡힐 기미도 보이지 않아서 기다려 보기로 했다. 올케가 저온화상일지도 모른다고 해서 다시 급하게 저온화상 증상도 찾아 보고 응급 처치법도 찾아 보니 일단 열감을 식혀 주라길래 급한대로 수건을 물에 적셔서 양팔을 둘둘 감고 잤다. 멀리 있는 닥터 게르만에게 사진을 보내고 잠이 들었는데, 독일어인지 라틴어인지 모를 말과 함께 열 때문에 빨갛게 된 거라며 지나면 괜찮아 진다고 메시지가 와 있었다. 괜찮아지겠지 싶어서 이미 자고 일어났는데 진짜 괜찮아졌다. 빨간 자국은 다 사라졌고, 모기 물린 자리도 모두 가라앉았다. 너무 뜨거워서 그랬는지 찜질하고 나서 바로 가라앉고 가렵지도 않았었는데 빨간 팔뚝 때문에 놀라서 잊고 말았었다. 온찜질이 확실히 효과가 있긴 있다. 찜질기가 물을 거의 팔팔 끓인 상태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라 너무 뜨거웠었던 것 같다.

엄마마마님께서 습한 날씨에는 또 가려워진다고 하시더니, 아니나 다를까 장마철인지라 저녁 때 쯤 되면 다시 벌개지면서 조금씩 가렵지만, 온찜질 이전의 가려움과는 천양지차라 다행히 참을만 하다. 

어휴, 조심해야지. 깜짝 놀랐네. 산모기 싫다. 너무 싫다. 너무 가렵다.

산에 갈 때, 밭에 갈 때, 꼭 긴 팔, 긴 바지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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