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공부만 하던 그 때 도서관 담벼락 한 켠에서 햇살 받으며 활짝 피어 있던 채송화 사진을 연신 찍었는데 이제야 그림으로 옮겨 보고 있다. 수채화는 아직도 망할까 두려워 엄두를 내지 못하고 명암 단계 파악을 위한 연습이라도 해 볼까 싶어 수성 흑연을 꺼내 보았다.
붉은 색 꽃을 조금 더 전체적으로 어둡게 표현했어야 하는데, 우중충해질 것 같아서 일단 그만 두었고, 전체를 다 그리는 것이 아니어서 그림자 때문에 그늘 진 부분을 사진만큼 어둡게 칠하면 또 어색할 것 같아서 적당히 생략했다. 샘플 사진을 촬영하려면 배경지로 복잡한 배경을 가려줄 필요도 있고, 해가 쨍쨍한 시간이 아니라면 휴대폰 카메라는 조리개 개념이 없으니 제 멋대로 감도를 높여 노이즈를 만들어낼 것이니 조명 역시 반드시 필요할 것이며, 카메라를 들고 나가 촬영할 때에도 작은 식물용 접사를 위해서는 매크로 렌즈가 또 필요하지만 이 사진을 찍은 날은 아이폰밖에 없었으니 이 정도가 최선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나마 해가 빛나는 날이어서 셔터스톡에도 무사히 올릴 수 있었다.
아이패드로 트레이싱을 한 번 하고, 프린트해서 다시 연필로 트레이싱을 했더니 덩달아 형태 연습도 되는 기분이다. 한 두 번 더 옮기면 외워질 것 같다. 형태 드로잉 연습은 따로 하고, 채색용으로 쓸 스케치는 이렇게 쉽게 트레이싱해서 사용하니 스트레스가 덜 해 좋다. 수채화도 해보고 색연필도 해보고 흑연도 써 보고 싶은데 채색하기 전에 원본 스케치가 없어서 처음부터 형태를 잡으려면 백지 앞에서 한 숨부터 쉬어야 하니 말이다.
스케치는 그렇다 치고, 흑연은 그냥 강한 부분은 더 빡빡 강하게 회화스럽게 표현하는 편이 나은 것 같다. 정밀묘사처럼 하려니 뭔가 텁텁한 기분이다. 다양한 시도를 하면 좋겠지만 또 그렇게 시간이 많지도 않고 열정이 그렇게 넘치지도 않으니 흑연 이미지는 이대로 두고 넘어가 보자.
색연필로 칠하면 재미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스케치 사이즈를 조금 더 키워서 다시 뽑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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