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회식, 호텔 델루나 종방연 이틀 전 먹었던 오겹살 이제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가격이 폭등하고 다시는 못 먹는 금겹살이 될까 무섭다. 다음 회식인 10월 쯤에는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까맣게 잊고 맛있게 다시 오겹살을 먹을 수 있게 되기 바란다.
회식이라서 일인분 가격을 모르는 상태인데, 지난 번 갔을 때 쯤 궁금해서 나올 때 꼭 메뉴판 확인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배부르게 먹고 나오면서 다 잊었다. 그냥 나와버려서 아직도 1인분 가격을 모른다. 얼마냐, 너!
오겹만 자꾸 먹기 지겹지 않냐며 분위기를 몰아 사장님의 성원에 힘입어 항정살을 주문해 보았는데 흠, 뭐 그냥 그랬다. 오겹은 확실히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 숯 향과 어울려서 굉장히 균형잡힌 맛을 내는데 항정살은 뭔가 물컹하고 심심한 느낌이었달까, 원래 항정살이 이랬나 싶었다. 항정살도 원래 고소하고 쫄깃하고 뭐 그랬던 것 같은데, 못 먹을 정도로 맛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원래 예상했던 항정살의 맛과는 거리가 좀 있었고 항정살에 비해 오겹살이 월등하게 맛이 있어서 결국 다시 오겹에 주력할 수 밖에 없었다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가래떡과 껍데기를 서비스로 주셨는데 껍데기는 개인취향 부위로 분류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씹었을 때의 쫄깃하고 고소한 느낌보다는 콜라겐의 텁텁한 향이 먼저 다가와 내 입맛에는 그리 훌륭하지 않아서 잘 먹지 않는다. 대신 고소하고 밋밋한 향의 가래떡은 맛있게 잘 먹었다. 슴슴한 물냉면으로 입가심하고 나니 완벽한 회식이기는 했다.
그냥 늘 같은 고기를 먹는 것보다는 다양한 메뉴를 찾아 먹고 싶어서 항정살을 찾아 보았을 뿐이고, 다른 식당은 찾아 보고 싶지만 또 대항마가 없어 다시 또 늘 같은 고기를 먹어야 하니까, 아무리 맛이 있다손 치더라도 지겨운 것은 지겨운 것이니 슬프다. 흑돈가 사장님께는 뭐 죄송하지만, 입이 짧아서 그런 것일 뿐 다른 이유가 없다. 그냥 같은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해서 여러 가지 먹고 싶어하는 어린 양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다음에도 부탁드립니다, 가래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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