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9 - [MAKING] - 아직 한참 남은 심슨 도넛 수정 작업
도넛을 정교하게 다시 만들겠다고 꼼지락대던 것을 과감히 포기하고, 도넛은 부다심슨을 붙여 작업하기로 했다. 정교한 모형보다는 문진으로 쓰려면 무게가 더 나가야 할 것 같아서 도넛은 일단 사이즈를 키워서 다시 만들기로 하고 부다심슨을 시작하니 한없이 집중해서 작업하느라 기본형이 만들어지고 나니 온 몸이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안마기와 찜질기를 번갈아 쓰며 사흘만에 겨우 괜찮아지기는 했는데, 다시 손을 댈 수 있나 모르겠다. 겨우 내 아프던 어깨와 손이 운동을 시작했다가 코로나로 쉬는 동안 아프지 않고 괜찮더니만 불시에 다시 아프다. 손을 쓰지 말아야 하나.
급작스럽게 심슨과 도넛에 다시 눈을 돌리게 된 까닭은 조카의 겐지표창 완성 요청때문이었다. 방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아이를 조카는 잊지 않았다. 주차장 바닥에서 같이 하도 스프레이를 올리다가 스프레이가 동나서 다시 스프레이를 주문하는 바람에 또 시간이 흘렀는데, 그래도 조카는 잊지 않고 있었다. 도장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해서 부랴부랴 서둘러 사포질을 시작하면서 심슨도 챙기게 되었던 것이다.
어린이용이니까 최대한 끝을 둥글게 만드는데 공을 들였고 표면 정리는 뭐 그냥 좀 가지고 놀다 말겠지 하는 심정으로 너무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은색 스프레이를 뿌려줬더니 적당히 봐줄만 해졌다.
캐스팅까지 해야 튼튼할 것 같았지만 어쩌다 보니 지난 주부터 레진공예에 꽂혀서 몇 가지 도구를 샀는데 그 중 UV레진 정도를 발라서 경화시켜 주면 괜찮을 것 같아서 시도해 보기로 했다. 처음 써보는 것이라 궁금한 것이 많았다. 일반 붓으로 칠하면 붓이 망가질 것 같아서 일단 고무 헤라를 썼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UV램프를 어두운 방구석에서 켰어야 하는데 집 안 한 가운데에서 켜고는 자외선이니까 이쪽으로 오면 안된다, 쳐다 보면 안된다, 오만 호들갑을 떨었다.
램프를 잘 못 샀나 보다. 10분씩은 쬐어줘야 경화된다는 것 같은데, 길어야 60초면 자동으로 꺼지는 램프였다. 그냥 두면 죽 켜져 있고, 45초와 60초 모드를 지원하는 모델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냥 나만의 착각이었다.
약간 끈적거리는 느낌도 있긴 했는데, 어찌 보면 부드럽기도 하고 경화를 더 했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자꾸 꺼져 버리는 램프 때문에 더 하기가 힘들었다. 길어야 1분이라서 앞 뒤로 열 번 씩 켜주고 옆구리도 돌려 가며 여섯 번 켜줬다.
그리고 이 겐지 수리검은 다음 날 화살 하나가 찢어졌다는 소식이 왔다.
초등학생들이 어지간히 던지고 서로 한 번 잡아 보겠다고 옥신각신하다보니 그렇게 됬으리라. 그냥 캐스팅을 해줬어야 했나, 너무 못 생긴데다가 형을 뜨기에 쉽게 생기지도 않아서 관뒀는데 부러진 놈이라도 다시 가져와서 살려줘야 할지 지난 번에 3D펜으로 만들다가 태워먹은 놈을 살려봐야 할지 생각 좀 해봐야겠다.
조카는 다음에는 자기 몸을 덮을 만한 방패를 만들어달라고도 했지만, 재료비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일단 고사했다. 방패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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