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에 방송에 나왔더라는 짤을 보고 기대가 되었으나 줄이 길고 사람이 많으며 그렇게까지 훌륭하지는 않다는 글들이 보여서 마음 한구석에 저장해 두었던 곳을 이제야 다녀왔다. 이제는 줄을 서도 견딜만한 날씨이기도 하고, 조금은 손님이 줄었을 것 같기도 하고, 날씨가 괜찮으니 기다려서 먹어 보고 별로더라도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삼동 파이낸셜 근처 뒷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예전에 이 근처 장호왕 김치찌개집을 찾아갈 때 정말 골목길 희한해서 가기 어렵다 생각했었는데 같은 길 더 안 쪽에 있었다. 게다가 그 때는 그 김치찌개집이 여의도에서 절레절레 별로일세 했던 그 김치찌개집과 같은 곳이라는 것도 이번에 간판을 다시 보고 알았다.
2018/05/24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김치찌개 vs 부대찌개
여의도도 오피스타운이라 주말에는 한가한데 역삼동도 마찬가지인지 주중에는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주말에 들렀더니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506은 506시간 숙성된 고기, 806은 806시간 숙성된 고기라고 한다. 드라이에이징이 뭔지도 잘 모르고, 소고기에는 많이 쓰는 단어라 본 적은 있으나 돼지고기에 드라이에이징이라니 무슨 맛일까 정말 궁금하기는 했다.
의외로 안타까원던 점은 반찬 구성이었는데, 반찬의 맛을 떠나서 점심 식사용으로 준비되는 반찬이겠지 싶지만, 굳이 구색맞춰 여러 가지 반찬까지 준비하지 않아도 무리 없을 만큼 고기가 이미 충분히 맛있다. 사진에는 반쪽만 나왔는데, 막상 다른 반쪽에 차려진 반찬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드디어 고기가 나왔고, 불판을 온도계로 체크하면서 적당한 온도에서 알맞게 먹기 좋은 상태로 직접 구워주신다. 고기 잘 못 굽는 똥손끼리 모였을 때 꼭 가야 할 곳이다. 고기가 추가 주문이 안되고 미리 적당한 양을 주문해야 해서, 계속 하염없이 추가 주문해서 먹는 회식은 조금 어려울 것 같긴 하다.
엄, 둘 중 하나를 소금과 와사비에 찍고 나머지 하나는 또 뭐라고 설명해 주셨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개의치 않고 둘 다 소금과 와사비에 찍어 먹겠다며 먹었는데, 원래 고기 냄새보다는 마늘과 쌈장맛으로 삼겹살을 먹던 나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맛이었다. 쌈장과 마늘 없이도 이렇게 고기 자체로만도 맛이 있을 수가 있다니 내가 입 맛이 변한 것인가, 고기가 정말 맛있는 것인가, 다른 블로그 포스팅을 보면 806 아니면 굳이 먹으러 갈 이유가 없다고도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다. 506도 목살도 정말 맛있었다. 이런 것이 고기의 맛이라면 왜 일찌기 이 맛을 알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맛이 있었다. 정말 드라이에이징이기 때문일까?
한우 육회도 시원하게 불샤워를 한다고 보았으니 다른 육회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넌지시 친구에게 추천을 해 보았고, 둘이 고기를 먹고 더 먹을 수 있겠는가 하는 걱정에 잠시 망설이다 주문을 했는데, 은근히 손이 가서 결국 다 먹었다.
육회를 즐겨 먹지 않는 편인 나에게도 살짝 구워진 겉부분 고기와 안쪽 고기를 섞어 먹는 맛이 흡족스러워서 배가 부르지만 계속 손이 갔다. 완전히 육회였으면 또 곤란해 하며 몇 번 찔러보다 말았을 것이다.
돼지고기가 가득 들어 있는 김치 찌개도 추가하여 밥까지 먹고 배를 두드리며, 806은 어떻게 하면 먹을 수 있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옆 테이블에서 이미 물어 보고 있어서 귀를 쫑긋하며 들었는데, 저녁은 다섯 시에 오픈하고, 그 때는 이미 대기 중인 손님들이 있어서 선착순 10테이블만 주문이 가능하다고 하니 다음에는 네 시 반에 도전하기로 했는데, 강남역 주말 코스가 종료되서 이제 또 기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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