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보기 좋은 개성 주악이 먹기에도 좋은가?

d0u0p 2023. 2.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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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가루에 막걸리를 넣고 반죽한 뒤 기름에 지져 낸 떡에 즙청을 입혀 만들어 연회나 잔치에서 주로 먹었던 귀한 간식이라고 한다. 연리희재라는 디저트 카페에서 선 보인 개성 주악을 더현대서울에서 처음 보았을 때 동그랗고 윤기가 흐르는 것이 너무 맛있어 보였지만, 손님이 너무 많았고, 그 많은 손님을 기다려서 구매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갈 시간적 여유는 없어서 포기했어야 했다. 

몇 일 뒤 다시 백화점에 들렀을 때에는 이미 사라져 버려서 다시 못 먹겠다 싶었는데, 지난 주에 점심 먹으러 백화점에 들렀더니 매장이 다시 열려 있어서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일단 줄을 섰다. 

기다리면서 어떤 놈을 골라볼까 고민하다가 엄마마마님 생각에 으르신 입맛으로 호두 정과와 도라지 정과가 올려져 있는 놈들을 선택했다.

바로 먹지 않을 거면 냉동 보관했다가 20~30분 자연 해동한 후 먹으라고 권장하셨지만, 사무실에서 맛 본다고 팀장님과 하나씩 꺼내서 먹고는 냉장실에 넣어둔 채로 깜빡 잊고 퇴근하는 바람에 다음 날 그냥 냉장 상태인 주악을 다시 먹었다. 하루 정도는 맛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고, 엄마마마님 용으로 도라지와 호두를 선택했지만 결국 내 입으로 다 들어갔다.

건강을 생각한 찹쌀 디저트라서 엄마마마님도 좋아하실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전 날 사무실에서 한 입 맛 보았을 때 엄마마마님이 좋아하지 않으실 맛일 것 같아서 잊고 그냥 가 버린 김에 남은 주악도 그냥 다 먹어 치웠다. 약과랑 큰 차이는 없었는데, 동그란 덩어리 안에 기름이 응축되어 있는 느낌이 있어서, 커피를 한 사발 같이 해야 하는 맛이었다. 

게다가 주악 위에 다소곳하게 올려진 도라지 두 개 중 한 개는 흘려서 맛도 제대로 못 봤고, 다음 날도 호두를, 귀한 호두를, 딱 하나 올려져 있는 그 호두를, 땅에 떨구고 말았다.

사무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호두를 다시 주워 먹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으르신용 디저트라 경망스럽게는 먹을 수 없는 것이었나, 다소곳하게 앉아서 접시 위에 잘 차려 놓고 얌전히 먹었어야 했다. 쉽고 가볍게 먹기에는 그냥 약과가 낫겠다. 요즘은 인기 있는 약과 집 약과는 살 떨리는 대기가 있다던데, 내친 김에 약과나 찾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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