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OTING/FLOWER

안타깝기 그지없는 아파트 단지 화단 딸기 꽃

d0u0p 2019. 5. 2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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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심은 건 아니지만, 사무실 근처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딸기꽃을 발견했을 때 너무 기뻐서, 내가 심어 놓은 것 마냥 잘 자라고 있는지 나름 꾸준히 확인하러 다녔다. 처음에 꽤 여러 송이 꽃을 발견하고 같은 잎이 그 자리에 무성하니 곧 더 많은 꽃이 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며칠 뒤에 가 보니 남아 있는 꽃도 피어 있는 꽃도 몇 송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다른 풀들이 무성히 자라면서 속으로 숨어버린 딸기꽃을 찾아 사진을 찍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꽃은 그래도 형상을 알아 볼 수 있을 법 한 사진을 얻긴 했으나 전체 모습을 파악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매크로를 넣어 찍을 공간이 허락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또 마지막 남은 꽃의 위치를 마음에 새겨 두고 이제는 딸기가 익었을 법한 때에 가서 보니 딸기는 온데간데 없었다. 아무리 풀 숲 속을 들여다 보아도 줄기만 남아 있는 것 같은 상태여서 적잖이 속상했다. 그 때만 해도 누가 이런 짓을 했냐며 화를 낼 뻔 했지만, 딸기를 심어 놓은 장본인인 아파트 주민인 유치원생 어린이가 기쁜 마음으로 수확해 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 속 딸기는 곱게 보내 주기로 했다. 

우리 집에도 심으면 딸기를 수확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근처 담벼락에서 넘어 오는 담배 연기에 찌든 도시 매연과 미세먼지 속에서 수확해 봐야 먹을 수는 없겠지만, 저렇게 하얀 꽃잎 안쪽에 있는 술이 열매로 변해서 먹을 수 있는 과실이 된다는 것이 정말 신기한 일이다. 괜시리 천편일률적인 따분한 목소리로 재미없게 일방적인 강의만 하시던 생물 선생님이 원망스럽다. 이렇게 재미있는 과목을 그렇게 재미없게 가르치실 일이었나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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