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싸도 밀면은 모두 옳다. 농협 빌딩 지하에 있던 식당이 사라지고 난 빈 자리에 생긴 서울로인과 김밥집인 방배 식당에서 각각 다른 밀면을 먹을 수 있었는데, 아직 손님도 많지 않은 편이라 착석해서 약간은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서울로인은 도쿄등심에서 새로 분점을 낸 새 이름의 식당인 것 같고, 그래서 원래 메인 메뉴는 '고기'이지만 밀면 메뉴도 따로 있어서 점심에 밀면만 가볍게 먹을 수 있었다. 밀면 치고는 비싼 가격이지만 매일 반죽해서 면을 뽑고 돼지 아롱사태와 한우 아롱사태, 한우 육전까지 세 가지 토핑을 올렸으니 그 정도 가격일 수 있다. 자리에 앉으면 밀면에 대한 유래와 함께 서울밀면의 특징에 대해 자세히 적힌 신문을 볼 수 있다. 쉐프에 대한 짤막한 소개와 가로 세로 낱말 귀즈까지 있어서 기다리는 동안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밀면에 대한 내용 중에 밀가루가 주재료인 밀면이 소화가 잘 되지 않을 수 있어서 육수에 감초, 당귀, 계피 등의 한약재료나 채소를 넣는 경우도 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실제로 서울밀면 육수에서 희미한 한약재 향을 느낄 수 있었다. 한약 먹는데 이제는 이골이 나서 향 따위에는 거부감이 없고, 진하게 만들어진 진짜 쌍화탕을 가끔 마시러 다니는 내게는 향긋한 정도였지만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다대기는 육수와 면을 약간 거드는 정도로 살짝 들어 있어서 맵지 않았지만 구수한 육수와 고소한 고기 고명들이 서로 잘 어울려서 맛있게 먹었다. 면은 생각보다 한참 가늘었지만 양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고기가 듬뿍 올려져 있었어도 세 시 쯤 되니 배는 고팠다. 밀면이 소화가 잘 안된다는 이야기는 대체 누구의 이야기인가 모르겠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방배김밥의 밀면은 아주 칼칼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비빔밀면을 먹어 보고 싶었지만, 서울 밀면과 비교해서 확인해 보고 싶어서 일부러 물밀면을 먹었다. 주문하기 전까지 약간 고민하기는 했는데, 카운터에서 다른 분이 물밀면을 받아 가실 때 매콤한 양념장이 있음을 확인하고 물밀면으로 주문했다.
칼칼한 맛이 꽤 강해서 다 먹었을 때 쯤에는 콧물을 흘리고 있었다. 사진을 보고 있으니 진실의 미간 아닌 미뢰가 운동중인지 침이 고이고 있다. 사진을 보는 것 만으로도 침을 흘리고 있다니 이제 이 밀면 사진은 더 이상 중성 자극이 아닌 조건 반응을 일으키는 조건 자극이 되었다. 내일 당장 비빔 밀면 먹으러 가고 싶다. 방배 김밥은 다양한 분식 메뉴가 함께 있으니 밀면을 먹으면서 간단하게 김밥을곁들여 먹을 수 있으니 서울로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으니 그 또한 좋다.
이제 광화문 식당도 문을 닫아 여름이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다. 산방식당 밀면도 좋지만 너무 멀어서 마음 먹고 걸음하기 쉽지 않아 지난 여름에 한 번 다녀온 뒤로는 가 본 적이 없는데, 이제 바로 코 앞에서 각각 다른 스타일의 밀면을 먹을 수 있으니 신난다. 한 시름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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