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 있는 잔디 언덕 산사 나무 아래에 일단 자리를 잡도 짐을 풀기 시작했다.
지난 가을 그 자리인데 이렇게 꽃이 피는 나무인 줄은 몰랐다. 그늘도 만들어 주고 꽃도 피워 주고, 향기도 너무 좋아서 콧바람이 절로 났지만 퍼스널 쉐이드를 설치하는 일은 쉽지만 너무 번거로웠다.
바닥에 짐을 내려 놓고 잠시 숨을 골랐다. 침착해야 한다고 되뇌이며 부품들을 하나씩 꺼내 조립했는데, 여전히 퍼스널 쉐이드에 함께 동봉되어 있던 기본 부품 중 의자의 기둥과 쉐이드를 연결하는 조인트가 두 종류인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집히는대로 끼워 넣었더니 의자 기둥 폴대의 굵기보다 훨씬 굵은 조인트를 넣어서 쉐이드가 냉큼 주저 앉았다.
혹시 이대로 앉을 수 있지 않겠나 싶어서 앉아보기까지 했으나 쉐이드를 머리 위에 바로 얹은 채 앉아 있는 것은 아니지 싶어 결국 다시 몸을 일으켰다. 다음 번에는 꼭 굵은 사이즈 조인트는 분리해서 집에 두고 나와야겠다.
의자가 일단 커버를 씌우는데 젖먹던 힘까지 쏟아 부어야 해서 기운이 빠졌지만 다시 몸을 일으켜 모두 해체했다가 다시 조립했다. 화내지 말자. 침착하자. 날씨도 좋고, 꽃도 피었고, 바람도 시원하다.
번거로웠지만 시원하게 위로 뻗은 쉐이드를 보니 마음이 후련했다.
동네 커피 맛 집에서 사들고 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그늘에 앉아 꽃을 바라보며 책을 읽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자주 나가고 싶은데 여전히 게으르다. 미세 먼지도 왕왕 있고, 비도 왕왕 오고, 가끔은 일도 있고, 그러다 갑자기 어느 화창한 날 여유가 생기면 기쁨이 두 배가 될 수 있으니 핑계도 좋다.
다음 주에는 떼죽나무 꽃이 활짝 필 것 같으니 떼죽나무 아래로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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