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2022년은 필사, 나혜석의 경희 만년필 필사

d0u0p 2022. 2. 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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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 온라인몰을 구경하던 차에 만년필 필사하기에 적합한 라이팅북이 있길래 구매를 했다. 그냥 읽어 내려가지 않고 직접 필사를 하면서 읽으면 차원이 다른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게 된다며 필사의 힘을 강조하는 다양한 마케팅 문구들은 차치하고, 어느 날 갑자기 만년필을 쥐고 궁서체를 쓰기 시작했는데 뭔가 어설프고 부족해 보이는 이 글씨들이 책 한 권을 필사했을 때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을까 궁금증과 더불어 작은 변화라도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은 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올 해에는 만년필 필사에 매진해 보기로 했다. 

문제는 촬영을 하면서 글씨를 쓰는 것이라 여러 가지 환경적인 제약이 있다. 이렇게 저렇게 노력은 계속 해 보고 있는데도 여전히 자세가 불안하고 불편해서 글씨 쓰는데에만 오롯이 집중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글씨는 아직 악필이지만 일단 시작은 했으니 정리는 하고 넘어 가자. 

1. Parker Jotter F

저렴한 만년필이고, 닙 종류도 F 닙 한 종류 뿐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만년필이다. 가끔 갑자기 잉크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당황스러운데, 내 잘못인지 펜 잘못인지 모르겠다. 뚜껑을 열고 닫을 때 특별히 불편할 이유가 없는데 불편한 게 특징이랄까, 잘 못 닫는 경우가 많아서 펜 촉이 다쳤을지도 모른다. 크게 써야 할 자음은 작게 쓰고 작게 써야 할 자음은 크게 쓰고 띄어쓰는 간격과 글자간의 간격이 엉망진창이다. 처음이니까 봐 주자. 

2. KAWECO PERKEO F

카베코 페르케오 역시 저렴한 만년필이고, 닙이 한 종류 뿐인줄 알았지만 M닙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한글을 쓰기에는 아무래도 M닙 보다는 F닙이 낫지 않을까. 펜의 몸통이 약간 통통해서 오래 쥐고 써도 손이 크게 피로하지는 않았는데 배럴과 그립 사이가 헐거워서 자꾸 돌아간다. 쓰다 보면 어느 새 풀려 있어서 조이고 쓰고, 쓰다 보면 또 풀려 있고 그렇다. 몽블랑의 오이스터 그레이 잉크 색이 참 마음에 든다. 한정적으로 판매했다가 지금은 구할 수 없다고 하니 왠지 더 아쉬워 이제 아껴 써야겠다. 

3. PILOT DESSIMO EF

데시모 캡리스는 일본 제품이라 EF 촉까지 있고, 가느다란 선을 긋는 맛이 좋은 펜이지만 정말 쥐기가 불편하다. 거꾸로 세워서 어딘가에 꽂아 둘 수 있게 클립이 달려 있는데, 그 클립이 하필이면 글씨를 쓸 때 검지 손가락이 닿는 부분에 있어서 매우 거슬린다. 몸통이 얇지도 않은데 열심히 쥐고 쓰다 보니 손이 너무 아팠다. 나도 모르게 힘을 줘서 쥐고 쓰게 된다. 힘을 주지 않아도 쓸 수는 있지만 글씨체가 순식간에 엉망이 되지 않을까. 전부터 손에 잘 익지 않은 상태라 제대로 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예상보다는 잘 써졌다. 띄어쓰기와 자간이 고르면 조금 더 가지런해 보일텐데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4. KAWECO SPORT EF

이제는 분해해서 대청소를 한 번 해야 할 정도로 꼬질꼬질해진 오래된 만년필이다. 펜촉도 EF라고 하기에는 너무 두툼하게 나오지만 부드럽게 잘 써져서 그동안 잘 썼다. 일본 제품의 EF와 독일 제품의 EF 차이라고 하기에는 KAWECO의 다른 EF 촉은 또 이렇게 두껍게 나오지 않는 걸 보면 관리를 잘 못 했거나, 잉크가 문제거나, 그냥 촉이 너무 오래되서일지도 모르겠다. 필사를 하면서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약간 촉이 덜컹덜컹 움직였다. 연성닙이라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너무 덜컹대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릴리풋처럼 닙을 한 번 교체해줘 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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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베코 릴리풋 닙 교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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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u0p.tistory.com

릴리풋은 여전히 큰 문제 없이 잘 쓰고 있다. 여차하면 닙을 한 번 더 추가 구매해서 바꿔주는 것도 좋겠다. 문장을 꼭꼭 씹으며 글씨를 쓰면서 동시에 글씨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소리는 녹음이 잘 되고 있는지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확인하면서 촬영을 하다 보니 나아지는 것이 없는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글이 있고 내용이 있어서 그런지 꾸준히 봐 주시는 분들이 있다. 게다가 긴 시간으로 편집해 두었더니 자기 전에 틀어 놓고 듣기에 꽤 괜찮은 것 같다. 물론 영상이 끝나기 전에 잠이 들었는데, 끝날 때 쯤 갑자기 등장하는 광고 소리에 놀라 깨 버려서 여전히 유튜브 안에서 ASMR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것이 정말 괜찮은 일인지 의문스럽다. 

꾸준히 만들어 올리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일 뿐이다. 맨 마지막 페이지와 다시 첫 페이지를 비교했을 때 첫 페이지가 정말 가소로워 보였으면 좋겠는데, 그 마지막 페이지가 정말 궁금하다. 

! ) 아, 라이팅 북 종이질이 매우 좋다. 만년필로 쓸 수 있어서 신이 난다. 종류가 다양했으면 좋겠는데, 아마도 저작권 때문일까 오래된 문장들이라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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