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이라더니 아직까지 공사가 끝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브라이튼의 상가들이 문을 열긴 열었다. 지나다니면서 보면 공사 자재들이 아직도 이쪽 저쪽으로 놓여 있어서 아직 멀었다 싶었는데 '브라이튼 스퀘어'로 이름 붙여진 상가동에는 몇 개의 식당이 영업중이었다. 멀리서 봤을 때 이미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식당들인 것 같아서 애써 외면해 왔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궁금한 걸 참을 수는 없어서 둘러 보기로 했다.
브라이튼 스퀘어는 지상층처럼 보이지만 지하 1층인 곳에 위치하고 있다. 전체 단지 구조를 여전히 잘 모르니 딱 짚어 어느 쪽이라고 설명하기가 애매하다. 그냥 간판 몰려 있는 곳에 뭐라도 있겠거니 싶어 따라가 보았다.
단체 모임하기 좋은 고급 중식당 신홍러우
마파두부밥 15,000원
피에프 창 앞에 서 있는 거대한 석조 말 조각을 상기시키는 소조인지 조각인지 모르겠는 중국인상이 문을 지키고 있었다. 서안에 있는 진시황제 무덤의 테라코타 병마용 분위기를 닮기는 했는데, 병마용과 무덤보다는 가격대가 얼추 2~3만원대를 웃도는 요리를 주 메뉴로 하는 미국식 중식당이라는 피에프창이 더 먼저 떠올랐고 자연스럽게 요리 가격도 비슷하겠거니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대체로 예약을 하고 오시는 것 같았는데, 예약 때문인지 코스 요리 때문인지 자리는 있으나 식사 준비가 오래 걸릴 것 같다며 소요 시간을 넉넉히 잡아 정확하게 안내해 주셔서 좋았다. 다 먹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인지 음식이 나오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인지는 궁금했지만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다 보니 예상보다 음식은 빨리 나왔다. 앉아서 기다리는 시간과 먹는데 걸리는 시간까지 포함인것 같다.
- 트러플 스테이크 X.O 볶음밥 28,000원
- X.O 새우볶음밥 16,000원
- 잡채밥 15,000원
- 삼선 볶음밥 16,000원
- 유산슬 덮밥 20,000원
- 해물 덮밥 23,000원
- 트러플 스테이크 짜장면 28,000원
- 쉬림프 핫 페퍼 짜장면 13,000원
- 삼선 짜장면 14,000원
- 낙지전복 뚝배기 짬뽕 / 밥 30,000원
- 삼선짬뽕 / 밥 16,000원
- 소고기 짬뽕 / 밥 18,000원
- 소고기 백짬뽕 / 밥 18,000원
- 마파두부면 / 밥 15,000원
- 중화냉면 18,000원
- 굴짬뽕 18,000원
전 날 점심이 국수라서 면은 제했고, 이제나 저제나 언제쯤 딱 맛있는 마파두부밥을 먹을 수 있을지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으니 일단 마파두부밥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2020.07.08 - [EATING] -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마파두부를 찾아서
이전에 마파두부를 먹었던 식당 중 두 군데 모두 너무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으니 또 아쉽기도 했다. 신홍러우의 마파두부밥도 역시 정통 중식 스타일은 아니었고, 적당히 한국화된 일반적인 중식당에서 맛 볼 수 있는 마파두부와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전분 농도가 너무 강하지 않은 건 괜찮았는데 참기름 향일 것이라고 예상되는 그 익숙한 향이 그렇게 반갑지는 않았다.
아마도 두반장이 들어가서 이런 맛이 날 것 같은데 그 맛은 좀 더 약해지고 매콤한 고추기름 맛이 조금 더 강했으면 좋겠고 마라처럼 막 얼얼한 느낌은 강하지 않지만 칼칼할 정도의 매콤함과 알싸함이 살아있는 감칠맛 나는 마파두부 한 그릇 먹기가 이렇게나 어려운 일일줄은 생각도 못했고 서기 2,000년 무려 23년 전에 샹하이에서 처음 먹었던 마파 두부가 아직까지도 내 인생 최고의 마파두부로 남아 있으니 샹하이라도 다시 다녀와야 할까 싶지만 이렇게나 마라탕이 대유행인 걸 보면 맛있는 찐 마파두부를 먹을 수 있는 날도 곧 오겠지 싶을 뿐이다. 지난 번에 광화문 무탄에서 보았던 마파두부 메뉴 사진은 확실히 찐 쓰촨 스타일인 느낌이었는데 아직 못 먹어 봤다. 내가 바라는 그 날이 광화문 무탄에서 마파두부를 먹는 날일지도 모르니 올 해 안에는 꼭 한 번 다녀와야겠다.
신홍러우에는 개별 공간이 많이 마련되어 있어서 회식이나 모임하기에 좋아 보였고, 기대와는 다른 한국형 마파두부의 맛이 또 나쁘지는 않아서 다른 메뉴들도 기대해 볼 만 했다. 마파이지만 많이 맵거나 짜지 않고 적당히 담백한 간이라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짬뽕과 트러플스테이크 XO 볶음밥이 궁금하다. 고기 먹고 싶을 때 다녀와야겠다.
