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삼아 걸어서 집에 가던 날 공원에서 왕벚꽃을 발견한 뒤로는 공원에 제 발로 찾아가 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 날 공원 옆 길을 차로 따라 달리며 귀가하던 중 입구에 있는 커다란 나무 위에 하얀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동안 꽃과 나무를 찾아보다가 궁금했던 꽃 중 하나가 함박꽃이었는데 얼핏 보았을 때 비슷해 보였다.
마침 주말에 단오가 되었다며 공원에서 한 판 씨름대회와 서커스가 벌어지는 축제가 있다 하여 겸사 겸사 잘 되었다 싶어 크디 큰 구형 펜탁스를 정말 오랜만에 들고 길을 나서 보았다. 스쳐 지나가며 확인해 두었던 자리에 가 보니 꽃이 많이 떨어지고 없었다. 몇 송이 안남은 꽃을 찍어 확인하니 산딸나무꽃이었다. 가을에는 빨갛게 열매도 열리는 나무가 이렇게 아름드리로 자라서 꼭대기에 있는 꽃이 보일락말락한 상태인데 여태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아쉽게 남아 있는 꽃들을 담고 공원을 한 바퀴 둘러 돌아 나오는 길에 또 다른 산딸나무들을 발견했다. 지난 번에 왕벚꽃을 보았던 자리 근처였다. 집 앞 공원도 꼼꼼히 보니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다.
시들어 가고 있는 꽃잎도 새하얗게 새로 피어난 꽃만큼이나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다. 곱게 늙어야겠다. 안타깝게도 이미 아주 청춘은 아니라 135mm렌즈 하나 붙은 카메라만 달랑 들고 나섰는데도 한시간 남짓 움직이다 보니 온 몸이 아팠다.
메모리카드를 열어 보니 생각보다 사진이 좋아서 기쁘기는 했는데, 몸살은 한 짐 지고 돌아와서 또 들고 다닐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몸살은 얻었어도 최고로 알차고 바쁘게 보낸 주말이어서 별 다섯개 줘야 하는 그런 날이어서 기분은 좋았다. 내친김에 멀리 여의도 공원에도 한 번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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