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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직장인 병원 : 병원 찾아 삼만리

d0u0p 2021. 8.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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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4 - [VISITING] - 여름이면 찾아오는 공주병, 이석증

여름이 되면 그냥 더위에 기운이 빠지고 힘들어서 이석증까지 찾아 오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고, 올 해에는 무사히 넘겨 보자는 마음으로 더운 환경에는 절대 노출되지 않고 조심해서 무사히 계절을 넘겨 보겠다고 각오했지만 그게 그렇게 마음 먹는다고 쉽게 되는 일은 아니라서 예상보다 더웠던 올 해 어김없이 다시 편두통이 시작되었지만, 다행인 것은 친절한 이비인후과 선생님 덕에 이석증으로 더 큰 봉면을 당하기 전에 막을 수는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위에 혼이 쏙 빠져서 글자 하나 쓰기 싫은 상태가 두 달은 지속되고 있는 것 같다. 

편두통이 계절병인가 싶어서 지금 찾아 보니, 환절기 때 앓는 분들도 많이 계시는 것 같고, 더운 여름에는 실외 온도와 냉방중인 실내 온도 차이가 크면 그 사이를 오가면서  혈관이 수축 이완을 해서 편두통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의학 블로그의 내용도 있었다. 계절병일 수 있겠구나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럴 수 있다고 하니, 이제 내년부터는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약을 받아 오도록 해야겠다. 

올 해에도 시작은 점심으로 먹을 김밥을 사러 나간 무덥고 습한 날이었다. 사무실 근처에 있는 바르다 김선생은 튀김 종류의 메뉴가 많아서인지 매장이 시원하지 않았고, 주문한 김밥을 서서 기다리기에는 매우 좁은 곳이었다.

하는 수 없이 김밥집 문을 열고 나와 건물 복도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는데, 건물 양 쪽으로 개방되어 있는 복도라 냉방이 전혀 안되는 상태라 매우 더웠다. 김밥을 기다리기 시작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는데, 마스크도 쓰고 있었으니 더 했던 것 같고, 급기야는 숨이 차는 느낌이라 그 더위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강한 팀장님을 그렇게 매서운 혹서에 남겨 두고 급하게 사무실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아마도 조금 더 서 있었으면 그냥 바닥에 주저 앉았거나 토해 버렸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팀장님은 김밥 두 줄과 함께 걷지도 못하는 부하직원도 끌고 돌아와야 하니, 조금이라도 멀쩡할 때 후딱 도망쳐 나온 편이 훨씬 현명한 처사였으리라고 괜히 우겨본다. 

사무실 에어컨도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라 대번에 시원해 질 수는 없었고, 돌아와서 정신을 차리기 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30분 쯤 지나서 겨우 밥을 먹을 수 있었고, 그 이후부터는 연이은 더위에 신통찮게 뜨뜻 미지근한 사무실 온도를 참아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석증이 찾아 왔을 때처럼 앞이 마구 도는 느낌은 안 들었지만 울렁대는 느낌과 어지러운 느낌으로 2주 정도를 보냈다. 에어콘이 없으면 식욕이 하나도 없어서 밥을 먹기가 힘들었고, 잠도 잘 수 없었다. 그렇게 잠을 설치니 상태는 더 안 좋아졌다. 안구진탕이라고 했던 그 '동공지진' 상태가 나타났다. 전에도 피곤하면 눈을 감고 자면서도 동공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심하게 나타나지는 않아도 간헐적으로 동일한 증상이 있어서, 꼬박 꼬박 밥 잘 챙겨 먹고 꼼짝 않고 집에서 쉬면서 지내기로 했지만, 문제의 두통, 일반 두통이라고 생각했지만 편두통일 것이라고 이 쪽 저 쪽 의사 선생님들이 짐작하는 그 두통이 시작되고 난 다음부터 다시 현기증이 나타났다. 그냥 약간 어지러웠다.

세상이 빙글 빙글 도는 정도는 아니고, 배에 탔을 때 같은 울렁대는 느낌만 약간 있을 뿐이라 이 정도 상태에서 병원을 가야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작년에 받아 먹었던 멀미약 보나링 에이가 눈에 띄는 곳에 있어서 혹시 약이 더 남아 있는지 찾아 보니 그럭저럭 먹다 보면 넘어갈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게 남아 있었고, 먹었을 때 거의 바로 울렁거리는 증상이 멎고 한여름에도 식욕이 다시 생겨 무사히 밥을 먹게 해 줬던 멕페란도 몇 알이 남아 있었다.

