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사그라들었다고 생각하고 집까지 걸어가기를 다시 시작했는데, 걷는 내내 더워서 아직은 아니구나 싶었다. 9월은 그랬다. 이제 10월이고 추위가 태풍을 타고 넘어들어 왔으니 시원하게 걸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벌써 10월 중순이 지나고 있는데 출근했던 날보다 안했던 날이 더 많아서 걸을 일이 별로 없었다. 남은 10월은 좀 부지런히 걸어봐야겠다.
걸어퇴근길에서는 다양한 풍경들을 만날 수 있는데, 바람이 소나기처럼 내리던 꽃밭은 이제 더 이상 풍성한 꽃을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다른 루트로 바꿔 보고 있다. 새로운 길도 재미있다.
공원 근처에서 만났던 박주가리도 다시 만나 반가웠다.
박주가리 꽃이 피어 있는 그 곳은 인적이 드문 잔디밭인데, 어느 날 그 잔디밭에 꽃대만 쭉 나와 있는 풀을 보았더랬다. 잎만 보고는 알 수 없어서 무슨 꽃이 피려나 궁금했는데 드디어 활짝 핀 꽃의 모습을 보고는 깔깔대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부추꽃이었다. 부추꽃이 잔디밭에 피어 있는 것이었다. 그 옛날, 대학 축제에서 주점이 열리면 부추전을 부쳐 팔다가 부추가 모자라면 잔디밭에 가서 잔디 뜯어 부쳐 팔고 뭐 그런 농지거리를 주고 받았던 일이 생각나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잔디를 뜯어와 부쳤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부추일 수도 있지 않나? 진짜 부추를 뜯어다 전을 부쳐 팔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님 말고.
바람이 너무 불고 해가 빨리 져서 사진을 더 이상 찍기도 어려웠고, 부추꽃을 딱 만난 이후로 걷지 않아서 더 이상 꽃은 없을테니 아쉽다. 부추야, 미안하다. 내년에 만나자.
꼭, 다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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