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시작되는 시절이라 걱정했는데, 의외로 아침부터 장대비가 쏟아져 내려서 오히려 시원하고 좋은 날이었다.
오래 보는 사람들이 조촐하게 모여 정답게 이야기 나누기 딱 좋은 곳,
마음이 여유로운 요리 능력자라면 운영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길 법한 그런 곳,
규모로 봐서는 한 번에 최대 열 다섯명 정도까지만 식사가 가능할 것 같은 아담한 곳이었다.
문어 정말 너무 부드럽게 삶으신데다가 감자의 포슬거림과 너무 잘 어울렸다. 예쁘게 담아져 나온 처음의 샐러드를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어서 사진을 얻어 왔다.
이미 내 작은 접시에 옮겨진 샐러드만 보았는데 이랬구나, 잔치가 시작되는 느낌이 이런 것일 것 같다. 소보다 양이 소화기에 잘 맞는 나에게는 안성맞춤이었던 양갈비 스테이크는 정말 맛이 있었고, 평소에 양을 먹지 않는다는 친구들도 맛있게 잘 먹었다. 요리 이름 거창하게 적힌 메뉴를 주시는 게 아니고 그 때 그 때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 디저트로 받은 자두는 플람베가 아닐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나중에 찾아 보았다. 그 어디에서도 정식으로 플람베를 먹어 본 적이 없는데 흑설탕과 함께 조리하셨다는 설명으로 떠오른 단어가 플람베였다. 자두의 상쾌한 맛까지는 기억나는데 플람베는 버터도 들어간다는 조리법을 읽으면서 버터 맛이 있었나 다시 기억을 되살려 보려고 노력해 보았으나 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아무려면 어떠랴, 입 맛에 딱 맞는 자두를 입가심으로 주시니 행복했다.
날씨도 좋았고, 분위기도 좋았고, 음식도 좋았다.
다시 만날 날까지 그날의 좋은 기억을 오래 남겨줄만한 그런 곳, 그런 날이었다.
단체사진은 부끄러우니까 첨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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