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425

휴직한 직장인 한남동 마실, 마케팅의 끝판왕 W*차이나와 로얄멜팅클럽, 우연히 만나 반가웠던 아스티에 드 빌라트

인스타그램에서 맛집 리스타려 뿌려대는 마케팅에 그냥 넘어가지는 않겠다며 블로그를 두 번 세 번 교차 검열까지 하는데도 깜빡 넘어갈 때가 있다. 내돈내산임을 인증한 바는 없으나 광고에 의한 글이 아니라는 내용도 없고 대체로 고만고만한 나쁘지 않은 평들이라 괜찮겠지 생각했는데 막상 식당에 들어서고 보니 왜 그런 애매한 뉘앙스로 글을 썼는지 알 것 같았다. 당장 뛰텨 나가고 싶은 맛이었지만 좋은 경험이겠거니 하고 꾹 참고 나왔다. 정말 그들은 맛있는 딤섬을 먹어 본 적도 없고 맛있는 짬뽕을 먹어본 적도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사실 우육탕면을 추천한 글도 있었지만 외관상 느낌상 잘 못 주문하면 우육탕면을 한 젓가락도 못 먹을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에 짬뽕을 주문했다. 쇠고기가 들어있는 딤섬을 한 입 베어물자마자..

EATING 2023.05.02

휴직한 직장인 문래동 마실, 영일분식, 극락왕생, 서울 아트책보고까지

2023년 벛꽃이 절정일 무렵 문래동에 드디어 다녀왔다. 그간 궁금해 죽을뻔 했던 영일분식의 비빔칼국수를 점심으로 먹고 고척돔에 새로 생긴 아트책보고를 다녀오는 것이 그 날의 목표였다. 가까운데 애매하게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래역에 내리니 벚꽃이 흐드러진 공원에 부지런히 아침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열심히 움직이시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도 재미있었다. 무려 1990년에 청소년 도서관이 있어서 가끔 다녔던 척박했던 문래공원 벚나무들은 이제 모두 아름드리가 되었고, 골목 골목마다 분홍색 꽃망울을 뽐내고 있었다. 영일 분식이 있는 그 골목에 들어서자 마자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친구들이 떠올랐다. 처음 기타를 잡았던 그 때 커팅 주법을 가르쳐 줬던 그 친구가 살던 골목 근처였다. 마냥 ..

EATING 2023.04.26

휴직한 직장인 여의도 마실, 카페콤마 그리고 원형들 딜케이크 접수

카페콤마에서 취향저격서적을 발견했다. 스티브킹이라니, 너무 반가워서 한 권 집어 들고 브렌디향이 난다는 커피 한 잔을 주문해 자리를 잡았다. 아침 일찍 들렀더니 구석에 있는 리클라이너를 차지할 수 있었다. 발끝까지 신나 보인다. 팀장님이 오시기 전까지 부지런히 읽었는데, 집에 돌아와서는 뒷 내용이 계속 궁금해서 다른 책이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두 권 짜리던데 카페콤마에 부지런히 가야한다. 쓰디쓴 자기의 심장을 먹는 심정을 느끼는 순간이 죽기 전에 올까 모르겠지만, 영원히 모르고 싶은 순간이기도 하다. 심장의 맛은 모르겠고 나른한 봄에 자극이 될만한 칼칼한 매운 즉석 떡볶이를 점심으로 먹었다. 직장인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가서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는데 먹다 보니 뒤에 또 줄이 생겨서 식겁했다...

EATING 2023.04.20

휴직한 직장인 압구정 마실, 오전부터 음주 가능한 올데이 개스트로텍 부베트서울

하필이면 비가 오는 봄 날이었지만, 비가 오면 오는대로 오다 그치면 그치는대로 좋은 날이었다. 마음 편하게 마실 나가서 즐거운 식사를 하는 날이라 마냥 기분이 좋았나 보다.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데 한참 걸린 개스트로텍 부베트는 압구정 역 바로 앞에 있는 안다즈 호텔에 붙어 있었다. 같은 건물이겠지 싶어서 비도 피할 겸 호텔 로비로 들어갔으나 지도를 아무리 보아도 찾을 길이 묘연하고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워 그냥 길을 물었다. 건물 밖으로 다시 나가서 코너를 돌면 안쪽에 보일 것이라고 했다. 건물이 붙어 있다고 하기엔 떨어져 있는 모양새인 별관 쯤 되는 곳 1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비가 그치고 날씨가 따뜻하면 자전거가 보이는 풍경을 바라 보며 바깥에 앉았겠지만 비가 오니 어쩔 수 없었다. 개스트로펍은 대충..

EATING 2023.04.17

편스토랑이 살린 휴직한 직장인 점심 집밥

1. 계획에 없었던 어남선생의 바삭한 멸치 볶음 멸치볶음이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어남선생의 레시피 중 마음에 드는 것들을 추려서 재택근무를 시작했는데, 그 날 저녁 편스토랑에서는 어남선생이 멸치볶음을 보여주고 있었고, 바삭한 식감이 그냥 멸치 볶음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이야기에 너무 솔깃해서 레시피를 다시 찾으며 멸치를 주문해 보았다. 아주 오래 전에 지금은 문을 닫아 버린 사무실 빌딩 지하에서 먹었던 눈알이 동그랗게 살아있던 맛있는 멸치를 떠올리며 죽방 멸치를 주문해 보았는데 생각했던 그 놈 눈깔은 아니라 약간 실망했다. 레시피는 파와 마늘을 센 불에 볶았어야 했는데 늘 그렇듯이 사방팔방으로 튈까 무서워서, 게다가 파가 냉동되어 있던 상태라사 약불에서 시작했더니 신선한 파기름의 느낌은 아니었고, 손에..

