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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점심 : 진심이 보이는 쌀국수집, 미분당과 일본 가정식 식당, 쿠사

d0u0p 2024. 6. 1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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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과 진심으로 마음 편한 점심 시간을 만들어 주는 미분당

주인장의 신념이 때로는 불편할 때도 종종 있지만, 미분당은 점심 시간이라도 잠시 쉬면서 조용하게 식사하고 싶은 손님들에게는 너무나 반갑고 고마운 식당이었다. 입장하기 전 문 앞에서부터 '신념'을 강조하시는 글이 붙어 있으니 무언가 강요라도 당하는 것일까 싶었지만 식당 주인이 정해놓은 규칙은 정말 편한 마음으로 식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바탕이었으니 고마울 수 밖에 없었다. 

식당 인테리어에 따라 소리가 더 크게 울리기도 하고 적당히 참을만 하게 들리기도 하는데, 가끔 소리가 크게 울릴 수 밖에 없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오전에 받은 스트레스를 원없이 풀어내느라 애써 즐겁게 목청을 높이시는 분들에게 둘러싸였을 때의 불편함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 비해 한없이 조용한 식당에서 팀장님과 맛있는 쌀국수를 앞에 두고 가끔 속닥거리는 것도 소소하게 재미있기도 했다. 

  • 차돌박이 쌀국수 9,000원
  • 양지 쌀국수 10,000원
  • 차돌양지 쌀국수 10,000원
  • 차돌양지힘줄 쌀국수 11,000원
  • 힘줄 쌀국수 12,000원

게다가 면역력 강화에 효과 있다는 흑마늘, 인삼 등 한약재로 우려냈다는 건강한 국물에 보드랍게 후루룩 넘어가는 국수까지 너무 맛이 있어서 지금까지 최애라고 생각했던 쌀국수집을 내동댕이치고 이제부터 최애 쌀국수집은 미분당으로 과감하게 변경하게 되었다. 

자리에 앉으면 먹는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적혀져 있는데, 어떻게 먹어도 다 좋았다. 다만 핫 소스는 일반적인 칠리 소스와는 다른, 정말 매운 핫 소스라서 넣을 때 양을 적당히 조절해야 했다. 칠리 소스랑 비슷하겠지 지레짐작으로 휘휘 둘러 넣었다가 매워서 깜짝 놀랐다. 

당연히 고수도 요청해서 힘차게 뿌려 넣고, 비벼 먹기도 하고 그냥 먹기도 하고, 얼큰하게 핫 소스 둘러 먹기도 하고, 정말 맛있고 든든한 한끼 식사였다. 

슬슬 날이 더워지는 때에 겨우 알게 되었다는 것이 야속할 뿐이고, 사무실에서 거리가 꽤 멀어서 또 야속할 뿐이고, 내부가 협소한 탓인지 언제나 대기가 많아서 제 시간에 챙겨 먹기가 어려워서 야속할 뿐이다. 

진짜 더운 바람 불어 오기 전 장마철에 뛰어 가서 몇 번 더 먹고와야겠다. 

 

 

일본 가정식 입맛 맞춤에 진심이었던 쿠사

일본 가정식에 맞춘 입맛이라는 것이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반찬과 메인이 모두 많이 달콤했다. 정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일본 여행을 처음 했었던 일천구백구십칠년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반찬들이었다. 알고 보면 그냥 일본 음식을 안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여타의 여행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양한 일본 음식들을 소개하는데, 당장 일본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별로 없어서 그 또한 충격적이었다. 그 옛날 여행에서 받았던 가장 큰 충격은 여행의 말미에서 너무나 익숙한 모습의 김밥을 편의점에서 발견하고 기뻐서 사들고 나와 한 입 물었을 때, 그 달디달디달디달디달디단단김밥에 어찌나 실망을 했는지 모른다. 집에 돌아 오자 마자 엄마마마님께 어떤 음식이든 고추장이 든 것을 먹고 싶다고, 일본은 김밥 마저 달게 만든다고 투정부렸던 기억이 정말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 치킨남방즈케 11,000원
  • 밀푀유치즈돈카츠 11,000원
  • 연어남방즈케 12,000원
  • 사케동 13,000원
  • 부타노 쇼가야키 10,000원
  • 미스나스동(가지덮밤) 10,000원

열 두 시 전에 도착했는데 이미 줄은 길었고, 자리에 앉았을 때에는 시그니처 메뉴일 법한 밀푀유 치즈 돈카츠는 이미 품절이라 치킨 남방즈케와 미스나스동을 주문했다. 아마도 밀푀유 치즈 돈카츠를 주문했었다면 일본 가정식의 단 맛 쇼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치킨 남방 즈케 메뉴 설명에 이미 새콤 달콤한 소스라고 적혀져 있으니 뭐라 더 할 말은 없어야겠지만, 그러니까 정말 일본 음식처럼 달았다. 그 단 맛만 빼고, 마지막으로 먹은 푸딩까지 다 맛있게 잘 먹었다. 인기 만발인 밀푀유 치즈 돈카츠를 맛보러 가야할텐데 이렇게나 줄이 길어서야 다시 도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재료소진도 빠른 것 같고, 대체 얼마나 서둘러야 밀푀유 치즈 돈카츠를 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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