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비트코인으로 세상이 들썩들썩할 무렵 주변에서 환차익을 본 사람이 있어서 관심은 있었으나 가상화폐는 잘 모른다.
그래도 가상화폐 월렛이라니 어떤 물건인지 궁금했다. 게다가 신상이지 않나!
뾱뾱이로 미지의 물건이 꽁꽁 싸여져 도착했다. 비트코인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과 같은 맥락인 느낌을 받았지만, 결국은 규제의 방향도 잡히고 안정적으로 모두 잘 쓸 수 있는 때가 온다면 월렛이 필요하겠지, 다만 화폐로 보고 유용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투기 목적으로 눈에 불을 켜고 맹목적으로 달려 들어가는 현상이 우려되는 것 뿐이다.
지금 다시 앞 면을 보니 블록체인이랑 관련이 있어서 그런거였는지, 블록체크 패턴을 배경으로 쓰셨다. 나는 사선이 더 좋은데?라고 잠깐 생각했었다가 체크 패턴 유형과 엮어보니, 저 체크는 블록체크! 정말 그래서 이 체크를 쓰신 건지 그냥 해석이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신용카드 네 장 정도 두께라서 더 얇을 수는 없는건가 싶긴 했는데 막상 쥐어 보니 두꺼운 느낌은 아니다. 그래도 나름 지문인식이과 암호화가 가능한 하/드/웨/어임을 감안한다면 얇은 편이다.
지갑에는 쏘옥- 들어갈 줄 알았는데 적당히 늘어나 있는 마지막 칸 정도에는 무리없이 들어갔지만, 사실 얇은 카드 포켓에는 버겁게 들어간다. 충전단자가 있어야 하니 무선 충전 방식으로 변경하지 않는 한 두께를 더 줄이기는 어려울 것 같아 보인다.
그래도 넉넉한 내 카드지갑에는 쏙 잘 들어간다, 앗싸, 팀장님이 지갑을 바꾸시는 게 좋겠다. 지갑에도 쏙 들어가는데, 나도 계좌 트고 코인 사고 싶어졌다. 사용처는 늘어나는 추세고 스타벅스에서도 간접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했고 가을 지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진행하게 될거라는데, 그러고 보니 사설이지만 스타벅스는 팀장님의 요청이 없으면 거의 가지 않고 있는데, 비트코인 사용처가 스타벅스라면 아, 모르겠다. 사용처를 등록하고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도 있었는데 오늘 다시 검색하니 결과를 찾을 수가 없었다. 어디에서 얼마나 쓸 수 있는지 현황을 대충이라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는데, 다시 찾을 길이 요원하다.
사실 앞 판보다 뒷판이 더 마음에 든다. 뒤집어 봤더니 레이저 각인씩이나 열심히 하신 것을 발견했다. 이런 디테일에서 노력한 흔적을 볼 수는 있는데, 폰트가 너무 모던도 클래식도 아닌 중간계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는 느낌이라 안타깝다. 플레이트 마감도 세련미가 철철 흐르는데 앞판은 왜 덕지덕지 손때묻는 유광코팅인지 모르겠다.
잔액 확인과 인증 절차를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영역에 전자잉크 패널이 적용되어있다. 바람이라면 카드가 넓은만큼 적당히 널찍한 패널 적용해서 간단히 텍스트북이라도 볼 수 있는 기능 정도 넣어 주시면 땡큐베리감사할 것 같은데 아쉽다. 이렇게 작은 패널 쓸거라면 시계형 정도 되면 훨씬 사용하는데 좋지 않을까 싶어서 궁시렁 대며 진짜 오랜만에 섬네일 스케치 같은 것을 해 보았다.
