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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와 라면을 비롯한 분식을 너무 사랑하는 나를 탄수화물 중독자로 분류하고 살았었는데, 오르조 르브텀에서 딱 두 번 점심을 먹고는 절대로 내 자신을 탄수화물만을 광적으로 사랑하는 중독자의 범주에 넣을 수 없으며 오히려 채소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여전히 화이트 라구 파스타는 맛있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곁들이고 바삭하고 짭조름한 베이컨이 올라간 프렌치 토스트도 단짠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지만 푸성귀라고 비하해서 칭할 수도 있는 비타민 및 무기질의 주요 공급원이 될 수 있는 초록색의 그 무엇인가가 부족한 느낌이라 매우 섭섭했다. 다양한 채소를 새콤 달콤하게 절인 피클도 절대 제공되지 않는다. 양이 많지 않아 탄수화물을 먹다 목 막히기 전에 식사가 끝나서 다행이긴 하지만 온전한 점심 한 끼를 먹었다고 하기에는 매우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마음 먹고 미리 예약해야 2주 정도 지나서 먹을 수 있으니 가볍게 찾아갈 수 있는 식당도 아닌데,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간식 먹듯이 찾아가 한 그릇 뚝딱 하고 나오면 괜찮을 수도 있는 간단한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먹고 나면 헛헛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나 문턱 높은 캐주얼 식당도 있을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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