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여름 물회, 더 현대 서울 순옥이네 전복 물회, 여의도 백화점 초장집, 그리고 대구탕이 맛있는 O2타워 오복수산대구 오복 물회

d0u0p 2022. 8. 9. 08:00
728x90
반응형

여름이니까 물회를 안 먹고 넘어 갈 수는 없다.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이제는 오픈한 지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늘 사람이 차고 넘쳐서 넘보기 어려웠던 더 현대 서울 6층 식당가에 위치한 순옥이네 명가의 전복 물회였다. 제주도 순옥이네를 다녀온 지도 몇 년이 지났으니, 제주까지는 못가도 사무실 앞에서 순옥이네 전복 물회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일단 기분이 좋았다. 

1. 숨 넘어가는 웨이팅/식당가예약이 필요한 더현대서울 순옥이네 전복물회

순옥이네는 현대 백화점에서 제공하는 식품관 앱에서 미리 예약이나 웨이팅을 할 수는 있지만, 사실 앱에서 예약을 열어주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웨이팅 식당 목록이 열렸을 때에도 예약만 가능할 때도 있고, 웨이팅만 가능할 때도 있어서 주야장천으로 앱을 켜서 들여다 보고 있어야 가물에 콩 나듯 예약이나 웨이팅이 가능한 상황이니 반쯤은 포기하고 있었다. 2주 뒤 점심 시간에나 예약이 가능하다고 나오니 심드렁해서 일단 닫아 두었다가, 스트레스가 어마무시하게 가득 차올랐던 어느 날 아침, 내 오늘은 반드시 점심이라도 맛있게 먹겠다며 이를 바득 바득 갈며 앱을 켜 웨이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웨이팅 식당 목록이 열렸을 때에는 대기중인 손님이 많지 않아서 대기 신청을 바로 하면 뜬금 없는 오전 업무 시간 중에 점심을 먹게 될 수도 있어서 잠깐 기다렸다가 열 한 시 반 쯤 웨이팅을 신청을 했고, 점심 시간인 열 두시에 맞춰 백화점으로 출발하면서 그 사이에 입장할 차례가 지나가 버릴지 모른다며 불안해 했는데, 6층에 있는 식당 앞에 도착한 시간에도 여전히 11팀이나 대기중이라 한참을 더 기다려서 열 두 시 이십 분 쯤에 입장할 수 있었다.

그냥 뭐, 한 시 전에 입장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목적한 바가 전복 물회였으니 하절기에만 한정적으로 먹을 수 있는 전복 물회 반상과 기본 제주 반상 중에서 전복 고등어 조림 반상을 주문했다.

전복 물회는 제주에서 처음 마주했던 그 때 만큼 벅찬 감흥은 덜 했으나 비가 그친 뒤라 하늘도 파랗고, 그 파란 하늘을 내다 보며 점심을 먹는 기분은 꽤 괜찮았다. 

  • 제주반상 : 제주 두루치기 반상 15,000원
  • 제주반상 : 전복 고등어조림 반상 18,000원
  • 제주반상 : 제주 게우 솥밥 / 고등어구이 반상 18,000원
  • 제주반상 : 제주 게우 솥밥 / 두루치기 반상 20,000원
  • 미역국반상 : 성게 미역국 / 고등어구이 반상 18,000원
  • 미역국반상 : 성게 미역국 / 갈치구이 반상 27,000원
  • 뚝배기반상 : 제주 해물 뚝배기 / 고등어구이 반상 20,000원
  • 뚝배기반상 : 제주 해물 뚝배기 / 갈치구이 반상 27,000원
  • 솥밥 반상 : 전복 게우 솥밥 / 고등어구이 반상 23,000원
  • 솥밥 반상 : 전복 게우 솥밥 / 두루치기 반상 25,000원
  • 솥밥 반상 : 전복 게우 솥밥 / 갈치구이 반상 28,000원
  • 별미 반상 : 전복 물회 반상 (3~10월) 20,000원
  • 별미 반상 : 고등어솥밥 / 두루치기 반상(11~2월) 22,000원
  • 제주정식 (갈치구이, 두루치기, 성게미역국, 밥) 35,000원
  • 전복죽 16,000원
  • 제주 해물 뚝배기 16,000원
  • 전복 게우 솥밥 19,000원
  • 전복 뚝배기 19,000원

게우는 전복 내장을 이르는 제주도 사투리라고 한다. 게우를 넣은 솥밥이 분명 맛이 있긴 하겠지만 또 그 게우가 품고 있을지도 모르는 중금속 및 각종 오염 물질에 대한 걱정에서도 절대 자유로울 수가 없다. 가끔이야 마음 놓고 즐길 수 있겠다. 기본 제주 반상에 있는 메뉴인 전복 고등어 조림에는 전복이 정말 딱 한 입 먹을 만큼만 들어 있어서 차마 '한입만'을 외칠 수는 없었다. 이름이 전복 고등어 조림인 만큼 전복도 실했다면 즐거웠을 것 같다. 

