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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가마메시야 울림

d0u0p 2019. 9. 1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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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 먼 옛날 이 자리에는 베트남 쌀국수 집이 있었더랬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는데, 어느 때부터인지 장사가 잘 되지 않았고 그 어떤 식당도 흥하지 아니하고 매혹적이지 아니하였으나 올 해 여름을 기점으로 새롭게 일본식 솥밥집이 문을 열어 아직 정상 운영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 점심을 먹으려면 대기예약표에 이름을 적어야만 했다. 

팀장님의 바깥으르신이 자전거로 마실 나오신 날이라 특별히 오마카세를 먹을 수 있었다. 앗싸. 원래 다른 곳에 본점이 있고, 여의도에는 지점을 새로 연 것 같다. 일단은 반갑다. 

쿠마카세 내지는 오마카세 메뉴는 그 날의 식재료에 따라 다른 재료로 구성된다고 한다. 기본 구성은 전체요리, 진미요리, 사시미, 소요리, 일품요리, 튀김요리, 솥밥 한상이고 솥밥 메뉴중에서 솥밥을 하나 선택하면 된다.

점심식사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솥밥은 다섯가지 정도가 있다.

  1. 고등어솥밥 10,000원
  2. 부타가쿠니 솥밥 10,000원
  3. 고노와다 솥밥 13,000원
  4. 아보카도 연어솥밥 13,000원
  5. 간장 새우장 솥밥 (이라고 써있지만 설명은 연어를 구워 올린다고 적혀 있어서, 뭘 준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16,000원
  6. 우니 이쿠라동 20,000원
  7. 카이센동 20,000원
  8. 사바동 20,000원

​솥밥 외에도 특별한 날 카이센동 정도는 먹어볼 수 있을 것 같고, 오마카세를 먹는 날은 고노와다 솥밥을 먹었으니 조만간 고등어 솥밥이나 부타가쿠니 솥밥을 먹어 보러 가야겠다. 

​전체 요리로 해삼과 멍게내장 쯤으로 짐작할 만한 것이 우선 나왔고, 진미요리로는 소라 숙회, 사시미로는 고등어가 나왔다. 비리지 않고 깔끔하고 고소한 맛이었다. 서울에서 고등어회를 먹을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순서대로 보면 새우와 참치, 민어, 연어, 연어알, 성게알 정도 구성된 접시가 소요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요리가 뭔지 모르겠다. 작은 요리라서 소요리인가, 뭘 요리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냥 다 날 것이었는데, 손질 자체가 요리란 말인가 모르겠다. 비싼 일식 먹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는 것 뿐이다. 그리고 다음에 나온 것은 게내장으로 양념한 문어숙회였는데 말 그대로 게 내장이 발라진 맛이라 밥 없이 먹기 아까운 맛이었다. 고소하고 쫄깃하고 약간 비릿한 맛은 쪽파가 해결해주고 따뜻한 솥밥이 이 때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순서대로 맞추어 볼 때 애매한 요리가 하나 중간에 있었는데, 정종을 넣어 찐 바지락 요리였다. 샐러리와 토마토가 어울려서 내 입맛에는 딱 좋았다. 몇 그릇 리필해 준다고 하시면 신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솥밥이 나오기 직전에 나오는 아부라모노인 튀김요리가 다마고가츠샌드였다. 매장 바깥에 걸린 사진으로 미루어 보아 짐작할 수 있는 메뉴이긴 했지만 오마카세의 아부라모노 = 튀김 요리를 고기가 들지도 않은 다마고 가츠를 넣은 샌드위치로 구성했다니 적어도 나에게는 마이너스 백점이었다. 뭐 일단 돈가스 내지는 규가스를 빵 사이에 끼운 그 음식 자체를 좋아하지 않기도 하지만, 일본식 달걀 요리의 달큰함도 싫고, 그 달큰한 달걀을 본식인 밥을 먹기 전에 내 놓는 것도 싫다. 나는 그냥 한국 사람이다. 다마고 가츠 산도는 먹지 않았다. 

솥밥만 더 먹어도 배 부르고, 솥밥도 남길 지경인데 달큰한 달걀 샌드위치로 배를 채우고 싶지 않았다. 

 

고노와다 솥밥과 팀장님의 아보카도 연어 솥밥이다. 달걀 소보로라니 보기만 해도 단 맛이 느껴지는데 한 입 찬스를 쓰지 않아서 맛은 알 수가 없다. 고노와다는 뭐 재료가 비싸니 그 가격이긴 하겠지만 점심에 13,000원 주고 또 먹지는 않을 것 같다. 적당히 밋밋한 고소한 맛인데 확 꽂히는 맛은 아니라서 시그니처라는 고등어솥밥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고등어 솥밥 기준인지 맛있게 먹는 법으로 오차즈케에 대한 안내가 있었는데 고노와다는 이미 진득한 내장이 올려진 걸죽한 상태라서 오차즈케로 먹기에는 심기가 불편했다. 고등어솥밥으로 오차즈케를 먹어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 내일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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