전자 잉크 디스플레이 내에서 상하좌우 인터페이스가 큰 손가락으로는 어림 반푼어치 없을 것 같아서 버튼을 밖으로 빼내는 것에 집중해서 그렸었는데, 실제 조작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유연했다. 하단에 있는 지문인식 패널의 상하 좌우 부분을 터치해서 단계별 확인이나 이동 등의 동작을 하는데 섬세하게 반응을 잘 해서 사이즈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실 시계형은 이 물건의 존재이유에 대한 고찰이 없는 상태에서 그려본 것이라 막상 월렛을 움직여 보이 카드형이 나쁠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 잉크 패널만 커진다면 더 없이 좋겠고, 앞 판 패널에 뒷 판 패널처럼 디테일한 소재 처리하면 진짜 더 좋겠다. 넓은 액정에 뒷판 패널과 같은 소재의 프레임을 올리는 방식이면 액정 보호도 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내 멋대로 화폐를 사용하는 것이니까 코인의 모양을 살리고, 전자 잉크는 어두운 곳에서 잘 보이지 않으니 테두리 안쪽으로 램프도 달아주고, 조작음도 좀 나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상상을 해 보았으나 부질없다. 개념 자체가 틀렸다. 사용할 때 적당히 지문인식하는 곳에 손가락 하나만 대면 슝하고 지불이 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모바일이나 데스크탑 지갑과 연동해서 계좌, 송금 설정 등을 해주고 휴대용 월렛에서는 송금할 때 결정적으로 본인인증을 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일단 이해하게 되었는데, 틀렸을 수도 있다!
가상화폐를 가지고 있었다면 당장 들고 나가서 써보고 싶은데, 일단 동생 계좌랑 연결해 볼 때까지 일단은 참는다.
앱과 연동은 아직 못 해봤으나, 지문 인증하면서 약간의 읭4포인트(당황하게 만들어서 읭을 네 번 하게 만들며, 처음부터 같은 과정을 반복함)가 있었는데 일단 켜고 나면 4회에 걸쳐서 지문인식을 하고 기다리다 보니 처음으로 돌아갔다.
다시 지문을 인식하라고 나온다. 왜 돌아갔지? 인식이 안됬나 싶어 다시 했다. 네 번 하라는 대로 찍고 기다렸는데, 또 처음으로 돌아갔다. 세번째 되니까 4번 찍은 후에 "VERIFY"라고 쓰여진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음, 인증중이구나라고 이해하고 기다렸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네 번 째 되서야, 아, 다시 눌러서 확인하라는거구나 이해하고 다시 손가락을 갔다 대니 넘어가게 되었는데, 내가 잘 못했다고 하고 싶지 않다.
글귀가 일단 눈에 들어 오지 않았고, 이게 나에게 명령을 하는 건지, 됬다는 건지, 내추럴 본 영미문화권 맨이 아니고서야 당황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드는데, 매뉴얼에 "VERIFY"가 뜨면 다시 한 번 지문을 인증하시라는 안내가 없이 지문을 인증하고 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개괄적인 내용만 있었다.
그래서 매뉴얼을 꼼꼼하게 보게 되었는데, 매뉴얼에서 말하는 메뉴명과 디바이스 인터페이스 내의 메뉴명이 각각 다르다. 매뉴얼은 한글로 안내하고 있고, 디바이스는 영문으로 표기되어 있다. 가상화폐 월렛을 사용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정도 수준의 영어는 껌이라서 쉽게 생각하셨을 수는 있겠으나, 유니버설 디자인의 원칙에 의하면, 모든 사람이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데 있어 불편함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언어를 지원해야 한다. 디바이스에서 불가피하게 영문이 사용되었고, 매뉴얼을 한글일 경우 디바이스와 똑같은 영문 표기가 함께 있었으면 더 없이 훌륭했을 것 같다.
농협에서 다시 계좌를 개설해서 다시 가상화폐 신규가입이 가능해졌다는 것 같은데, 일단 지켜보기로 하고 아이폰 앱 나오자 마자 동생 코인 빌려서 신나게 사용해 봐야겠다. 저기 어디 피자가 맛있다는 이태원 와인바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같고, 베이커리나 여타의 프랜차이즈에서도 사용이 되는 것 같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사용처 목록 없나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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