대신 전복 물회가 있으니 참을 수 있었다. 자리가 좋고, 기분이 좋아서 즐겁게 먹었지 막 너무 사무치게 맛있는 느낌은 아니었던 터라 또 그렇게 대기를 타면서 방문할지는 모르겠다. 차라리 비행기 타고 제주에 폴짝 날아가서 먹고 싶다. 

2018.06.22 - [TOURING/FRIENDLY] - 제주 2017 줄서고 먹고, 줄서고 먹고, 겨울 밤도깨비 여행이지만 낮도깨비 여행

2. 언제 생겼는지 알 수 없는 맨하탄 빌딩 초장집

빌딩 이름조차 여의도 백화점에서 맨하탄 빌딩으로 언제 바뀌었는지 가늠할 수 없는 그 곳 지하 식당가에 횟집이 숨어 있었다. 오랜만에 혼자서도 1인 물회를 주문해 먹을 수 있는 연안 식당에 가려 했더니 식당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어서 설마 이사갔나 싶어 찾아 보다가 발견한 식당이었다. 다른 동네에 있는 초장집은 간판이 거꾸로 붙어 있던데 여의도 초장집은 바로 붙어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락카페가 대유행이던 시절 대학 동기들이 모여 넥타이 맨 교수님을 뫼시고 들어가다가 보기 좋게 까이고 어쩔 수 없이 찾아갔던 종로 서울 나이트 테이블 위에 있었을 법한 웨이터 호출 등이 놓여 있었다. 아련한 추억이 묻어나는 이 물건이 나만 모르는 유행 아이템일까, 21세기인 지금은 헌팅 포차 잇템으로 쓰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초장집은 회가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술이 주인공인 식당이라 점심 메뉴는 단촐했다. 

  • 자연산 물회 15,000원
  • 회덮밥 12,000원
  • 꼬막비빔밥 10,000원

물회와 회덮밥을 동시에 주문하면 차가운 버전의 회와 초장, 따뜻한 버전의 회와 초장을 함께 먹고 초장에 질릴 것 같아서 물회와 꼬막 비빔밥을 주문했다. 꼬막 비빔밥이라고 또 다른 초장은 아니라 결과는 비슷했지만 단백질 종류가 다르니 만족하기로 했다. 

초장은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초장 맛이었고, 세꼬시가 섞여 있는 싱싱한 막회를 아작거리며 씹는 맛이 괜찮았다. 초장 간이 센 데 비해 꼬막은 약간 풍미가 밋밋하게 삶아진 상태라 맛이 덜했다. 초장과 함께 착착 감기는 맛이 약간 부족한 느낌이었다. 다 먹어갈 때 쯤 약간 섭섭한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생각해 보니, 깻잎과 마늘 쯤이지 않을까 싶었다. 얇게 저민 생마늘과 채 썬 깻잎이 듬뿍 올라가 있었다면 완전 취향저격이었을텐데 아쉽다. 마늘을 썰어서 싸들고 다녀야 할까보다. 

 

3. 물회 먹으러 갔는데 대구탕 맛집이었던 오복수산대구

꽤 오래 전에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다른 오복수산에서 도시락 주문하면서 보았는데, 사무실에서는 조금 애써 찾아가야 하는 거리에 있어서 그간 잊고 있었다가 점심 메뉴로 물회도 있다 하니 애를 써 보기로 했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열 두 시를 넘겨서 도착해서 그런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앉을 수 있어서 좋았다.

  • 생대구 매운탕 (1인) 16,000원
  • 생대구 지리탕 (1인) 16,000원
  • 오복 물회 16,000원
  • 한국식 회덮밥 15,000원
  • 꼬막 비빔밥 15,000원
  • 자반 고등어 구이 15,000원

오복 물회와 대구 매운탕을 주문했다. 몇 년 전 남대문에 나가서 먹었던 원대구탕 이후로 시원하게 맛있다 할 만한 대구탕을 먹은 기억이 없었는데 이제 선선한 날이면 찾아 먹을 대구탕을 찾은 것 같다. 맛있는 대구탕 정말 오랜만에 먹었다.  

입간판으로 처음 봤던 메뉴 가격은 적잖이 충격적이었는데, 오동통한 대구를 꺼내 먹다 보니 그럴만 하다 싶었다. 맛이 있으니 용서할 수 있는 가격이었고, 남은 국물 텀블러에 소중히 싸오고 싶었다. 물회도 깻잎이 가득 들어 있어서 마음에 쏙 들었고, 전복은 없지만 문어 숙회가 사뿐히 올라가 있고 토실토실한 회가 아주 고소해서 좋았다. 

너무 더운 날이라 돌아 오는 길에 밥 먹은 기운을 다 소진해 버렸다. 선선할 때 부지런히 먹으러 다녀야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