따뜻한 국물에 밥 말아 먹기 좋은 미담
얼큰 소고기 국수 13,000원
얼큰 소고기 국수의 국물은 확실히 자극적이라 좋았고, 통통하지만 적당히 탄력있는 매끄러운 국수 씹는 맛도 좋았지만 고명으로 들어 있는 고기가 딱 취향이 아니라 애매했다.
그 옛날 경상도 어디에서 빨갛게 끓인 소고기 무국을 받아 들었을 때 보였던 충격적인 비주얼의 고기 타입이라 깜짝 놀랐다. 얇고도 얇은 고기 면적의 반 정도는 기름인 고기 고명은 기름 냄새를 피하고 싶어 기름을 떼려고 해도 떼지지 않는 어울렁 더울렁 고기반 기름반 상태라 아예 손을 댈 수가 없어서 국수와 채소만 호로록 잘 먹고 말았다.
- 갈비곰탕 16,000원 갈비곰탕(특) 20,000원
- 한우육회 비빔밥 16,000원
- 맑은 소고기 국밥 12,000원 얼큰 소고기 국밥 12,000원
- 맑은 소고기 국수 13,000원 얼큰 소고기 국수 13,000원
- 왕만둣국 11,000원
- 매콤 곱창 소고기 덮밥 14,000원
- 얼큰 곱창 국수 15,000원
- 곱창 육개장 14,000원
갈비탕은 큰 사이즈만 있고, 소고기 국밥 외에는 대체로 곱창이 주재료라 아마도 또 갈 일은 없을 것 같기는 하다.
반찬은 돈내고 사 먹어야 하는 소이연남
소고기쌀국수 12,000원 + 고수 추가 500원
반찬이라고 해도 쏨땀 한 가지 뿐이라 굳이 쏨땀 반 접시를 추가한 1인 세트를 5,500원을 더 내고 먹어야 하는데 왜 줄을 서서 기다려서 먹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맛이 있냐면, 오래전부터 유명하다길래 다른 매장에서 맛은 보았지만 왜 유명하다는지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그런 쌀국수였고 새로 문을 연 소이연남이라고 크게 다르지도 않은 평범한 쌀국수였다.
고기가 도톰하고 부드럽기는 했으나 세 조각 뿐이었고 아무리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른다고는 하지만 왜 우리나라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반찬을 돈 주고 사서 먹기까지 해야 하나 싶고, 고수도 사실 예전부터 많이 자라던 식물인데 기호에 따라 그냥 넣어 먹으면 몰라도 500원 내고 뿌려 먹어야 하니까 꽤나 억울했다.
- 소고기 쌀국수 12,000원
- 소이뼈국수 14,500원
- 똠얌쌀국수 13,900원
- 소이뽀삐아 14,000원
- 쏨땀 13,000원
- 소이 뼈찜 34,000원
- 뽀삐아 1인 세트 소고기쌀국수+소이뽀삐아(2) 16,500원
- 쏨땀 1인 세트 소고기쌀국수+쏨땀반접시 17,500원
- 2인 세트 소고기쌀국수+소이뽀삐아+쏨땀 48,500원
바로 전 주에 장염으로 탈이 나서 추천 레시피만큼 매콤한 양념을 넣을 수는 없었지만 적당히 칼칼하게 넣어 먹었다.
줄이라도 안 서면 조금은 덜 억울할 수는 있겠다.
슈퍼푸드라지만 마음 편히 먹을 수 없는 아보카도가 주인공인 알라보
아보카도쉬림프버거 11,800원
어쩌다 한 번 쯤은 어두운 이야기들은 신경쓰지 않고 즐겁게 먹고 싶다. 요즘 새롭게 문을 여는 식당들 중 유난히 건강한 식단인 것 같은 샐러드를 메인으로 하는 식당들이 많아 보이는 것은 기분탓이겠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 수비드 연어 아보카도볼 17,900원
- 수비드 비프 아보카도볼 15,400원 / 바질 쉬림프 아보카도볼 15,200원
- 토마토 미트볼 아보카도볼 14,900원 / 바질 치킨 아보카도볼 14,200원
- 수비드 목살 아보카도볼 13,800원 / 아시안 치킨 아보카도볼 13,800원 / 그릴드 치킨 아보카도볼 12,800원
- 수비드 닭가슴살 아보카도볼 11,900원 / 헬시보울 9,900원
- 아보카도 비프 버거 10,800원 / 아보카도 쉬림프 버거 11,800원
- 썬드라이 토마토 치킨 샌드위치 11,900원 / 머쉬룸 아보카도 샌드위치 10,900원 / 불고기 아보카도 파니니 12,400원
메뉴 가격이 모두 다시 들여다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숫자로 되어 있어 심란하다. 메뉴판에서 꼭 질서를 찾아내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아보카도 쉬림프 버거도 먹다 보니 질서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몽땅 무너져내려서 결국 다 따로 따로 챙겨 먹었다. 바질페스토가 가득이라 좋았지만 약간 짠 편이었다. 아보카도볼 메뉴는 그래도 슴슴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토마토 미트볼 아보카도볼 정도는 궁금해서 한 번 먹어봐야겠다.
매장 입구에 아보카도 씨앗을 가져다가 기를 수 있게 해 놓으셨는데, 매장에서 키우면 이렇게 번듯하게 잘 자라겠지만 우리집에서 키우면 새싹이 나기도 전에 죽어버릴 것 같아서 들고 올 수는 없었다. 화분에서 키운 아보카도 맛이 새삼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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