찾은 약을 일단 주말에 먹고 내내 누워 지냈지만 출근해서도 어지러움은 여전했고, 이 상태로 멀미약만 계속 먹는다고 나을 것 같지는 않고, 그대로 두었다가는 정말 작년처럼 온 세상이 빙글거리게 될 지도 모르니 일단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유명한 선생이 있다는 이비인후과도 있었지만, 규모가 큰 병원이라 유명하다는 선생에게 진료를 받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하니 굳이 멀리 여의도 역까지 나갈 필요 없이 근처에 있는 이비인후과 중 이명과 이석증 진료를 한다고 적힌 이비인후과를 찾아서 다니고 있었다. 작년에 이석증으로 고생을 하면서 상태가 심해졌을 때 찾아 갔던 적도 있었는데, 그 때 이미 편두통 때문에 어지러움증도 생기고, 이석증도 생겼을 것 같다며 이석증 물리 치료는 처음 시작될 때 빨리 받아야 효과가 좋으니 다음부터는 꼭 빨리 오라고 했으니, 아직은 심하지 않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갔고, 역시나 편두통에서 시작된 것일 것이라며 작년에 처방받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던 약을 다시 처방 받았다. 약 이름을 보니 작년에도 먹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작년에는 두통이 심했고, 오른 쪽 어깨의 통증도 심했고, 그 이후에 어지럽기 시작했는데, 일단 두통의 문제라고 생각은 했지만 집에서 쉬면 낫겠지 싶어서 집에서 쉬다가 너무 아파서 일단 집 근처 내과에 먼저 갔었고, 내과에서는 두통약을 처방해 주면서 어깨가 뻣뻣하게 뭉쳐서 문제일지도 모르는데 간단하게 수지침을 놔 주겠다고 해서 뜬금없이 침을 맞고 나왔고, 침을 한 번 맞아 본 이후로 침을 맞으면 잠깐은 어깨와 목이 괜찮은 느낌도 있어서 사무실 근처에 있는 한의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한의원에서 침과 부황과 물리치료까지 받았지만 어깨가 쉬이 낫지 않고, 어지러움증도 있다가 말다가 해서, 본격적인 목 치료를 해 봐야 하나 싶은 마음으로 새로 생긴 정형외과에 갔더니 증상에 대한 본격적인 진찰을 시작하기도 전에 어지럽다고 하니 이비인후과 부터 다녀오시라며, 제대로 된 초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에 도수치료 예약부터 하고 오시라고 해서 결국은 이비인후과를 찾아갔더랬다. 그 사이 들렀던 정형외과는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되었다. 그렇게 찾아간 이비인후과에서 더 일찍 오지 그랬냐며 편두통 약을 처방해 줬던 것인데, 약이름을 검색해 보면 난치성 편두통과 전정계 기능성 장애에 의한 어지러움에 먹는 약이라고 되어 있다. 뭐, 처방 받은 약이니까 알아서 처방해 주셨겠거니 하고 멀미약과 함께 부지런히 먹었다. 처음에는 5일 단위로 끊어서 처방을 하고, 중간에 상태를 확인하고 추가로 처방을 해 주시는 것이었는데, 처음 약을 다 먹고는 상태가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아서 병원을 굳이 가야 하나 싶었는데, 약을 다 먹은 다음 날부터 다시 두통이 시작되는 바람에 괜히 다시 오란 게 아니었다며 다시 찾아 가서 추가로 처방을 받아 왔다. 

아직 약을 다 먹지 않았고, 아직도 간헐적으로 자면서 동공지진(=안구진탕)을 겪고는 있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수월한 상태라 밥도 잘 먹고 일도 잘 하고는 있다. 심지어 그 약은 부작용이 '식욕증진'이라 없던 식욕도 생겨서 큰 병원 가서 한 달 치 씩 받아 먹다 보면 살이 무럭무럭 찔 수 있다고 했다. 옛날 옛적에 허약 체질 상태일 때 알았다면 좋았을 약인데 아쉽다. 지금은 이런 약 안 먹어도 살 잘 찌울 수 있는데 말이다. 

두통 때문에 이비인후과를 다니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큰 병원 진료가 우선이고 큰 병원에 가고 싶다는 말로 곡해를 하셨는지, 큰 병원(신경과는 큰 병원 밖에 없어서) 가셔도 되긴 하는데 가도 똑같은 이야기하고 비슷한 약 줄거라고 그냥 오라 했다. 사실 내과나 가정의학과보다는 어지러움증 진료가 가능한 이비인후과가 낫다.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내과는 쓰앵님이 호구 조사를 좋아하시고, TMI도 많으신 타입이라 부담스러워서 '두통'의 '두'를 꺼냈다가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지 모르니까 가고 싶지 않았다. 

베개를 바꿔서 그런지 전보다 어깨와 목이 편해졌고, 약도 이제 몇 알 안 남았다. 이렇게 올 해는 토하지 않고 넘어간다. 토하는 것 보다야 살 찌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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