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었는지 그보다 더 전이었는지 출근 길 은행나무에 새 순이 돋아날 무렵 은행나무와 전혀 다른 수피를 가진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 키 큰 나무는 아랫쪽은 모두 가지치기가 되어 있어서 내 머리보다 한참 높은 곳에 꽃이 피어 있어서 꽃의 모양을 제대로 볼수가 없어서 이름을 찾기도 어려웠다. 꽃도 금방 시들어 버리고 나서는 그 나무의 정체는 더 이상 알 길이 없어 마음 속 궁금 서랍 한 칸에 넣어 두었었는데 올 해 드디어 그 서랍을 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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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공원에서 앵두 나무 사진을 열심히 찍던 날, 나에게만 무명이었던 출근길의 그 나무와 수피가 비슷한 나무를 발견하고는 신기해서 일단 이름표를 찾아 보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름표가 없었다. 여기서부터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데 수피만으로는 검색해서 이름을 찾을 수는 없었던 것 같고 꽃이 피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처음 나무를 발견하고 일주일 간격으로 오며 가며 꽃이 피기를 기다렸다. 대략 한 달은 지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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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정도 기다리면서 은근히 그늘에 서 있던 나무의 꽃은 쉬이 피지 않아서, 봉오리만으로 일단 검색을 해서 모과나무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수피에서조차 모과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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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다 피지 않았어도 봉오리를 감싸고 있는 작은 잎들만으로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이 볼 수록 신기하다. 성장하고 나면 아주 작은 톱니가 될 부분들이 처음에는 이렇게 방울 레이스를 달아 놓은 것처럼 생겼다니 화려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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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했던 날, 엄마마마님과 함께 공원 나들이에 나서게 되면서 평소 혼자 돌던 길과 다른 경로로 공원을 구경하다보니 공원의 다른 편에 훨씬 큰 모과 나무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자리에 있는 나무들은 출근길에서 보았던 나무처럼 키가 크고 꽃이 역시나 높은 곳에만 매달려 있어서 제대로 꽃을 볼 수가 없었다. 그나마 망원렌즈를 데리고 나가서 이 정도 사진은 찍어 왔는데, 한 바퀴 돌아 만난 그늘에 선 키 작은 나무의 꽃봉오리들은 여전히 꽃이 피지 않은 그대로였다.
주말에 다시 갔을 때 군데 군데 개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암술이 신기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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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술머리가 분홍색이었다. 암술이 설마 여러 개인가 하고 찾아 보니, 암술머리가 다섯개로 갈라진다고 한다. 도라지도 그랬던 것 같다. 처음 카메라를 들이 밀었던 꽃에는 벌이지 싶은 곤충이 앉아 있었는데, 곤충이 떠난 자리에서는 암술을 볼 수 없었다. 사실 그동안 꽃 구경을 하면서 어떤 것이 암술인가, 암술이 있기는 한거야 싶을 때가 있을 때도 있었는데 수분 매개자가 이미 다녀가서 안 보일 수도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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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태도 옆태도 앞태도 모두 아름답다. 손바닥만한 정원에 모과 나무도 심고 싶어졌다. 집이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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