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OTING/FLOWER

올 해는 유난히 모과꽃이 아름답다.

d0u0p 2020. 4. 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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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었는지 그보다 더 전이었는지 출근 길 은행나무에 새 순이 돋아날 무렵 은행나무와 전혀 다른 수피를 가진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 키 큰 나무는 아랫쪽은 모두 가지치기가 되어 있어서 내 머리보다 한참 높은 곳에 꽃이 피어 있어서 꽃의 모양을 제대로 볼수가 없어서 이름을 찾기도 어려웠다. 꽃도 금방 시들어 버리고 나서는 그 나무의 정체는 더 이상 알 길이 없어 마음 속 궁금 서랍 한 칸에 넣어 두었었는데 올 해 드디어 그 서랍을 열 수 있게 되었다. 

 

 

동네 공원에서 앵두 나무 사진을 열심히 찍던 날, 나에게만 무명이었던 출근길의 그 나무와 수피가 비슷한 나무를 발견하고는 신기해서 일단 이름표를 찾아 보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름표가 없었다. 여기서부터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데 수피만으로는 검색해서 이름을 찾을 수는 없었던 것 같고 꽃이 피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처음 나무를 발견하고 일주일 간격으로 오며 가며 꽃이 피기를 기다렸다. 대략 한 달은 지났나보다. 

 

 

한 달 정도 기다리면서 은근히 그늘에 서 있던 나무의 꽃은 쉬이 피지 않아서, 봉오리만으로 일단 검색을 해서 모과나무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수피에서조차 모과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아직 다 피지 않았어도 봉오리를 감싸고 있는 작은 잎들만으로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이 볼 수록 신기하다. 성장하고 나면 아주 작은 톱니가 될 부분들이 처음에는 이렇게 방울 레이스를 달아 놓은 것처럼 생겼다니 화려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투표를 했던 날, 엄마마마님과 함께 공원 나들이에 나서게 되면서 평소 혼자 돌던 길과 다른 경로로 공원을 구경하다보니 공원의 다른 편에 훨씬 큰 모과 나무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자리에 있는 나무들은 출근길에서 보았던 나무처럼 키가 크고 꽃이 역시나 높은 곳에만 매달려 있어서 제대로 꽃을 볼 수가 없었다. 그나마 망원렌즈를 데리고 나가서 이 정도 사진은 찍어 왔는데, 한 바퀴 돌아 만난 그늘에 선 키 작은 나무의 꽃봉오리들은 여전히 꽃이 피지 않은 그대로였다.

주말에 다시 갔을 때 군데 군데 개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암술이 신기하게 생겼다. 

 

 

암술머리가 분홍색이었다. 암술이 설마 여러 개인가 하고 찾아 보니, 암술머리가 다섯개로 갈라진다고 한다. 도라지도 그랬던 것 같다. 처음 카메라를 들이 밀었던 꽃에는 벌이지 싶은 곤충이 앉아 있었는데, 곤충이 떠난 자리에서는 암술을 볼 수 없었다. 사실 그동안 꽃 구경을 하면서 어떤 것이 암술인가, 암술이 있기는 한거야 싶을 때가 있을 때도 있었는데 수분 매개자가 이미 다녀가서 안 보일 수도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뒷태도 옆태도 앞태도 모두 아름답다. 손바닥만한 정원에 모과 나무도 심고 싶어졌다. 집이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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