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ING/MASIL

최애 음악을 LP로 감상할 수 있었던 수원 스타필드 바이닐

d0u0p 2024. 6. 24. 08:10
728x90
반응형

문을 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쇼핑몰이라 주말에는 엄두가 나지 않아 시원하게 휴가를 내고 평일에 도전해 보았다. 그래도 금요일이라 그랬는지 입구에서부터 함께 입장하는 인파가 상당했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찾아간 바이닐은 유료 공간이라 그런지 좌석이 여유로와보여서 일단 점심을 간단히 먹고 입장하기로 하고 식당가를 찾아 올라갔다. 

바이닐을 찾아 올라가는 길에 효뜨를 발견하고 여의도에서도 한 번도 못 가 본 효뜨를 가 볼 수 있겠다 싶었지만 역시나 대기가 길었다. 바이닐까지 올라가는 길목에 있었으니 마음이 급해서 대기할 생각도 전혀 못하고 그냥 지나쳐 갔는데 나중에 찾아 올라간 윗 쪽 식당가는 효뜨에서 본 대기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시끄럽고 정신 사납고 힘든 상황이었다. 수원 사람들은 다 와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손님이 많아서 빈 자리를 발견하기가 어려웠고, 뭘 먹어도 줄은 서야 하는 상황이라 그나마 줄을 서고 나면 착석은 할 수 있을 것 같은 삐삣버거의 대기줄에 합류하기로 했다. 

기본 클래식 버거와 콜라, 코울슬로를 하나 추가 주문했다. 코울슬로는 그냥 좋아하는 메뉴라 주문해 보았는데 나름 큰 사이즈의 그릇에 한가득 나와서 잘 먹었다. 버거는 막 너무 맛있다거나 너무 맛없다거나 할 것 없는 그냥 버거라 큰 감동은 없었다. 
다시 찾아간 바이닐은 입장 전에 키오스크에서 음료를 하나 선택하면서 입장료를 결제하게 되어 있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 만 팔천 오백원인 셈이지만 언제까지나 하염없이 원하는 만큼 음악을 들으며 앉아 있을 수 있으니 심하게 아쉽지는 않았다. 아쉬운 것이라면 커피의 맛이랄까, 뭐 그냥 적당히 쓴 커피라고 할 정도였다. 물 정도는 서비스해 주시려나 싶기는 한데 왠일인지 딱히 필요하지는 않아서 물이 있는지는 확인도 하지 않고 커피만 마시고 나왔다. 

좌석이 1인석부터 2인석, 3인석으로 다양하게 나누어져 있는데 1인이므로 1인석에 앉아야 한다고 했고 굳이 2인석에 앉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 상관은 없었지만 탁 트인 별마당 도서관을 볼 수 있는 앞 쪽에는 1인석이 매우 드물었다. 있어도 벽으로 가로막힌 자리였고, 2인석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앉으면 왠지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될 것 같은 좌석이었다. 
적당히 뒷 열에서 찾아 자리를 잡고 한 바퀴 돌며 LP를 찾아 나섰는데 섹션 표시가 있긴 있었으나 뭔가 질서정연한 느낌은 아니었다. 전체 섹션에 대한 안내도가 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어느 위치에 어떤 음반이 있는지 모르니까 비좁은 통로로 무턱대고 들쑤시고 다니는 모양새가 되어 마음이 불편했다.

게다가 클래식 음반은 죄다 하늘 높이 손 닿지 않는 곳에 꽂혀 있어서 제대로 찾아볼 수도 없었고, 시대별로 정리되었다거나 음악가별로 정리되어 있다거나 그런 느낌이 없어서 뭘 찾아내기가 곤란했다. 다행히도 눈에 띄는 곳에 휴가일 때 딱 듣기 좋은 토니 베넷의 음반이 있었고, 상상도 못했던 영화 OST 음반들 사이에서 스타워즈 앨범을 발견할 수 있어 기뻤다.

LP플레이어라는 존재 자체를 처음 영접한 것은 아니나 직접 조작해 보기는 처음이라 약간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뭐, 그냥 스타트 누르니까 알아서 작동했다. 다만   트랙을 건너 뛰려면 핀인지 헤드인지를 들어 올려서 이동시켜줘야 하는데 원하는 트랙의 위치를 알 길이 요원하니 답답했고, 이게 원래 모르는 게 맞고 복불복으로 트랙을 건너 뛰어야만 하는 것인지 LP판을 살펴 보면 정확한 트랙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서 원하는 트랙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인지도 궁금했다. 다음 방문 전에는 검색 한 번 해봐야겠다.

한 번에 3장까지 선택해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반납하고 다시 또 선택해서 계속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겨우 두 장만 들었는데도 시간이 꽤 흘렀고 편해 보이기만 하는 소파는 꽤 불편해서 오래 앉아있기 어려웠다. 등이나 허리의 문제가 아니라 높이가 문제였다. 별마당 도서관을 볼 수 있는 앞 자리 소파는 그래도 조금 높이가 낮아 보이기는 했는데, 시야 확보를 위해서인지 뒷 자리 소파들은 바닥에서부터 좌석까지의 높이가 꽤 높아서 앉은 자세에서 발바닥이 땅에 잘 닿지 않는 정도였다. 키가 170센티미터 이상은 되야 편히 앉을 수 있는 구조였달까, 짧은 내 다리를 원망해야할 지, 발 받침이라도 둬 달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양반다리로 접어 올리기에는 또 폭이 좁아서 이래 저래 불편했다. 설마 발받침도 휴대용으로 마련해야 하려나.

밖으로 나와 너도 나도 인증샷을 찍는 스팟에서 기념으로 파노라마 샷 한 장 촬영해 주고 돌아왔다. 길고 길었던 귀갓길 지하철 여정에서 온갖 냄새 공격으로 피로도가 삼 천 퍼센트 높아진 나머지 이성을 상실하 뻔 했으니, 다음부터는 꼭 수원역에서 기차를 타기로 한다. 아직도 그 날의 충격이 생생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