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마감 기념 회식으로 그동안 언제 가 볼라나 기다렸던 사대부집 곳간에 갈 수 있었다. 이제 뷔페 끊어야지, 살 많이 쪄서 힘들다. 뷔페 가서 한 번에 다섯끼 먹는 것 처럼 먹고 배부른 느낌도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가 보십시다 권유하여 간 것이었는데, 문제가 좀 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또 가지 않을 것 같다.
미리 예약해서 창가 자리에 앉으면 저녁 노을이 넘어가는 여의도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며 식사를 하기에는 매우 좋은 곳이었다. 때마침 태양이 붉게 떨어지는 시간이었고, 창가 자리에 앉지는 못했지만 창가쪽 좌석이 나름 여유가 있어서 잠깐 가서 구경할 수는 있었다.
한동안 떨어지는 붉은 태양 덕에 타는 듯한 레이저를 뿜고 있는 것 같은 63빌딩을 감상하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지난 번 남산 한쿡에서처럼 메인 메뉴를 각자 주문하고 나면 나머지 뷔페차림을 즐길 수 있는 방식이었다.
2018/11/30 - [EATING] - 시험 보기 전 날 어마마마님 생파, 남산 나들이
다행인 것은 한쿡에서 느꼈던 기름찌든 냄새 나는 전이 아니었다는 것이고, 뷔페로 차려진 다양한 메뉴들은 대부분 정갈하고 맛도 괜찮았다. 김치전도 맛있었고 튀김 종류도 다 괜찮았고, 죽은 바지락죽도 있는 것 같은데 이 때에는 흑임자죽이어서 아쉬웠다. 그 때 그 때 죽 메뉴가 바뀌는 것 같다.
우리는 제주 도미구이 반상과 제철 꽃게찜 반상을 주문했는데 문제는 메인 디쉬에 있었다. 한쿡은 메인은 그럭저럭 괜찮고 뷔페는 애매하더니, 사대부집은 반대였다. 두 메뉴 모두 4만원이 넘으니까 맛도 질도 훌륭하지 않겠냐는 기대가 무너졌다.
모르긴 몰라도 전라남도 엄마마마님 손맛(비록 MSG사랑꾼이시지만)에 길들여진 나는 적어도 해산물이 생물인지 아닌지 정도는 맛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데, 꽃게가 분명 메뉴판에 제철이라고 써있는데, 제철 꽃게가 이런 맛일리가 없다. 사실 도미도 마찬가지였다. 제일 맛있어야 하는 두 메뉴가 먹으면 먹을수록 퍽퍽하고 단 맛이 하나도 없다. 꼭 입맛이 예민한 사람이 아니더라고 제철 꽃게의 그 싱싱한 단 맛은 모두 알 만한 맛인데, 이 꽃게가 정말 제철 꽃게라면 두 메뉴 모두 조리가 잘 못 되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 다음 날 희미하게 들리는 뉴스에는 어제부처 꽃게잡이 조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어제부터 시작되었는데, 어제 먹은 그 꽃게는 당연히 어제 잡은 꽃게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래도 제철꽃게라고 당당히 표기할 수 있는 시기이지만 그젠가에도 꽃게가 잘 잡히지 않고 있다는 뉴스를 희미하게 들었다. 우리는 왜 제철 꽃게라고 속고 먹었나, 함께 구성되어 있는 새우도 어지간하면 먹는데 정말 너무 맛이 없어서 남겼다. 좋아하는 새우를 남겨 보기는 처음이다.
좋은 재료 수급하면 가격이 껑충 올라갈 것이고, 그러자니 손님이 끊길 것 같으니 구색맞추느라고 이렇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드는데, 뷔페까지 포함해서 4만 6천원이지만, 꽃게 딱 한마리 쪄 주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처음에 앉아서 다른 메뉴들을 먹을 때는 부모님도 모시고 가고 가족 모임 하기 좋겠다 이야기 나눴다가 메인 메뉴를 먹으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원래 주문하려던 도다리탕을 먹었으면 좀 나았을려나 싶지만, 뭐 이제는 당분간 뷔페를 그만 가기로 했으니 모르겠다. 점심 메뉴인 돼지갈비와 더덕구이가 궁금하기는 한데 참겠다.
메인 메뉴는 그냥 장식으로 적당히 뷔페차림 많이 양껏 드시고 야경 구경하실 분들은 가셔도 될 것 같다. 뱃고래만 컸어도 메인 메뉴 맛이 어떠네 저떠네 하지 않고 그냥 다른 메뉴 잘 먹고 왔을 것 같기는 하다. 전은 대체로 다 좋았고, 물회도 있고, 샐러드들도 다양해서 좋았는데, 음료 코너에 식혜나 수정과가 없었다는 것도 아쉬운 포인트였다.
여기는 별관처럼 마련되어 있는데 여기서 밥블레스유를 촬영했구나 싶은 곳이었고, 그 날도 대관예약이 되어 있었다. 윗층이었나 별도로 소규모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장소가 있는 것 같다.
다음엔 옆에 있는 브런치 식당에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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