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ING/MASIL

정말 결제해버리고 싶었던 집무실

d0u0p 2024. 7. 1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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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쾌적해서 마음도 편하고 좋았다. 위스키의 유혹과 달콤한 주전부리들은 인내가 필요했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조용하고 밝은 공간이라 좋았다. 특히 탁 트인 창가에 구성된 독립 좌석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결제를 취소한 이유는 매일 저녁에 꼬박 꼬박 들러야 월결제한 의미가 있는 공간인데 매일 저녁에 들러 오기에는 지리적, 심리적 여건이 좋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사무실 근처인 여의도 어디에라도 있다면 벌써 결제를 했을텐데,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약간 거리가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말에는운동 삼아 걸어 가고, 주중에도 버스로 갔다가 운동삼아 걸어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애매한 거리에 놓여 있다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아서 일단 무료체험을 신청했던 것인제 문제는 다른데에서 튀어 나왔다.

집과 사무실과 집무실 사이에는 심리적으로 불안을 느낄만한 구역이 존재한다. 집무실은 새로 개발된 아파트 단지 근처에 위치하지만 주변에는 아직 개발이 덜 된 거리가 있었고, 버스를 타지 않고 그 거리를 저녁 시간에 걸어서 돌아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 구간에서 이틀 연속으로 선교를 빙자한 유인책을 구사하는 동일 인물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펜데믹이 완전히 끝났음을 실감함과 동시에 그 길이 온전히 안전하지 않음도 실감했다.

버스를 타면 문제는 없겠지만, 딱 두 정거장인 거리를 굳이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면 그게 또 집근처에 있는 집무실의 컨셉에 부합하겠나싶기도 했고, 무료 체험을 시작한 첫 날이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집무실까지 걸어가는 동안 스타벅스를 두 개, 세 개를 지나가며 습한 무더위를 굳이 계속 참고 집무실까지 가야할 필요가 있나 계속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집무실 사용료만큼 스타벅스에 내고 음료 한 잔 받아서 앉아 있다가 집에 돌아오는 건 마찬가지일 것 같았고, 더 가까운 곳에 즐비하게 위치한 스타벅스의 유혹을 뿌리치기도 힘들었다. 

유혹을 끝내 뿌리치고 도착한 집무실에서는 시끌벅적한 커피숍과는 비교가 안되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좋긴 했지만, 그 길 중간 어디쯤에 있는 위험과 위협을 무릅쓰고 비용을 지불할 일은 또 아닌 것 같아 매우 아쉽고, 안타깝다. 일단, 집과 사무실 근처에 지점이 하나 더 열리기를 기다려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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