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OTING/FLOWER

봄이니까 라일락

d0u0p 2018. 4. 1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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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고 향기도 좋아서 기분이 마냥 좋아야 하는데, 
실은 라일락 나무가 우거진 이 곳은 만인의 흡연 장소 앞이다.
꽃 향기도 제대로 만끽할 수 없게 다들 바로 앞에서 뻑뻑 연기를 피워댄다. 

처음 이 거리를 지날 때에는 겨울이었고,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때문에 피하고만 싶은 길이었는데
봄이 되서 파릇 파릇 잎이 나기 시작할 때도 라일락인 줄 몰랐다.
이제 꽃도 피우고 향기도 짙어지는데 담배 연기는 줄어들 줄 모른다.

심지어 모먼트렌즈 매크로로 찍은 이 사진들 원본에는 새카만 먼지들이 있었다.

이 동네에는 꽃 뿐만이 아니라
사무실 안에서도 새카만 먼지를 볼 수 있는데, 
하필 지급받은 노트북도 하얀 색이라
일주일만 그냥 두면 군데 군데 새카만 먼지를 볼 수 있다. 
서울 시내라서 유별난 건지 모르겠지만
사진 보고는 너무 깜짝 놀랐다. 

하얀 꽃 사진 들여다 볼 때만이라도 서울의 공기는 잊고
향긋한 느낌만 떠올렸으면 해서 먼지는 벅벅 지웠지만,
내 마음 속에는 담배 연기와 함께 검은 먼지가 남아 있다.

깨끗한 곳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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