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거창한 메뉴 찾아 나서기 귀찮고, 날씨도 우중충한 날이면 컵라면 하나와 작은 오니기리 또는 김밥 반 줄 정도가 생각난다. 그렇게 먹으면 기본적인 열량은 채울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비타민 및 무기질 등의 영양소는 부족하게 섭취하게 되고, 이런 식사를 자주 하다 보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해 천장이 빙글 빙글 돌아 이비인후과에 가서 물리 치료를 받아야 할 지 모르는 허약체질 엄살쟁이라서 이렇게 점심을 간단히 먹을 때면 일부러 채소와 과일을 직접 갈았거나 저온 착즙해서 만든 쥬스를 함께 마시고 있는데, 이렇게 쥬스 한 병 더 마시는데 드는 비용이 라면과 오니기리 또는 하와이안 무스비를 합친 가격을 뛰어 넘어서 점심 식사 비용의 총계는 보통날 거하게 차려 먹는 식사 비용과 별반 다르지 않아 덜 먹어서 몸도 가벼우면서 지갑도 함께 가벼워 지고 있다.
이미 냉동식품으로 판매중인 김치 치즈 주먹밥을 렌지에 짠하고 쉽게 데워 주는 김치 치즈 주먹밥 메뉴가 5,500원이었고, 케일과 샐러리, 사과가 포함된 쥬스 솔루션의 D1 200ml는 6,400원, 300ml 병은 7,800원이었으니 역시 배보다 배꼽이 크다.
그리고 또, 매콤한 마녀 김밥의 고추 김밥을 먹고 쥬스 솔루션의 D1을 마셨으니 역시 합계는 만 원이 넘었다. 정확히는 10,400원이었다. 채소를 직접 사서 손질해서 샐러드용으로 잘 포장해서 매일 들고 다니면 좀 나을 수는 있겠지만, 집안 일이라고는 밥도, 설겆이도, 세탁기도 안 돌리고 겨우 출퇴근만 하고 있다고 해도 싫은 일은 싫은 일이다. 내 성별이 어느 쪽이든 필요한 채소를 사서 씻어서 다듬는 일은 누구에게나 하기 싫고 귀찮은 영역에 속하는 일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일과 사과를 직접 사서 다음어 저온 착즙 과정을 거쳐 쥬스를 만들어 먹는 일에 관심이 가고 있다. 채소만 숭덩 숭덩 썰어서 와그작 거리며 씹어 먹는 맛과는 다르기도 하고, 달콤한 사과와 오렌지를 섞으면 풀냄새도 다 참아 낼 수 있는데다가 건강에도 좋으니까 묘하게 끌린다. 심지어 턱관절도 좋지 않아서 딱딱한 음식을 오래 씹는 일이 힘들다. 갈아서 만든 마치래빗의 쥬스보다는 건더기 없이 잘 넘어가고 풀냄새 퐁퐁 솟아나는 쥬스 솔루션의 쥬스가 기호에 더 맞는 편이라 콜린스 그린의 착즙 쥬스를 꾸준히 주문해 먹어 볼까 심각하게 고민도 했었지만, 유통기한도 짧고 내 입도 짧아서 일주일만에 질려서 못 먹겠다고 투정부릴 수 있으니 정기 배송은 망설여졌다. 지금은 그 어느 휴롬이든 휴롬을 한 대 집에 들이는 쪽으로 귀결되고 있지만, 전보다는 간편해졌다지만 여전히 번거로워 보이는 세척 과정과 커다란 부피 등, 선뜻 카드 결제까지는 못하고 지름신 영접을 미루게 하는 요소가 숨어 있다. 백화점에 도시락을 사러 오가며 눈 앞에 매장이 보였으면 바로 뛰어 들어가 종류 별로 다 확인하고 왔을텐데 아직까지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매장이 있긴 있나 찾아봐야겠다. 구매는 또 그 다음 일이다.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 채소를 손질해서 적정량을 미리 착즙하면 일주일에 몇 잔 정도 마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채소 손질을 매 주 하고 싶을지도 모르겠고, 일주일에 몇 잔이나 마시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샐러리는 매주 냉장고에 다듬어 넣어 주고 계시는 엄마마님께 진지하게 케일도 씻어 주실거냐고 여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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