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그림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컷이 없는데, 이 꽃이 그저 신기해서 찍어 두었다가 엊그제 확인하니 찔레꽃이었다. 단어로만 알고 있던 찔레꽃이 이렇게 생긴 것이라는 것을 40년이나 모를 수가 있다니 놀랍다.
찔레라는 결과를 받고 맴맴 도는 기억에 찔레가 들어가는 동요가 있어서 찔레라는 단어를 아는 것 같은데 무슨 동요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며칠 두고 생각했다. 음정은 어렴풋하게 단조였던 것 같고, 엄마가 등장했던 것 같았다.
타박네야도 아니고, 살찐 염소도 아니고, 대체 무슨 노래인지 궁금해서 엄마와 찔레를 키워드로 넣고 검색하니 찔레꽃이라는 노래가 나타났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 고프면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가사를 보고 있으니 멜로디가 모두 떠올랐다. 아주 배고픈 시절에 엄마는 일을 하러 나가시고 먹을 게 없어서 달달한 찔레순을 따먹었다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담긴 노래인데, 이제 이런 노래를 알고 부르는 어린이는 없으리라, 사실 찔레도 없지 않나?
서울에서만 살아서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철이 되면 산천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는 것이 찔레라고 한다. 그 흐드러지게 피는 찔레꽃은 고려 때 원나라로 팔려간 찔레라는 아이가 운좋게 고향에 돌아와 동생을 울며 찾아 다닌 눈물의 흔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동생과 아버지는 결국 못 찾았다.
혹시 몰라서 잎맥도 보려고 잎까지 찍어 두긴 했으나 출근길에 급하게 찍었던 것이라 매크로도 없고, 비도 오고 정신이 없었다. 어디에 있는지 이제 알았으니까 올 봄에는 놓치지 않고 매크로 렌즈를 챙겨 들고 가야겠다.
오늘 아침에 일부러 이쪽 길로 오면서 보긴 했는데, 담장에 가득한 장미는 전부 가지치기가 되어 있었는데 찔레는 살아 있는 것인지 보존이 되어있는지 사실 의심스럽기는 하다.
건너편 도라지 가득한 MBC 방송국 건물도 이제는 공사가 시작되고 나만의 도라지밭은 파헤쳐져 쑥대밭이 되었는데 찔레마저 사라져 버리면 마음이 안 좋을 것 같다.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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