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단 맛에 양념이 잘 밴 라볶이를 찾아 삼만리해 보았지만 아직 딱 여기다싶은 집을 못 찾았다. 함께 식사하시는 분들이 분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므로 분식집을 찾아갈 기회도 별로 없기도 하다. 가끔 스케쥴이 어긋나 운좋게(?) 혼자 식사할 수 있는 날 근처에 있는 분식집을 가 보았다.
첫번째는 국대떡볶이, 떡볶이는 물론 국대떡볶이 맛일 것이고 저녁시간에 갔는데 의외로 동네 손님들이 많아서 놀랐지만, 팀장님이 점심으로 가기 싫어하시는 이유는 밥되는 메뉴가 없어서였다. 김밥집이 메인이고 떡볶이 라볶이를 함께 하는 식당은 밥이 있은데 국대떡볶이는 떡볶이가 메인이라 밥이 없을 뿐이고 나는 괜찮지만 팀장님은 싫다고 하셨으니 점심시간에는 갈 수가 없었다. 오늘 지나 오는 길에 보니 밥 메뉴가 있긴 한데, 참치마요컵밥이라는 학원 앞 간식같은 메뉴였다. 역시 점심시간에는 안될 것 같다.
저녁 시간에 혼자 들러서 신나게 라볶이를 시켜 보았다. 푸짐하게 무언가 다른 집들에서 못 보던 것이 올라가 있어서 잠깐 기분이 좋았으나 입에 넣으니 바로 실망하게 되었다. 오뎅을 볶은 것인지 튀긴 것인지 그랬을 것 같은데 오래 되서 그런지 오래된 기름 냄새가 많이 나는 편이었다. 신선한 기름으로 바로 볶거나 튀겨 넣은 것이었으면 훌륭했을 법 하다.
몇 일 뒤, 팀장님이 자리를 비우신 틈을 타 그 동안 눈여겨 봐 두었던 "오영주 김밥인"에 가 보았다. 미리 메뉴를 좀 찾아 보고 갔는데, 김밥은 거의 다 맛 있는 것 같고 라볶이 메뉴도 있길래 시원하게 라볶이를 주문했다. 매장이 작은 편이라 앞마당에 파라솔이 있고, 사실 더 추워지기 전에 파라솔 테이블에 앉아 먹어 보고 싶었는데 마침 파라솔 자리가 있었다. 매장 안쪽에는 이미 식사를 하고 계시는 분들로 만석이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주문을 했는데, 주문 들어가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 메뉴가 기다려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그 날은 마음이 여유로운 날이라 괜찮았고, 날씨도 좋아서 괜찮았는데 주방에서는 난리가 났다. 굳이 그렇게 바쁘게 또 힘들어하시지 않아도 되는데 신경을 써주신다며 양을 많이 챙겨주셨다. 늦게 나온 것보다 많이 주신 것이 사실 더 힘들었다. 그냥 일반적인 라볶이 1인분도 다 먹지도 못할 것이 분명한데 그것보다 더 챙겨주셨으니 남기면 아까운데 어쩌라고!!! 마음이 안 좋았다. 남으면 싸주신다고도 하셨지만, 포장한다고 해도 그 날 다시 라볶이를 더 먹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미안하다며 꼬마김밥을 더 챙겨주셔서 그것도 챙겨 먹느라 힘들었다. 꼬마김밥은 딱 라면 한그릇에 곁들여 먹기 좋은 사이즈였다. 이렇게 많은 양의 라볶이만 아니었으면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
라볶이의 맛은, 음, 이것이 원래 고기를 넣어 주시는 것인지 미안하다고 고기를 넣어주신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 고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신나게 드시겠지만 나는 고기 넣은 라볶이는 싫다. 묘하게 이질적인 고기 기름내가 라볶이의 양념과 섞이지 않아서 느낌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꼬마김밥도 깻잎과 함께 단촐하게 얇게 편을 뜬 양념된 고기가 들어 있었다. 고기를 좋아하면 나쁘지 않을 맛이었지만 그 기름냄새가 싫은 나에게는 아쉬운 맛이었다. 고기 좋아하시는 분들 많이 드시기 바란다.
요즘은 마녀김밥에 빠져 있어서 다시 오영주 김밥에 가본 적은 없지만, 주변 배달 주문을 끊임없이 받고 계시는 걸 보니 다른 김밥 맛이 궁금하긴 하다. 조만간 김밥 먹고 싶은 날 가봐야겠다.
라볶이는 이런 맛이면 좋겠다 싶은 느낌과 제일 비슷한 건 사실 오락 떡볶이인데, 이제보니 늘 쫄면사리만 넣어 먹었다. 면사리는 또 쫄면사리가 맛있으니까 은연중에 쫄면사리를 넣어 먹었는데, 다음부터는 꼭 라면 사리 넣어 먹어야겠다. 오락은 즉석떡볶이인데다가 딱히 라볶이 메뉴는 없는 그냥 떡볶이집이라 라볶이 메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그래도 가장 비슷한 맛을 내는 곳이니까, 라면 사리 넣어 먹으면 뭐 그게 그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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