EATING 2023.04.10

휴직한 직장인 송리단길 마실, 고소한 고든램지버거, 쫄깃한 니커버커베이글, 고급진 미트파이가 있는 진저베어

송파구는 진짜 너무 멀다. 평일에 집에서 쉬고 있으니 갈 수 있는 곳이라 큰 맘 먹고 길을 나섰다. 아직 마스크를 써야 하니 마스크를 쓴 채로 지하철 안에서 갑갑한 숨을 몰아 쉬며 한 시간 쯤 졸다가 내렸더니 지하철 역사 안이 아직 너무 추웠다. 다행히 바깥 봄볕은 따뜻한 날이라 잠깐 벤치에 걸터 앉아 그날의 일행을 기다렸다가 석촌 호수를 가로 질러 건너편에 있는 니커버커 베이글로 향했다. 오픈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테라스 석은 이미 만석이었던 니커버커 베이글 어차피 그날은 고든램지 버거를 점심으로 먹을 예정이라 미리 예약해 두었고, 햄버거 먹기 전에 조금 일찍 만나 베이글을 포장해 올 셈이었으니 자리가 만석이어도 상관은 없었다. 다들 부지런하시다. 포장 손님은 특별히 따로 기다릴 필요는 없었..

EATING 2023.04.03

여의도 시즈널리티에서 처음 맛 보았던 비스크소스 파스타

중국집을 오가며 희한한 곳에 붙어 있는 간판이 궁금해서 찾아 본 시즈널리티는 오가닉 디자인으로 명성 높은 에로 사리넨의 튤립의자가 반겨주는 브런치 식당이었다. 폴 헤닝센의 조명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조명으로 보아서는 의자도 진품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책에서나 보던 디자인 가구들이니 진위 여부를 가릴 능력이 없는 내가 참 부끄럽기도 해서 애매한 자세로 앉아 있어야 했다. 튤립 체어는 무거워서 자리 조정하기는 불편한 의자구나 싶었다. 아무리 회전이 가능하다 해도 의자를 앞으로 당겨 앉고 싶은 욕구가 없을 수 없고, 더더군다나 이렇게 넓은 식탁에서 사용하기에는 쉽지 않은 놈인 것 같은데 식당 주인 어르신이 과감한 선택을 하신 것 같다. 프렌치 토스트와 해산물이 들어 있는 비스크파스타를..

EATING 2023.03.21

여의도 직장인 점심 : 투썸플레이스에서 찾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크로크무슈

따뜻하고 부드러운 크로크무슈가 4,300원에 아메리카노가 할인 가격으로 2,000원이니 가볍게 점심 먹기 적당하고 좋아서 자주 찾아갈 것 같았다. 그러나, 이미 휴직중이라 집에 갇혀 있다. 외출이 내키는 날, 집 근처 투썸 플레이스 가서 여유를 즐겨봐야겠다. 여의도에 있던 투썸플레이스는 열 두시 근처에 자리 잡을 때는 자리도 많고 조용해서 집중해서 책 보며 간단히 먹기 좋기는 했는데, 30분 쯤 지나자 마자 커피 손님들이 몰려들어 온 실내가 떠들썩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조용한 분위기는 부지런한 자만 즐길 수 있나 보다. 이제 슬슬 동네 마실도 나갈 법 한데, 아직은 집이 좋은 쌀쌀한 날씨라 언제 나갈지 모르겠다.

EATING 2023.03.17

더현대서울만 복잡한 호우섬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호우섬 간판을 처음 발견했을 때, 갑자기 호우섬을 영어로 HAO'SUM이라고 쓰는 게 맞나 궁금해지면서 설마 벌써 상호까지 비슷하게 흉내낸 또 다른 딤섬집이 생겼을까 의심까지 했다. 매장 앞에 가서 메뉴판을 들여다 보면서 똑같은 호우섬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너무 신이 났다. 다른 현대 백화점에도 호우섬 매장이 있고,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서의 지옥같은 웨이팅은 없다는 소문도 듣긴 했지만 다른 매장은 굳이 찾아가서 확인할 의지까지는 없어서 모르겠고, 일단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있는 호우섬은 버스 타면 두 정거장 거리인 더현대서울의 호우섬 매장같은 극악무도한 웨이팅은 없어서 마음에 쏙 들었다. 희한한 일이다. 왜 여의도만 그렇게 붐빌까, 아무튼 이제 집에서 지척인 거리에 있는 매장에서 ..

EATING 2023.03.14

여의도 직장인 점심 : 눈 비벼 가며 힘들게 찾아 본 만 원의 행복

분식이나 국수 종류는 아직 여전히 만 원 이하로 식사가 가능한 식당도 많지만 만 원으로 든든하게 챙겨 먹으려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 궁금해서 그간 먹었던 메뉴 중 아주 저렴한 미정국수나 김밥집은 빼고 정리해 보았다. 일단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기소야, 김치 우동은 만원, 김치 가쯔돈은 9,500원 팀장님과 나는 김치 가쯔돈을 먹을 때는 맵지 않고 기본 가쓰오부시 국물 맛이 풍부한 7,500원 짜리 가케 우동을 주로 먹기도 한다.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에 쫄깃하고 탱탱한 면발이 살아 있는 김치 우동은 날씨가 아주 약간만 추워져도 꼭 생각나는 메뉴다. 아주 오래 전에 다른 지역 기소야를 만나 반가워서 같은 메뉴를 주문해 봤었는데, 사무실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지점에서 먹는 맛과 사뭇 달랐다. 그 이후로는 ..

EATING 2023.03.04
반응형